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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평론가 고미숙 씨의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책 읽는 사람들이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가 쓴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입니다. 『열하일기』라면 잘 알고 계신대로 연암 박지원이 중국 열하를 여행하고 쓴 기행문인데요, 연암은 어떤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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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뜻 맞는 친구 몇이나 되세요?

오늘 소개할 책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첫 대목은
친구는 제2의 나라는 첫구절로 시작됩니다
어린시절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연암 박지원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길거리로 나섰다고 합니다

분뇨장수, 이야기꾼, 건달 온갖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인생 역정에 귀를 기울였고
그러면서 병을 고쳤다고 하지요

책으로 여는 인생 여정도
결국 벗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아닐까요

LOGO)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이 프로그램은 책을 가장 빠르고 싸게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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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들이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가 쓴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입니다.
열하일기라면 잘 알고 계신대로
연암 박지원이 중국 열하를 여행하고 쓴 기행문인데요,
연암은 어떤 사람일까요.
수유 너머에서 고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고미숙 씨한테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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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고미숙 /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저자

연암 박지원. 당시 마흔넷이었다.
노론의 명문가에서 태어났건만,
일찌감치 과거를 포기하고 의기투합하는 벗들과 어울려
청춘을 다 보냈다.
부도, 명예도 없었건만 그래도 삼십 대는
그의 생애 가장 빛나는 시절이었다.
함께 웃고 함께 울어 주는 벗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백탑에서의 청연’!
백탑은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석탑을 말한다.
당시 연암과 연암의 벗들이 이 근처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에 생긴 명칭이다.
연암과 그의 벗들은 매일 밤 모여 한 곳에선 풍류를,
다른 한편에선 명상을, 또 한쪽에선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모임을 이어 갔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벗이 있었기에
진정 행복했고, 벗이 있었기에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때 그들을 사로잡은 인생의 모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벗이란 제2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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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란 말 그대로 열하를 여행하며 쓴 일긴데요,
그렇지만 읽다보면 일기라기보다 기행문이란 느낌도 들고
호질이나 허생전 같은 소설도 실려 있습니다.
연암은 어떤 계기로 열하일기를 여행하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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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고미숙

1780년 당시 건륭제라는 중국 황제가
70세 생일이 돼서 조선에서 축하 사절단을 보낼 때,

그 우두머리가 연암의 삼종 형이었어요
연암은 직업이 없었으니까, 그 형이 연암을 데리고

중국 여행을 했는데, 보통 여행의 여정은
연경에서 끝나는데, 황제가 열하에 있었기 때문에

조선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북방의 열하까지
여행을 하게 된 겁니다

압록강을 건너서 열하에 이르는, 3천 리에 이르는
대 ‘로드 무비’가 <열하일기> 안에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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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신윤주
그 순간, 내가 옆에 있던
수석 통역관 홍명복 군에게 물었다.
“자네, 길을 아는가?”
“무슨 말씀이시온지?”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게 아닐세.
바로 저 강 언덕에 있거든.”

“이 강은 바로 저들과 나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곳일세.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란 말이지.
인간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이란 물가 언덕과 같은 법.
그러므로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이 ‘사이’에 있는 것이지.”

길이란 강과 언덕 그 사이에 있다?
이게 연암이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던진 화두다.
이름하여 ‘사이에서 사유하기.’

이제 연암은 생애 처음 압록강을 건너
중원을 향해 가는 중이다.
곧 그의 앞에는 광활한 중원 천지가 펼쳐질 것이다.
변방의 지식인 연암, 그와 이 중원의 ‘사이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오직 모를 뿐!
오직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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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씨가 청소년을 위해 열하일기를 쓰면서
가장 역점을 둔 점은 열하일기에 나온 명문들을
청소년들이 쉽게 음미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데요,
그 중에 한편을 고미숙씨한테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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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고미숙

북경을 유람하고 온 사람들한테
제일 장관이 뭐냐고 물으면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요동 천리의 넓은 들판이 장관이야.”
“옛날 요동의 백탑이 장관이더군.”
“노구교가 장관이야.”
“산해관이 장관이지.”
“유리창이 장관이야.”
그런가 하면 일류 선비들은 정색하여
얼굴빛을 고치며 이렇게 답한다.
“도무지 볼 것이라고는 없습디다.”
“어째서 볼 것이 없던가요?”
“황제가 머리를 깎았고, 장상과 대신 등
모든 관원들이 머리를 깎았으며,
선비와 서민들까지도 모두 머리를 깎았더군요.
아무리 부강하고 박식하면 뭐합니까?
머리를 깎았다면 오랑캐일 뿐이죠.
오랑캐는 개돼지나 다를 바 없습니다.
개돼지에게서 대체 무에 볼 것이 있겠습니까?”

“나는 비록 삼류 선비지만 감히 말하리라.
중국의 장관은 저 기와조각에 있고,
저 똥덩어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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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어울려 학문과 풍류를 나눈 연암은
벗은 제2의 나라고 했는데요,
고미숙씨도 열하일기를 통해
10년째 연암과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이 봄에 근사한 사람 혹은
근사한 책과 깊은 우정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내일도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의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를 읽겠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저희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서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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