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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의 진수를 말하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둘째 치고, 그들의 풍부한 성량에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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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만 실상 내용은 특별할 게 없는 공연이 있고, 작품은 튼실하지만 재미가 부족한 공연이 있다. 따라서 흔히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는 공연은 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울고 나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 웃음이 아닌 격한 감동에 희열을 느끼게 되는 공연. 그런 면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완성도는 올해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 가운데 으뜸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최연소 지킬 김우형의 매력

주인공의 비중이 그 어느 공연보다 큰 ‘지킬 앤 하이드’.
인간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하려던 지킬은 결국 자기 자신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단행하고, 선을 상징하는 ‘지킬’과 악으로 가득 찬 ‘하이드’로 나뉜다. 지킬과 하이드는 의상이나 머리모양, 목소리, 표정 등으로 확연히 차별화된다. 그러나 이 극명한 차이 때문에 탄탄한 연기력이 없다면 도저히 소화해 낼 수 없는 인물이다.

이번 공연에는 조승우와 류정한 외에 김우형(25세)이 최연소 지킬로 새로 캐스팅됐다. 조승우 지킬의 인기야 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하는 것이고, 이번 공연에서는 김우형의 활약이 눈부시다. 올해 초 예술의전당 공연 때 지킬 커버(주연 배우가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대역)였던 그를 지킬로 전격 캐스팅한 제작진의 선택은 탁월했다. 185cm의 훤칠한 키에 큼직한 이목구비, 신인답지 않은 섬세한 연기, 무엇보다 풍부한 성량!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고, 그 우세함을 무대 위에서 유감없이 드러낸다.

지킬에게 치료받고 있는 루시 - 소냐
지킬 앤 하이드, 숨 막히는 1인2역!

깔끔한 슈트 차림에 단정하게 빗은 머리, 점잖은 음성에 친절한 몸가짐을 가진 지킬은 자신이 개발한 약을 주입하고 상황을 주시한다. 선과 악이 분리되면 과연 어떤 변화가 생길까? 무대 위는 물론 관객들도 숨죽이고 바라보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다. 그러나 마음을 놓는 그 간발의 순간, 지킬은 거친 목소리를 내지르며 하이드로 변한다. 온 몸에 약이 번지면서 발작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지만, 무엇보다 처음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하는 그 순간이 결정타다.

가장 극적인 무대는 지킬과 하이드가 한 장면에 나란히 등장하는 부분이다.
자, 무대를 상상해보자. 앞선 장면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절반은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정갈한 옷차림의 지킬이, 다른 반쪽은 풀어헤친 머리에 걷어붙인 소맷자락의 하이드가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45도 각도로 돌아서 조명을 받자 지킬이 보인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지킬은 본연의 미성으로 자신을 지키겠노라 말한다. 그러자 바로 반대쪽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게 꺾은 하이드가 조명 앞으로 돌아서며 거친 목소리로 하이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외친다.

눈으로 직접 무대를 보면서도 도저히 한 명이 연기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고도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완벽한 1인2역 연기다! 온순함과 광기, 친절함과 카리스마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지킬과 하이드의 대화가 지속되면서, 연기자가 실제로 지킬과 하이드로 분리된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사랑을 노래하는 지킬과 엠마
연기자들 풍부한 성량 돋보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둘째 치고, 그들의 풍부한 성량에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지킬 역의 김우형을 비롯해 지킬의 약혼자인 엠마 역의 이혜경, 클럽 댄서인 루시 역의 소냐, 지킬을 끝까지 믿고 지원하는 어터슨 역의 김정민, 덴버스 경 역의 김봉환 등 모든 연기자의 발성이 득음의 ?지다. 대화를 나눌 때는 성우 같고, 노래를 부를 때는 마치 성악가 같은 쩌렁쩌렁한 울림이 무대를 더욱 견고하고 세련되게 융합한다.

특히 엠마와 루시가 지킬을 생각하며 서로 주고받는 노래에서는 엠마의 맑고 여린 음색과 루시의 호소력 짙은 힘 있는 음색이 대조를 이뤄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잘 꾸며진 무대와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자칫 소홀하기 쉬운 무대와 의상이 큰 몫을 담당했다.

첫 무대는 정신병동. 무대 밖에서 볼 때 공간을 나누는 구조물에 의해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와 분주히 움직이는 간호사, 치료에 전념하는 지킬의 모습이 각각 보인다. 또 다른 무대는 지킬의 실험실. 수많은 책과 실험도구가 잘 차려져 있는 데다 위쪽에는 대형 거울도 마련돼, 지킬이 하이드로 바뀔 때 발작하는 모습이 이중으로 전달되면서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밖에 거실과 무도회장, 술집 등 각 장면마다 근사한 무대가 펼쳐지며, 게다가 이렇게 잘 짜여진 무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등장해 한 단계 향상된 무대연출의 기술을 가늠케 했다.

조승우 공연을 놓친 분들을 위해
화려한 의상도 시선을 끈다. 시대는 1885년 런던. 슈트 차림의 남자 배우들은 물론, 엉덩이 부분이 풍성한 화려한 드레스에 모자를 쓴 여자 배우들의 의상은 그야말로 볼거리다. 의상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 번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베스트 드레서는 엠마! 무도회장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로, 평상시에는 지적이면서 우아한 의상으로, 또 결혼식 장면에서는 천사 같은 예복을 입고 나와 여성 관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지킬 앤 하이드’는 개인적으로 뮤지컬의 새로운 매력을 일깨워준 공연이다. 그런 만큼 올 여름 내로라할 뮤지컬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게 돼 마음이 다 설렌다. 특히 기대되는 공연은 현재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미스 사이공(세계 4대 뮤지컬 가운데 하나로 김우형의 누나 김아선이 여주인공 킴 역할을 맡았고, 9월에 서울 무대에 오른다)’과 오는 19일부터 내한공연을 펼칠 매튜 본(남성 ‘백조의 호수’로 유명)의 ‘가위손’이다.

이들 공연에서 ‘지킬 앤 하이드’를 뛰어넘는 감동을 맛볼 수 있다면 <공연으로 보는 세상>을 연재하느라 여름휴가를 못 가도 전혀 아쉽지 않을 것 같다(^^).

2006 지킬 앤 하이드
2006년 6월 24일 ~ 8월 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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