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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위해서는 목숨 걸수도 있습니다 - 소설가 이외수

3년만에 신작 소설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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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으로, 글로, 마음으로 이어진 지인들과 독자들이 모두 모여 책 출간을 기뻐하는 그곳에서 3년 만에 장편소설을 선보인 이외수를 만났다. 책을 내기만 하면 몇십만 부가 팔리는 이외수가 3년 만에 낸 작품답게 이미 초판 4만부가 거의 다 팔렸다.

저녁 시간. 인사동의 한 식당은 이외수의 가족들로 가득했다.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다. 정으로, 글로, 마음으로 이어진 지인들과 독자들이 모두 모여 책 출간을 기뻐하는 그곳에서 3년 만에 장편소설을 선보인 이외수를 만났다. 책을 내기만 하면 몇십만 부가 팔리는 이외수가 3년 만에 낸 작품답게 이미 초판 4만부가 거의 다 팔렸다는 『장외인간』에서 이외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마음의 빛을 간직하고 살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 세상이 참 어둡잖아. 전기가 밤을 밝히고 있다고 해서 세상이 밝은 것은 아니지. 부조리, 권모술수, 범죄가 난무하는, 소망보다는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이잖아. 소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욕망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시대야. 물질만능주의가 당연시되고, 날로 인간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어.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 사람이 행복하려면 마음의 빛을 가지고 있어야 돼. 그럼 마음의 빛은 어떻게 생기냐면 그건 많은 것을 사랑할 때 생겨. 마음에 빛이 있어야 사물 뒤에 감추어진 상징과 가치까지 읽을 수 있지.”

스티븐 킹의 『미저리』가 ‘한 미치광이 여자가 인기 소설작가를 감금한다면’에서 시작하고,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을 먼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듯, 이외수의 『장외인간』도 한 줄의 가정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세상에 달이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화려한 시각 효과가 난무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류의 재난 이야기가 아니다. 메마른 인간의 내면이 황폐화시킨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달과 시인은 세상에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존재로 느껴지지만, 그것들은 인간의 가슴을 적혀준다. “달은 자연을 대표하고, 시인은 인간을 대표하지. 달이 없어지고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하는 세상은 인간의 가슴도 메마르고, 자연도 황폐해진 세상이야. 요즘 학교 교육은 머리 쓰는 법만 가르치지 정서 교육은 무시하고 있어. 머리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해.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사용해야 하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이 의식이거든. 의식은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지 않잖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의식을 꽁꽁 묶어두고만 있지.”

그의 말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겉만 보고 산다. 하늘 한 번 제대로 바라본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을 억압하는 제도적 가치와 삭막한 인공적 건축물에 둘러싸인 인간들의 마음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숨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 미쳐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소설을 썼다. 소설은 현실에 대한 강한 질타로 가득하다. 특히, 젊은 세대의 타락을 성토하고, 그 끔찍한 종말을 예언한 부분에선 ‘희망’의 존재를 떠올리는 것도 힘겹다.

소설에서 가장 참혹하게 끝을 맞는 사람은 제영이다. 정신적인 가치를 우습게 아는 제영은 몸에서 불이 나 타죽는다. 자살도 아니고 타살도 아니다. 제영은 누구보다 소설 속에서 악착같이 살고자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 악착같이 살고자 했던 욕망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작가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캐릭터 중 한 명으로 ‘제영’을 꼽았다. 끝내 그녀를 죽게 만들 수밖에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여자의 가슴에도 빛이 있기를 소설을 쓰는 내내 기원했다.”로 대답했다. “소설에서 내가 사례로 제시한 인체자연발화 사건들은 모두 실화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곧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나마 아직도 사람들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가엾게 여길 수 있는 인정이 있는 것을 희망으로 여겨야겠지.”

이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이외수의 설교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는 나무라기만 했지만 작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좋은 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직해. 자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 수긍해. 하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사회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할 줄도 알지. 그런데 그걸 혼자서는 못해. 우르르 떼를 지어서 몰려다니지. 그건 젊은이들의 잘못은 아니야. 구조적인 모순이지. 최고 학부인 대학만 봐도 성적에 맞추어 과를 정하잖아. 성적이 나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없어. 시작부터 날개를 꺾어버리는 거지. 그럼 그 구조 밖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사회를 벗어난 장외에는 공포에 가까운 고독이 기다리고 있어.”

그는 그 공포에 가까운 고독을 일제시대 때의 ‘독립군’에 비유했다.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되어서 살아갈만한 베짱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 역시 독자가 있어서 자신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야단쳐줄 제대로 된 어른도 없고, 젊은이들도 어른을 아예 찾지 않는 것도 안타깝게 여겼다.

“자신의 의식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자연이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를 귀기울여봐. 자연이 무슨 말을 하나 싶지? 봄에 꽃이 많이 피는 것은 겨울을 견뎠기 때문이고, 가을에 꽃이 많이 피는 것은 여름의 더위를 견뎠기 때문이야. 그래서 봄에 핀 꽃들은 햇빛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있고, 여름이 끝나고 핀 가을꽃은 바람을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이지. 이렇게 자연이 말을 거는 거야. 하다못해 하늘이라도 좀 봤으면 좋겠어. 짧은 시간이라도 명상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봤으면 해.”

그는 단호하게 문학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 수도 있다고 했다. “죽어도 내가 쓴 작품은 남겠지.” 이 세상에 예술가가 없어지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면 종교에서 순교자가 없어지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1975년 데뷔 당시부터 좋은 작품을 위해 적은 수의 작품만을 완성도 있게 집필할 것을 고집한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지극히 짜다. “늘 실패작만 쓰고 있어. 어느 것도 만족스럽진 않아.” 어떤 작가는 자신의 가장 안 팔린 작품을, 어떤 작가는 다음 작품을, 어떤 작가는 상을 받은 작품을, 어떤 작가는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그는 어떤 작품을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까?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이 고생하면서 쓴 기억이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 우문현답이다.

그는 많은 젊은이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었다. 춘천에 있는 그의 자택은 택시 운전사들도 알 정도의 명소이다. 그는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충고를 해준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그 진정성을 놓고 보면 다 같아. 사랑은 쉽게 얻어지지 않고 그만한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 큰 그릇 안에, 우주 속에 그 사람을 놓아두어야지 자신의 좁은 소견, 개인적인 그릇에 가둬두어선 어떤 사랑도 실패하고 말 거야. 항상 크게 사랑하라고 이야기해.”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6개월 동안 쉬다가 다음 작품 준비해야지. 내 소설도 그렇고 한국 소설에 고통스러운 사람들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다음에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행복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장외인간』 표지를 꼼꼼히 본 독자는 그가 독자들에게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를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붉은 제목 밑에 낙관처럼 박혀있는 사랑이라는 글을 발견했는지. 달 사랑, 인간 사랑, 이외수 사랑, 다 사랑(띠지로 ‘달’의 ㄹ을 가려 ‘다’라는 글자로 만들었다). 이 표지는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미쳐가는 세상을 바로 돌리기 위해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리고 그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인간은 계산하고 분석하는 머리가 아니라 감동을 느끼는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

이번 작품을 발표하면서 작품보다 더 화제가 된 ‘달 친구’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달세계 사람들과 그는 지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의식, 정서, 진보, 우주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을 주고받는가하는 질문에 “시인이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의식 간의 대화”라고 대답했다. 달 친구들은 상하개념과 성별이 없으며, 우리 보다 성숙한 인격체라고 한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은 환청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망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달 친구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정보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 정보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보다는 진실이 중요하다는 말이지.” 결국 손가락을 볼 것인가 달을 볼 것인가는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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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이후 3년 만에 만나는 이외수의 신작 장편. 돈이 피보다 진한 이 시대를 '달이 실종된 세상'에 비유,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의 길을 모색한 작품이다. 사라진 달을 기억하는 유일한 인물인 '나'의 이야기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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