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시비걸기로 살펴본 ‘김연수’와 ‘히라노 게이치로’
김연수 vs 히라노 게이치로
이쯤이면 내 시비걸기의 이유는 어느 정도 논술이 된 셈이다. 그렇담 이제 김연수의 작품에 대해 알아볼 일이다. 방식은 생뚱맞게도 '김연수 vs 히라노 게이치로'의 구도를 통해서다.
“이번 소설을 통해서 작가로서의 장취성(將就性)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김연수는 독자들의 읽고 싶은 욕구에 좀더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서사미학을 찾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5회 황순원문학상 심사위원이 김연수의 중편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 대해 촌평한 부분이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는 실로 오랫동안 잠복했던 내 안의 투사기질(?)이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끝내 그에 시비를 걸고 말겠다는 치기로운 충동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로부터 한 달여 동안 오로지 시비걸기를 위해 김연수의 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읽어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읽은 것’이 아니라 ‘읽어냈다’고 표현할 만하다. 그만큼 그의 소설들은 낯설고 어렵다. 바로 그 점이 위의 촌평을 이끌어낸 빌미였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독자들의 읽고 싶은 욕구에 좀더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서사미학을 찾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인데, 그럼에도 ‘작가로서의 장취성은 인정받’은 것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그럴듯하게 보이면서도 실은 지극히 엉성한 모순어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