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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책은 어떻게 만들까? - 풀무원 김치박물관

김치박물관은 김치의 역사, 김치의 변천사, 김치의 종류, 김치의 저장, 배추김치의 절임과정, 김치의 영양, 김치의 효능 등 김치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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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내려 코엑스몰 지하로 내려가면 풀무원에서 만든 김치박물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옛 책 만들기’ 강연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보았습니다. 지난봄 도서전에서 ‘일본 책 만들기’를 배웠기에 우리의 옛 책 만들기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몹시 궁금했어요. 일찍 도착한 덕에 아이들과 우선 김치박물관을 이곳저곳 살펴보았습니다.

김치박물관 앞에서

김치박물관은 김치의 역사, 김치의 변천사, 김치의 종류, 김치의 저장, 배추김치의 절임과정, 김치의 영양, 김치의 효능 등 김치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김치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려 중엽에 쓰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과 조선 시대 고추를 양념으로 이용한 사례 등을 소개한 『증보산림경제』 등의 책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옛 책에 나온 김치의 역사를 함께 둘러보았어요.

김치의 역사를 기록한 『증보산림경제』를 들여다보는 아이

또 궁중에서 만들어 먹었다는 송송이, 절에서 먹었다는 열무김치, 잇몸이 약한 노인을 위해 무를 삶아서 담근 숙깍두기, 제사상에 오르는 나박김치 등 다양한 김치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지요.

종류도 다양한 우리 김치 한번 맛보실래요?

이렇게 전시관을 둘러보는 동안 시간이 되어 김치박물관의 자료열람실로 가보았습니다. 옛 책 만들기를 강의해 주시는 지희승 선생님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아이들에게 차분하게 하나하나 우리 옛 책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답니다.

선생님은 우선 ‘책冊’이라는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글자의 역사를 간단히 말씀해 주셨어요. 거북 등이나 점토판에 글자를 새긴 갑골문, 상형문자를 지나 대나무를 촘촘히 엮어서 글자를 쓰던 시대에 만들어진 한자가 바로 ‘책冊’자라고 하니 아이들은 금방 ‘아하~’ 하고 이해하더군요.

그다음으로는 인쇄술이 어떻게 발달하였는지 알려 주셨어요. 처음에는 손으로 글씨를 하나하나 쓰다가 종이의 발명과 함께 인쇄술도 발전해서 목판에 인쇄를 한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소개해 주셨지요. 그리고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하나하나 높이 쌓아올리면 백두산보다 더 높이 쌓을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은 깜짝 놀랐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장경판 하나하나에 오자나 탈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서양의 구텐베르크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금속활자인쇄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답니다. 이렇게 우수한 우리 활자의 역사를 듣고 나니 더욱 옛 책 만들기가 의미 있어 보였답니다.

우리나라 옛 책의 안쪽은 독특한 이름이 있다고 해요. 일단 글을 세로로 쓰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는 방식인데 쪽마다 그린 검정 테두리 선을 ‘광곽’이라 하고 행과 행을 나누는 긴 선을 ‘계선’ 그리고 가운데 선을 ‘판심’이라고 하는데 이 판심에 쪽수를 적어두었다고 하네요. 판심의 위아래는 물고기 꼬리 모양을 그려 넣었는데 이것을 ‘어미’라고 했대요. 이 어미를 중심으로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책을 엮었기에 어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옛 책을 만들 속지예요"

우리도 어미를 따라 반으로 종이를 접은 다음에 표지가 될 종이를 들고 선생님 앞으로 나갔습니다. 우리 옛 책을 보면 그린 것도 아닌데 표지에 아름다운 무늬가 마치 비단처럼 찍힌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은 미리 표지가 될 종이를 천연염료로 염색하고 무늬가 새겨진 목판과 종이를 밀랍으로 몇 번 문지르고 나서 그 목판 위에 표지가 될 종이를 올려놓고 돌로 문질러 종이에 문양을 내는 거랍니다. 아이들은 있는 힘껏 돌로 종이를 문질러서 정말 예쁜 무늬의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신기한지 자꾸만 표지를 만져보고 무늬를 들여다보네요. ^^

표지를 열심히 돌로 문지르는 아이

이제 책을 엮기만 하면 됩니다. 언젠가 옛 책과 오늘날의 책 중 어떤 것이 더 강한가 잡아당겨 보는 실험을 해보았다지요? 그런데 결과는 옛 책이 훨씬 강했다고 해요. 그 이유는 임시 제본을 미리 하기 때문이라네요. 표지로 묶기 전에 미리 속지만 두 군데 송곳으로 뚫은 다음 종이로 끈을 만들어 묶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나라 전통 방법인 ‘오침안정법’을 써서 색실로 예쁘게 책을 묶으면 멋스러운 우리 옛 책이 완성되는 거랍니다.

선생님은 강의를 진행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해 주셨는데 놀라웠어요. 그것은 바로 ‘천인천자문’이라는 것입니다.

천인천자문

예전에는 돌상에 천자문도 함께 올리곤 했는데 그때 쓰는 것이 바로 천인천자문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에 부모가 천 명의 사람에게 한 사람당 한 자씩 천자문을 받아 만드는 거랍니다. 아직 미혼인 선생님은 언젠가 자신의 아이에게 주려고 천인천자문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일찍 알았다면 정말 아이에게 돈으로도 못 살 좋은 돌 선물이 되었을 텐데, 하며 아쉬움 반, 부러움 반으로 책을 구경해 보았습니다.

천인천자문의 속지 모습
이제 속지와 표지를 오침안정법으로 엮어봅니다
완성한 책에 천자문을 적어 보는 아이
각자 완성한 책을 들고 지희승 강사님과 함께

강의가 열린 김치박물관의 자료전시실은 전통 음식문화에 관련된 고서와 식생활사, 김치요리에 관한 책, 김치 박물관 총서 그리고 국내외 김치에 관한 논문과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 등을 열람해볼 수 있답니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증보산림경제』『동의보감』 등 비록 영인본이기는 하지만 고서를 펼쳐보면서 우리가 직접 만든 책과 여기저기 비교해 보니 옛날 책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이래서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김치박물관 자료열람실에 비치된 고서
'옛 책 만들기' 강좌가 열린 김치박물관의 자료열람실 전경

“엄마, 오늘 만든 책 올 여름방학 때 한자 공부 책으로 써서 개학 때 숙제로 내야겠어요.”

매일 한문공부를 하고 자신이 만든 옛 책에 그것을 옮겨 적겠다는 둘째의 야무진 약속이 지켜질까요? ^^ 그렇지만 아마도 자신이 만든 책에 소중하게 한 글자씩 옮겨 적는 동안 어쩌면 아이는 옛 어른들이 책을 만들 때의 그 마음을 조금은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TIP]
* 김치박물관(//www.kimchimuseum.co.kr/index.htm)
  - 관람안내: 화요일~일요일(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입장료: 성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유아 1,000원, 단체관람 할인
  - 자료실 열람: 입장객은 무료 열람. 단, 관람제한 도서의 관람은 안내데스크에 미리 요청.
* 지희승 선생님 홈페이지(//www.booksto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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