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어린이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범유진 작가가 신작 장편 소설로 돌아왔다. 『친구가 죽었습니다』에는 가장 친한 친구, 설아의 죽음을 겪은 보름과 이재가 영혼을 수놓는 가게 다닝에서 마주치며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담겼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첫날,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친구 설아의 부고가 들려온다. 그리고 며칠 후 도착한 설아의 이메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영혼을 수놓는 가게에 가도록 해.
『친구가 죽었습니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사람은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면서 성장합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실은 커다란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그 상실이 불의에 의한 것일 때, 상실을 납득하지 못했을 땐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되지요. 『친구가 죽었습니다』는 상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혼을 수놓는 가게, 다닝'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요. 처음 이 이야기를 떠올린 계기가 있으신가요?
강릉에 여행을 갔을 때 강릉 자수 전시회를 봤습니다. 아주 작은 땀이 모여서 그렇게 이름다운 작품이 된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자수'라는 건 손끝으로 더듬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체적인 상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눈으로 볼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것을 확인하기도, 치료하기도 힘들고요. 그런 의미에서 자수라는 물성을 지닌 행위를 통해 마음을 더듬어 보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영혼을 수놓는 가게'인 다닝이 탄생했습니다.
보름과 이재는 설아의 죽음 이후 강릉으로 향해요. 아이들을 집에서 먼 장소로 보내신 이유가 있나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일상은 더이상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일상이 흔들려 버리는 거예요. 그렇기에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오히려 일상 밖의 장소로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주인공들은 전쟁으로 인한 현실의 상실을 회복하기 위해 옷장을 통해 나니아로 갑니다. 강릉은 보름과 이재에게는 그런 곳입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행위는 일상에서의 일탈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보름과 이재에게는 오히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었던 거지요.
집필하는 동안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폭력의 정도를 어디까지 노출해야 하는가가 많이 신경 쓰였습니다. 현실의 폭력은 훨씬 잔인하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상에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정도로 녹록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것만이 답이 될 수도 없고요. 고민을 할수록 어려운 부분이고, 완벽한 답은 없지 싶습니다. 계속 고민하는 수밖에요.
'이상하지 않냐. 무사히 학교 다니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모른 척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요.
폭력은 권력과 연결되고, 학교는 공간 자체가 다양한 권력층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구조적인 변화 없이 폭력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낙관적인 생각이죠. 『친구가 죽었습니다』의 '강한봄'은 폭력에 익숙한 인물입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응하는 법도 알고 있는 사람이고요. 그런 강한봄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의 폭력을 못 본 척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폭력은 그런 거예요. 절대적인 악인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 폭력은 구조적이고, 그 구조 안에서 사람은 흑과 백 양쪽으로 완벽하게 나누어지기 어렵습니다. 학교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 폭력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환상에 가깝지 않을까요.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방관했던 학생도 모두 가해자다, 라는 말을 굉장히 쉽게 하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폭력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못한 학교야말로 거대한 방관자이자 가해자 아닌가요? 학교를 그렇게 만든 어른들이, 아이들을 향해 너희도 가해자였다고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이야기에는 보름과 이재 외에도 설아, 한봄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요. 이야기를 쓰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인물이 있으셨나요?
모든 등장인물이 마음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설아가 많이 생각납니다. 설아가 겨울이 춥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 주는 친구로 남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죽었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폭력과 상실을 경험했을 때 혼자 버티지 않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다닝을 찾아냈으면 좋겠어요. 다시 만나기를 바라고, 『친구가 죽었습니다』를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범유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하루를 위로하는 초콜릿 같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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