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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 그림 그리기, 또 하나의 행복찾기 - 『스케치 쉽게 하기』의 저자 김충원

글씨 쓰기에 익숙한 손을 그림 그리기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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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충원 교수는 지금까지 60여 권의 미술 교재를 집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교육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방송과 광고, 출판, 브랜드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 현재 명지전문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들. 그런 모습들을 나만의 언어로 담는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 글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또 사진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림으로 담는 방법은 어떨까?

“미술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킬을 가르치지 않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작가적 상상력을 강요하는 것이 재미있는 미술활동을 죽이고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리려면 우선 1년 정도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남들에게 절대 보여주지 말고 바로 버리세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좌절해서 낙담하게 됩니다.”

지난 23일(금)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저자 강연회에서 김충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YES24와 롯데시네마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름다운 책 人터뷰’였다.

저자 김충원 교수는 지금까지 60여 권의 미술 교재를 집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교육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방송과 광고, 출판, 브랜드 컨설팅 등 다방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 현재 명지전문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들. 그런 모습들을 나만의 언어로 담는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 글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또 사진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림으로 담는 방법은 어떨까?

저자는 이에 멋진 답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그림, 스케치는 ‘커뮤니케이션’이자 ‘메모리(기억)’라는 것. 그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매체와 달리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건 “목표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술 분야는 거의 대부분 서양에서 들어온 것들이지만, 스케치에 관한 한 그런 장벽이 없어요. 스케치는 선을 중시하니까 서양보다는 한국이 더 유리해요.”

이어 그는 미술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술이 일부 작가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한 건 수채화와 크레파스 때문이에요. 수채화는 물감을 다루기가 쉽지 않고 농도를 표현하는 것은 전문작가들도 너무 힘들어요. 수정도 안 되잖아요. 어릴 때부터 크레파스로 그림을 시작하는데, 크레파스는 좋은 화구가 아니에요.”


크레파스와 수채화가 그림 그리기 망쳐놓았다

크레파스는 일본의 다쿠라 회사에서 크레용과 파스텔을 결합해 만든 화구로 우리가 가장 일반적인 화구로 시작하지만, 잘 부러지고 세밀하게 그릴 수 없는 등 단점이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거기다가 켄트지도 그림을 그리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세밀한 묘사,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색연필이 가장 좋은 화구”라고 추천했다.

“또 아무도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게 문제에요.”

15년 전 미술교실 ‘따라 그리기’를 시작했을 때, 미술계 안팎에서 많은 공격을 받은 기억을 언급했다. 그림은 “개개인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그려야 하는 것이지 그걸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림은 스스로 알아서 그리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언어를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미술 또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듯이 그림 또한 마찬가지인데, 어느 시점에 나에게 미술적 재능이 있다, 없다는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 또한 학교에 다닐 때 미술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고, 성적표엔 ‘미’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미술반에 가게 돼 사물을 새롭게 해석해서 표현한 그림에 매료돼 미대에 진학하게 됐음을 소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재능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데, 그건 대작가나 대화가라면 몰라도 결국은 교육의 힘이 큼을 강조했다. “소질이 없어서 그림을 못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지 않아서 못 그린다”는 설명이다.

“사람의 뇌는 시각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하고, 비판적인 기능을 하는 좌뇌가 있는데, 그림을 그릴 때 방해하는 것은 이 좌뇌 때문이에요. 우뇌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좌뇌가 끊임없이 ‘너, 잘 못 그리잖아.’ ‘거 봐, 그걸 그림이라고 그렸어?’ 이렇게 방해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저자는 첫째, 안 보고 그려야 한다고 했다. 싁뇌가 간섭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우리 눈에 인식된 대상을 어떤 방해나 선입견 없이 물 흐르듯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새로운 표현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다.


연습 방법은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그림을 보지 않고 대상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상태로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이다. 자신의 손을 그린다면, 약 5분 정도 동안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보지 않고 그릴 것을 권했다. 눈은 오로지 대상의 관찰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 연습은 시각적인 고정 관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훈련이다.

“각자에게 비너스의 그림을 그리게 하면 대부분 자기 자신의 얼굴을 그려요. 사람의 ‘관념의 벽’ 때문이에요. 보고 있는 걸 그리는 게 아니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을 그려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잘 들리는 이치와 같아요.”

두 번째는 선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익숙해질 때까지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단다. 손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글씨를 쓰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 손의 근육과 미세한 신경은 작은 글씨를 쓰기 위한 움직임으로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글씨 쓰기에 익숙한 손을 그림 그리기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그렇기에 작고 세밀한 묘사를 할 때에는 상관이 없지만, 어느 정도 이상 크기의 그림을 그리면 긴 선을 긋는 스트로크(stroke: 그림을 그릴 때 연필이나 붓이 화면에 닿았다가 떨어지기까지의 움직임)가 매우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손의 습관을 길들여 그림 그리기에 적합한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이나 손목을 고정시키고 팔꿈치와 어깨 관절만을 움직여 길고 반듯한 선을 긋는 연습을 반복해야 해요.”


종이를 준비한 다음 상하로 직선 긋기, 좌우로 직선 긋기부터 시작해 보기를 권했다. 반듯하게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미리 나눠준 스케치북에 선 긋기를 바로 실습했다. 하지만, 시작점과 끝점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선의 굵기와 간격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중간에 배가 불룩 튀어나오는 선이 그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 그리기는 화가들만의 전문영역으로 생각하고 또 생활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모두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유가 있으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면 여유가 있어진다”는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과 마찬가지 이치다.

독서가 그렇듯 음악이 그렇듯 그림 그리기도 삶을 윤택하고 활기차게 하는 삶의 활력소이자 자양분이 아닐까. 그 첫걸음은 간단한 스케치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다음은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

Q) 실력이 잘 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스케치에는 4B연필로만 그려야 합니까?

“소질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하다 보면 즐기게 됩니다. 4B연필은 그림 그리는 연필이 아닙니다. 다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4B연필은 심이 물러서 잘 부러져요. HB연필로도 충분합니다. 연필은 고급, 저급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붓은 제일 비싼 걸 쓰는 게 좋아요. 해봐야 6천 원밖에 안하니까요. 관리를 잘하면 10년도 쓸 수 있거든요.”

Q) 아이들 미술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는데 학원에 보내야 하는지를 물어오는 주부님들이 많습니다. 다섯 살이 되면 대부분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말이 늦은 아이일수록 그림으로 소통하려 합니다. 저는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과도하게 그림을 가르치기보다는 책을 읽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머리로 그리는 것과 손으로 그리는 것이 있다면, 저는 머리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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