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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시대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럭키경성』의 저자 전봉관

전봉관이 밝힌 일확천금의 비책(秘策)은 과연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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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막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에 개발과 투기는 자연스럽게 함께 붙어다닐 수밖에 없었음을 밝히고, 그 와중에 ‘대박’을 맞기도, 조금 지나 바로 ‘쪽박’을 차기도 한 여러 사례를 들려준다.

『황금광시대』에 이어 『럭키경성』으로 근대 조선의 황금과 돈에 대해 천착한 책을 낸 저자 전봉관이 밝힌 일확천금의 비책(秘策)은 과연 무얼까? 저자는 『럭키경성』의 책 말미 ‘돈을 위한 변명’이라는 에필로그를 통해 ‘근대 조선을 주름잡았던 투기꾼들과 부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정작 부자들의 치부방법 비법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단초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다 뒤져봤다. 드디어 발견했다.

“적은 밑천으로 일확천금의 꿈을 꾸려거든, 사람 노릇을 포기하고 여차하면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라.” (『럭키경성』, 141쪽)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막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에 개발과 투기는 자연스럽게 함께 붙어다닐 수밖에 없었음을 밝히고, 그 와중에 ‘대박’을 맞기도, 조금 지나 바로 ‘쪽박’을 차기도 한 여러 사례를 들려준다.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들의 멋진 삶도 함께 소개한다.

작년 『경성기담』에 이어 지난달 『럭키경성』을 출간한 저자를 지난 2일 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근대 조선 그리고 황금과 돈이라는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식민지 조선에 대한 책을 계속 내시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일제시대 연구를 했습니다. 대학원 때는 백석, 오장환, 이용학 등의 인물을 조사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었어요. 지금의 문화적인 감각으로 보면 당대의 문학작품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좀 더 정밀하게 알려면 그 시대의 문화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인데, 그렇다고 문학연구를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지금은 문학작품은 활발한데, 문학평론이나 문학해석, 문학연구는 많이 위축된 것 같습니다.”

‘경성’에 어울리는 동그란 안경은 아내가 코디했다고 한다
그런 아쉬움이 그를 문학연구, 더 나아가 문화에 대한 연구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오늘날 문학이 영상매체에 의존해서 존재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책을 팔아서 얻는 인세 수입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판권으로 얻는 수입이 많다는 점에서다.

“독자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근대도 아니고, 로마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인문서가 업적 중심으로 기술하는 게 많은데, 제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자료를 찾는 게 어려울 거 같습니다.”

“네. 자료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공적인 삶은 알기가 쉽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는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죠.

그런 맥락에서 나운규를 예로 들면, 데뷔 후 3년 만에 <아리랑>을 만들었는데, 그 이후 그 같은 작품을 만들려고 했지만 못 만들고 죽었어요. 그런데, <아리랑>이란 영화 그 자체가 오늘날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살아간 모습을 재구성함으로써 똑같은 상황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고,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나운규처럼 성공하는 것이 아주 오래가는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경이 ‘경성’ 컨셉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아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코디해줬어요.(웃음)”


알려지지 않는 사람을 발굴하는 인물평전 작업 계속할 터

『럭키경성』은 ‘돈’을 키워드로 한 ‘인물평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보통 ‘인물평전’이라고 하면 한 권의 단행본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독자들이 그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미두왕(米豆王) 반복창의 일생 같은 경우는 한 권으로 만들 분량은 아닌 거 같거든요. 그는 어떻게 성공하고, 어떻게 몰락했느냐를 살펴보는 거죠. 백성의 삶이거든요.

나중에 꼭 쓰고 싶은 게 고종입니다. 고종에 대해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보통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보는 게 전부이다시피 하거든요. 그즈음이 외세의 강요에 의해서 근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아주 큰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름이 갑오농민전쟁의 ‘전봉준’과 비슷한데요, 관련이 있으세요?(웃음) 혹 나중에 다룰 계획은 없으신지?”

“전혀 관련 없습니다.(웃음) 저는 가급적이면 정치가는 잘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전봉준은 혁명가였습니다만. 근대사는 정치 과잉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해요. 수십 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이 나와 있는데, 정작 그 시대에 살았던 백성의 삶은 밝혀지지 않고 있어요. 보통 근대 조선 연구는 친일파나 독립운동가를 다루는데, 저는 가급적 배제하고 썼습니다. 내년에는 ‘자살’ ‘범죄자들’에 대해 책을 두 권 정도 낼 계획입니다. 경성 시리즈 5부작입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자살폭탄테러, 테러는 아니죠. 종로경찰서나 총독부, 동양척식주식회사 자살폭탄 사건도 다룹니다. 근대 조선의 자살이라면 정사(情死)로 생각하기 쉬운데, 윤심덕도 있고요. 입시 중압감을 못 이겨서 자살한 사람도 있고, 동성애로 말미암은 자살 등 열 가지 유형으로 나올 거 같습니다.”

“근대 조선의 가십기사를 중심으로 한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십기사죠. 『경성기담』이 그런 편이죠. 그런데 큰 기사죠. 주류 역사는 아니고요. 『럭키경성』에 나온 건 주류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고요. 지식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세상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죠. 물론 저도 지식인입니다만, 세상의 주인은 부자 아니면 노동자이지, 지식인은 끼어들어 갈 자리가 없거든요. 김기진 편을 쓰면서, 김기진을 통해 지식인이 지닌 숙명, 운명이랄까요, 이율배반성, 대의명분과 욕망의 끊임없는 불일치,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인문서 독자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성기담』부터는 정통 인문서 독자들이 제 책을 찾은 건 아닌 거 같아요. 이덕일 선생이나 정민 선생 같은 분의 독자들이 제 책을 보는 게 아니라 『바리데기』『남한산성』 이런 독자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보는 듯합니다. 그건 제 의도대로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독자서평은 자주 보세요?”

“열심히 봅니다.(웃음)”

“인상 깊은 독자반응은 어떤 게 있습니까?”

『경성기담』은 많이 올라왔는데요. 가십거리를 들려주면서도 제가 염두에 둔 독자는 인문서 독자들, 지식인이었던 거 같아요. 살인사건과 스캔들 사건에 대한 평가를 매 단락 끝에 넣기도 했는데, 이야기만 들려주면 되지 뭐 구질구질하게 넣느냐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럭키경성』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 뺐습니다.(웃음)

나쁜 책이 많이 팔린다는 것이나 (좋은 책, 나쁜 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만) 독자들이 잘 안 읽는 책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봐요. 독자가 관심을 두는 주제가 아니라든지, 문장이 지루하다든지, 세계관이 독자들을 설득하기에 너무 무리한 것이라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두나 일제시대 주식시장 같은 경우는 독자들과 호흡하기 어려운 소재인데, 저는 이야기의 힘으로 풀어나가려고 했습니다. 독자들의 말을 많이 들으려고 하죠. 꼬리에 들어 있는 그거 빼라는 걸 이번 책에서 많이 반영한 셈이죠.”



인문서도 스토리텔링 기법 차용해야…

『황금광시대』는 지금 책에 비하면 조금 딱딱한 듯합니다.”

“문학은 원래부터가 스토리, 이야기인데, 인문서는 스토리텔링을 철저히 무시한 거 같아요. 저는 앞으로 어떤 책을 내든 스토리텔링을 중요한 요소로 다룰 생각입니다. 그것이 인문학이 독자에게 다가가는 길이고,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독자가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문학이 세상으로부터 초월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봐요. 인문학은 시대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데, 그 현실을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자신이 배운 것만 자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문제죠.

글쓰기도 왜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깊이와 어려움은 함께 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쉽지만 깊이가 있는 글이 있고, 어렵지만 깊이가 없는 게 있다는 거죠. 글 쓰면서 『사기열전』을 계속 보게 되는데, 그 인물이 지닌 다양한 측면을 다각도로 다루고, 글이 무척 쉬워요.”


“같은 학교에서 김탁환 교수님도 대중적인 글쓰기를 하고 계신데요.”

“김탁환 교수님은 소설가이시고, 저는 인문학자죠. 김탁환 교수님이 인문학적인 소설가라면, 저는 소설가적인 인문학자라고 할까요. 김 교수님 소설은 고증이 철저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가 아주 쉽죠.”

“소설 쓰실 계획은 없으십니까?(웃음)”

“저는 ‘남의 밥그릇을 침범하지 않는다’ 주의인데, 저도 어쩌면 소설을 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자료가 없을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면 답답하거든요. 아직은 계약된 책을 쓸 때까지는 소설로까지는 안갈 겁니다. 다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독자분들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파격적인 기술이 이어집니다. ‘이게 인문서 맞나?’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어요.”

“‘독자상담 코너’와 관련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시는데요.”

“네. 이 책은 기존의 인문서 서술 방식과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등장인물들이 서사를 이끌고 갑니다. ‘혈서까지 쓰고 결혼하자고 했는데, 본부인이 있습니다.’ 이런 고충상담을 설명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기존의 인문서는 숨어 있는 작가가 설명하는 형식인데, 당대의 감각으로 쓰입니다. 이렇게 하면 독자들이 읽기에 편하죠. 설명하는 정보는 논문과 똑같은 정보를 담을 생각이에요. 하여튼 정보를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까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문학 글쓰기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가 긴장을 많이 했는데, 뚜렷한 반응은 없어요. 『경성기담』에 대해 악평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게 무슨 인문서냐?’ 한편으로는 ‘인문학자가 아니라면 누가 하느냐? 모든 사람이 할 필요는 없지만, 한 사람 정도는 해도 좋지 않느냐?’ 그런 반응도 있고요.

단두유아(斷頭乳兒) 사건 같은 경우, 해석 여하에 따라 인문학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일 수도 있다고 봐요. 인문학을 모욕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기존의 문(文)사(史)철(哲)이란 인문학적 잣대로는 그것을 못 보는 거거든요. ‘역사학계에서 안 하지 않느냐? 그래서 나는 한다’ 그런 생각이고요.”



문화연구의 기본이 ‘돈’ 문제

저자는 문화연구의 기본이 ‘돈’이기에 그 문제에 천착했다고 말했다
“황금이나 돈, 식민지 조선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으실 듯합니다.”

“근대 조선을 다루는 이유는 제 전공이 근대문학이어서입니다. 인문학은 현대의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하면 거기에 대해 인문학자들이 답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의 문제를 비춰주는 거울이 근대 조선이라고 봤습니다.

살인사건, 투기의 뿌리가 개항 이후죠. 종단항 문제도 땅 투기인데, ‘개발’을 하면 자연스럽게 ‘투기’가 뒤따라온다고 봅니다. 6~70년대도 일어났고, 지금 현재도 여전히 그렇죠. 근대 조선 그때가 문화현상의 뿌리이자 거울이라고 봅니다.

왜 황금, 돈, 투기에 천착하느냐 하는 물음도 제가 문화연구자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연구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돈’이거든요. 돈을 무시하고 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봐요. 이제 당분간은 본격적으로 돈 문제를 더 이상 다루지는 않을 겁니다. 이 정도로 그만 하려고 합니다.(웃음)

카페 연구를 하면서 ‘이상이 카페를 차렸다’고 하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왔나, 문인들의 사교장소였다고만 하는데, 그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이런 거 해결이 안 되니까 인문학이 가면 갈수록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저자는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그리고 아쉬움도 함께 토로했다.

『럭키경성』 반복창 편에 ‘원동 재킷’이 ‘첫마디에 사랑한다는 말보다 동경유학을 보내주는 남자’를 찾다가 정조만 유린당한 사건이 있습니다. 문화적인 맥락에서 보면 ‘연애’가 아니라 ‘돈’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보거든요. 뿌리를 찾다 보면, 돈의 원연은 근대 조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경성과 오늘의 서울은 어떻게 다른가요?”

“당시 1930년대 서울의 인구가 전국 2천만 명에 40만 명이었고, 1940년에 100만 명이었거든요. 인구밀도로 보면 10%도 안 되는데 문화의 대부분이 집중되었죠. 하지만 지금 시대보다 낫다고 보는 것은 지방의 경제권이 살아 있었다는 것이죠.”

“국제철도 종단항과 관련한 부동산 투기 소동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논란과 함께 읽힙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죠. 개발과 투기라는 일란성쌍생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거죠. 조금 의도한 면도 있고요.”

이어 식민지시대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기 쉬운 얘기를 들려줬다.

“식민지시대에 대해 신화적인, 말하자면 ‘만들어진 기억’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과 조선은 적대적이라고 하는데, 정치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일본인과 조선인, 일본의 노동자와 조선의 노동자는 적대적이지 않았어요. 식민지 시대의 민족적인 부분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고, 단지 민족갈등으로만 봐왔는데, 그러다 보니 계급갈등이 드러나지 않아요. 일본인은 자본가고, 조선인은 노동자는 아니거든요. 나중에 책으로 나올 ‘뚝섬노파 살인사건’이 있는데, 조선인 소작인과 일본인 소작인이 합심해서 죽이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최근 근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나오고 있습니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은 서사구조가 좀 취약한 느낌이 있어요. 이건 제작진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시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봐요. 흔히 하는 말로 ‘나라를 잃은 슬픔으로 연애를 했다’ 이런 연구논문도 있는데, 이렇게 단선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죠.”


사회주의자이자 자본가인 이종만, 존경할 만한 부자

“투기의 원인을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욕망 때문이라고 하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권력을 되찾으려는 운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조선에 있기 어려웠거든요. 지식인이라면 명예욕이 많은 건 당연하죠. 당시 많은 지식인이 돈을 벌고자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그런 면에서 이종만은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회주의자이면서 자본가가 되죠. 한때 사회주의를 꿈꿨던 사람 중에서 자본가가 된 사람이 있지만, 이렇게 사람을 감동하게 할 만한 일을 한 사람은 없는 거 같거든요. 인간이 돈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종만은 인간이 돈을 지배한,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물론 말기에 회사를 살리려고 친일 행위를 조금 하기도 합니다만,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근대 조선 이외에 다른 시대를 주제로 계획하고 있는 책은 없습니까?”

“네, 아직은 없습니다.”

책을 쓰려고 모은 자료를 보여주는 저자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자료를 찾습니다. 자살의 열 가지 유형을 쓴다고 하면,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도 하고, 온갖 자료를 다 찾죠.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흩어진 자료를 찾는 거라서요. 이런 작업은 그나마 데이터베이스 전산화 때문에 가능합니다. 저자는 자기가 쓴 자료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어렵게 쓰게 돼요.”

“글이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세요?”

“저는 후배들에게 글이 안 써질 때 하늘 쳐다보지 말라고 합니다. 상상력이란 것도 지식에서 나오는 거지, 맨땅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책이든 영화든 보면서 공부하라고 해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월간지에 ‘인생백경’이란 이름으로 근대인의 100가지 유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문인, 친일파, 군인, 경찰 등 다양한 인물군을 다루는데요. ‘일생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웃음)”

“인문학자로서 독자들의 독서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저는 남 눈치 보면서 책 읽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럭키경성』에도 ‘백 과부의 행복한 돈 쓰기’가 나오는데요. 자기가 편안해야지, 돈 있다고 호텔에 가거나 외제 차 타면서 불편한 소비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나한테 절박한 책, 자신을 넓혀나가고 깊이 있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흔히 많이 읽는 것에 얽매이는데,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남들이 보는 책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최근에 나온 『럭키경성』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

『끝나지 않는 신드롬』『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가 있습니다. 근대에 관심 있는 독자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모습이 궁금한 독자,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독자라고 봐요.

얼마 전 언론에서 ‘휴가철에 읽을 만한 인문서’를 다섯 권 소개해 달라고 연락이 왔는데요, 처음엔 무척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같은 출판사, 같은 저자 빼고, 1년 이내에 출간된 책 중에서, 이렇게 제한하니까 네 권밖에 없어요. 이걸 보면서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남에게 돌릴 게 아니라 좋은 저자가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물론 노력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돈’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웃음)”

“자본주의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 아닙니까? 다만,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곤란하죠. 펜보다 강한 게 돈이라고 하는데, 돈에 대해 욕만 해서도 안 되고요. 돈에서 자유롭게 살려면 정직하게 버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의 만들어진 욕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스스로 멈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돈을 모았으면 써야 하잖아요?(웃음)”

인터뷰 내내 그의 말은 ‘이런 얘기까지 써도 될까?’ 싶을 만큼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의 책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만큼 그의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경성기담』은 인문학 책으로는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이 팔렸다고 한다.

시대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인문학자들 스스로 먼저 반성하자는 그의 이야기는 아주 설득적이다. 가벼운 책이 많이 팔리는 시대에 그는 ‘쉬움’과 ‘깊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소리가 드높은 시기에 인문학적 글쓰기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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