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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부인의 불륜, 라듐보다 매혹적이고 치명적이었던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사랑과 20세기 초 학문 발전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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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 전집 시리즈는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 세트씩 꽂혀있는 익숙한 시리즈입니다. 그 중에서도 빼놓지 않고 나오는 기본 인물들이 있는데, 이순신, 에디슨, 링컨 등과 함께 퀴리 부인이 있습니다. 퀴리 부인은 성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이 아니니 마리 퀴리라고 부르도록 하지요. 그녀는 과학자 중에 매우 보기 드문 여성인데다가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기 때문에 쉽게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전기’가 아닌 ‘위인전’이라고 그 시리즈들을 부르는 만큼 마리 퀴리의 ‘위인전’에는 ‘위인’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내용은 당연히 들어가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해로울 수 있는, 불륜과 같은 이야기는요.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유대계 폴란드인인 마리는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퀴리와 결혼하면서 마리 퀴리라는 이름을 갖습니다. 그러나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에르 퀴리는 비오는 어느날 마차에 깔려 죽고 마리는 혼자 남습니다. 그리고는 피에르 퀴리의 제자이자 전자기장 연구로 이름을 알린 유부남 동료 폴 랑주뱅과 위험한 관계를 갖습니다. 파리 어느 곳의 아파트에 집을 마련해 밀회를 갖던 두 사람은 그러나 마리의 연애편지가 폴의 부인에게 발각되면서 위기에 봉착하고, 이는 곧 언론에 알려지면서 일대 파문을 몰고 옵니다. “유대계 폴란드인, 프랑스인 가정을 파탄시키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인해 격앙되었던 감정이 채 식기도 전에 터진 이 불륜 사건은 그녀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마저도 반대하는 물결을 만들며 마리 퀴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고갑니다. 결국 폴은 마리를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갔고, 마리는 방사능에 오염되고 사랑에 상처받은 채 쓸쓸히(노벨상을 두 번 받은 그녀의 장례식에는 열명도 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에르 퀴리의 곁에 묻히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실제로 존재했던 마리 퀴리의 불륜 사건입니다. 소설 『마리퀴리의 지독한 사랑』은 실존했던 두 개의 사랑 이야기를 교묘한 허구로 엮어 현대의 서막을 열던 시기의 과학과 인문, 사회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비록 한국에는 마리 퀴리만 유명하기에 퀴리의 이야기만 제목으로 노출되었지만, 책의 원제는『Boken Om Blanche Och Marie』로, 스웨덴어를 알지 못해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마리와 블랑슈의 이야기』 정도의 의미인 듯 합니다. 마리 퀴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블랑슈 비트만의 사랑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죠. 블랑슈 비트만은 현대 심리학의 기초를 만들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스승이기도 하며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적 격리수용의 대표적 기구로 자주 예를 들었던 살페트리에르 병원의 정신과 담당의사였던 장 마르탱 샤르코의 연인이자 주요 환자였습니다. 최면술을 이용한 치료 연구에 몰두하던 샤르코에게 히스테리 환자였던 블랑슈 비트만은 최고의 연구대상이자 연인이었습니다. 마리 퀴리와 블랑슈 비트만, 사랑 이야기를 담은 두 여인은 소설 속에서 블랑슈가 병원을 나온 뒤 마리 퀴리의 연구실 조수로 일하면서 만나게 된다는 형식을 갖추게 됩니다. 『마리퀴리의 지독한 사랑』을 읽는 독자들은 크게 두 덩이의 의미를 가져갈 수 있을 듯 합니다. 하나는 마리 퀴리와 블랑슈 비트만이 겪은 치명적 사랑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유럽 사회가 인문, 사회, 예술 등 제반 영역에서 보였던 발전의 현장을 그린 스케치입니다. 책 표지의 카피마냥 마리 퀴리의 사랑은 매우 치명적이면서도 매혹적입니다. 특히 그녀가 연구했던 라듐이라는 원소가 갖는 느낌이 그녀의 사랑과 너무도 동일하기에 이야기의 매력은 한층 더해집니다. 원자량 256의 라듐은 방사성 원소로, 스스로 일정량의 푸르스름한 빛을 불규칙하게 발하면서 라돈으로 변화하는 원소입니다. 그 빛에 처음 라듐을 본 이들은 매료되었고 다양한 제품들의 발광재로 쓰였으나, 그 방사능은 결국 연구자인 퀴리를 방사능 노출이라는 파멸의 길로 이끌었고, 조수 블랑슈를 사지절단의 길로 몰아넣는 치명적인 독이기도 했습니다. 퀴리는 라듐에 인생을 걸었으나 라듐은 그녀를 버렸고, 또한 퀴리는 폴과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으나 또 한번 폴은 그녀를 버리고 맙니다. 자신의 일과 사랑 모두에게 버림받은 그녀의 죽음은 쓸쓸하고 한기가 흘러넘칩니다. 그 사랑 이야기만으로도 돋보일 수 있는 책이지만, 그보다 더 제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이 보여주는 방대한 20세기 초에 걸친 스케치입니다. 그 스케치는 인문, 사회, 예술 등 일반적인 학문의 영역에 굉장히 여러 군데로 다리를 걸치고 있어서 이 책은 절대 술술 읽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설은 여성 히스테리를 연구하기 위해 여성의 몸에 압점(壓點)을 그려넣고 그 부분을 눌렀을 때 여성이 여러가지 반응을 한다고 주장하는 샤르코와 그 실험대상자 블랑슈를 보여줍니다. 이는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여긴 당대의 신경심리학계가 가졌던 성적 편견의 핵심을 은연 중에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특히 샤르코의 제자로 잠깐 등장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대한 언급은 현대 심리학이 갖는 남근중심주의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시도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또한 여성 참정권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마리 퀴리가 폴과 함께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폴은 용서받고 퀴리는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당대 최고의 과학자조차도 성적 편견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의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샤르코의 연구장소인 살페트리에르 병원에 대한 묘사에서는 근대적 권력기구 중 하나인 당시의 병원이 환자 뿐 아니라 거렁뱅이, 광인 등을 모두 한 덩어리로 묶어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병원 안에서 모습을 보이는 몽마르트의 무희 잔 아브릴은 실존 인물로 화가 로트렉의 그림에 자주 등장했던 인물입니다.) 문제는 이런 복잡하고 광범위한 유럽사 전체에 걸친 배경 지식이 없이는 소설 자체가 다루는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역자가 간간이 역주를 넣으면서 분전하고 있지만 원문 자체가 독특하게 쓰여진 탓인지 그 느낌은 ‘난해하군!’이 강합니다. 툭툭 끊어지는 문체와 일기장의 내용에 기대어 서술하는 비선형적 서사 때문에 눈과 머리가 모두 혼란스럽지만 다루는 주제 자체는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워 쉽게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습니다. 특히 과학과 심리학이 극도로 발달하고 있던 퀴리와 샤르코의 시대에 대한 방대한 자료 수집은 읽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입니다. 소설적 장치를 통해 과학의 여인과 심리학의 여인이 만나 함께 지내는 것 또한 그 담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유럽 작가가 아니면 다루기 어려울 듯한 방대함과 섬세함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소설 『마리퀴리의 지독한 사랑』, 결코 만만하진 않은 책이지만 이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즐거운 도전이 될 듯 합니다. ----------------------------------------------------------- 작가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는 누구? 스웨덴 문학의 거장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는 1934년에 스웨덴 요그뵐레에서 태어나, 1961년에 첫 소설 『수정 같은 눈동자』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60년대에는 주로 문학과 연극 비평을 신문과 잡지에 기고해왔으며, 현재 스웨덴 문화평의회 회원이다. 크비스트는 『찻길』, 『헤스』, 『군단(軍團)』, 『악사들의 출발』, 『추락 천사』, 『주치의의 방문』, 『마리퀴리의 지독한 사랑』등 사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삼십 여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유럽 문단의 각종 상을 휩쓴 스웨덴 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 『마리퀴리의 지독한 사랑』은 어떤 책? 라듐보다 치명적인, 혹은 매혹적인 마리 퀴리의 사랑!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마리 퀴리의 세기적 사랑을 다룬, 엔크비스트의 대표작. 우리에겐 냉철한 과학자 퀴리 부인으로 더 잘 알려진 마리 퀴리는, 남편 피에르 퀴리가 죽은 후 찾아온 마지막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던졌다. 이 책은 마리 퀴리가 발견한 라듐만큼 치명적인, 혹은 그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그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스웨덴의 거장 엔크비스트의 방대한 자료조사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스웨덴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번역 소개되어 유럽 대륙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엔크비스트는 국내에서 이 책으로 처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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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의 지독한 사랑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저/<임정희> 역8,1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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