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릿> 에디터가 제안하는 리뷰 프로젝트
스무 살의 저에게 『나를 리뷰하는 법』을 선물하고 싶네요. 그랬다면 나에게 조금은 더 관대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을 거예요. 나를 꾸준히 리뷰하다 보면 나를 미워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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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에디터

월말, 연말 즈음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 불안하다면?

분명 일하고 놀고 어딘가에 가고, 뭔가를 사고, 먹고, 보았지만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나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달에 한 번 나를 리뷰해보자!

언제나 중요한 건 기록보다 리뷰다. 영화를 보면 별점을 매기고 한 줄 평을 남기듯이 이제 '나'를 리뷰해보는 것이다. 내가 먹고 보고 쓰고 만나고 경험한 것들을 모으고 회고하다 보면 흐릿했던 내가 또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트렌드 미디어 <캐릿>의 김혜원 에디터는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나를 리뷰하는 법』에 소개된 나를 리뷰하는 12가지 방법으로 매달 나의 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지금 내 감정이나 행동의 이유에 대해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제목이 독특합니다. 보통 책 리뷰, 영화 리뷰, 식당 리뷰는 많이 하지만 '나'를 리뷰해본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나를 리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보통 사람들은 인상적인 경험을 하면 리뷰를 쓰잖아요. 근데 리뷰라는 게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일단 그 대상을 꼼꼼히 관찰해 봐야 하죠. 식당 리뷰를 예로 들면 인테리어, 접객, 음식의 맛, 가격 등등. 그 식당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거니까.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이해하게 돼요.

그런데 영화 리뷰도 쓰고 업무 리뷰도 하면서, 정작 '나'라는 존재는 너무 띄엄띄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번 달엔 잘 살았나?', '누구랑 어디서 뭘 먹고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지냈나?' 되물어 보면 기억나는 게 없는 거예요. 거기서 주기적으로 일상을 회고해 볼 필요성을 느꼈고. 말 그대로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라 '리뷰'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는데요. 실제로 '월간 리뷰'를 해보시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일까요?

매달 나를 리뷰해보면 새삼스러울 때가 많아요. 막연히 '나'라고 짐작했던 모양과 월간 회고를 통해 재조립한 내 모습은 꽤나 다르거든요. 나도 몰랐던 나의 디테일을 알게 될 때 재밌어요. 카카오톡 대화를 회고하면서 '요즘 이런 이모티콘을 자주 쓰는구나', '연락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네' 같은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일기장에 '힘들다'라는 말을 매일 같이 쓴 걸 보면서 번아웃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도 해요. 나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내 자신이 볼펜으로 대충 그린 졸라맨 낙서같이 느껴졌었거든요. 이 밋밋한 캐릭터를 데리고 평생을 어떻게 사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했어요. 그런데 주기적으로 나를 관찰하고 리뷰하는 요즘은 나라는 존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인식해요. MBTI나 사주팔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나를 리뷰하는 법』에는 일기, 콘텐츠, 소비, 사람 등 나를 리뷰하기 위한 12가지 주제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월간 리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주제가 있을까요?

'월간 리뷰'가 요리라면, 기록은 재료 쇼핑에 비유할 수 있을 텐데요. 평소에 기록을 열심히 해두지 않은 분들은 뭘 보고 리뷰를 해야 하나 막막하실 거예요. 재료가 빈약하니까요. 그럴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소비 기록'입니다.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더라도 돈을 쓴 흔적이 어딘가엔 남으니까요. 그리고 소비 기록은 의외로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줘요. 취향부터 라이프 스타일, 가치관까지...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건 '좋아요 트레킹'입니다.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플랫폼에는 내가 '좋아요' 누른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내가 남긴 '좋음'의 흔적을 되짚어가며 지난 한 달 동안 뭘 보고 살았는지 리뷰해볼 수도 있어요. 매일 보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유튜브 영상, 인스타 게시물처럼 습관처럼 소비하는 것들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커요.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님은 자타 공인 '기록 생활자', '일기 인간'인데요. 기록을 하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기록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완벽한 기록에 대한 강박이 도리어 기록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기록이 꼭 '글'의 형태여야 할 필요도 없고. 숙제하는 것처럼 같은 노트에 매일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한 달은 30일이나 되고, 1년은 365일이나 되잖아요. 하루 이틀쯤 빠져도 큰일 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흐름을 파악하는 거니까. 저도 너무 바쁠 때는 일기 대신 주기를 씁니다. 매일 쓸 수 있는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일단 빈칸으로 둬요. 그리고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에 밀린 일기를 씁니다. 그날 뭐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면 카톡 대화 내역이나 휴대폰 사진첩의 도움을 받고요. 

경험상 '올해는 3년 일기장을 꼭 쓸 거야!'처럼 단 하나의 기록을 목표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았어요. 저는 올해 종이 일기장 3권을 동시에 쓰고 있고, 단상들을 기록하는 용도로 휴대폰 앱도 2개나 쓰고 있는데요. 짐스러워서 두꺼운 일기장을 들고 가지 못한 여행지에서는 여행 일기장에 기록을 하고. 피곤해서 종이 일기 쓸 기력이 없는 날에는 휴대폰 일기 앱에 이모티콘으로 그날의 기분을 간단하게 표시하는 걸로 대신합니다. 이렇게 일상 곳곳에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는 게 도움이 돼요.



『나를 리뷰하는 법』의 부록 「셀프 아카이빙 템플릿」을 통해 다양한 기록 리추얼도 소개해 주셨는데요. '이거 너무 좋은데 왜 안 하지?' 싶은 리추얼이 있으시다면요?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 어려운데요. 우선은 '음주 페이퍼'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고 혼술을 즐기면서 생긴 취미인데, 술집 바 테이블에 앉아서 낙서를 하는 거예요. 의식의 흐름대로 지금 먹고 있는 술의 맛에 대해서도 쓰고, 옆자리 손님들의 흥미로운 대화 내용에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갓생 사는 사람들이 쓴다는 '모닝 페이퍼'를 응용해봤어요. 느낌은 좀 다르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는 점만은 비슷해요. 일기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 혼자 보는 일기에도 100퍼센트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름 유의미한 글쓰기 경험이에요. 

매달 안 해본 짓을 하고 깨달음 이자를 매기는 경험 저축 리추얼도 추천해요. 나이가 들수록 이미 해본 일, 잘할 수 있는 일만 반복하게 되잖아요. 의식적으로 낯선 선택지를 골라 보는 거예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나온 대사처럼 "한 번도 안 해봤던 걸 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요.

<대학내일>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트렌드 미디어 <캐릿>을 운영하는 10년 차 직장인이신데요.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꾸준히 책을 내시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요.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면 이런 어른이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직장 생활을 하며 배우는 삶의 지혜가 정말 많거든요. 글 쓰는 저도 좋아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생활력을 길러가는 인생도 마음에 들어요.

반대로 작가 활동을 하지 않고 직장 생활만 했다면 이렇게 오래 회사를 다니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니까요. 물론 두 직업을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진 않아요. 하지만 잠을 줄이고, 주말을 포기할 만큼 두 가지 일 모두 많이 좋아해요.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지구력이 좀 좋은 편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계속하는 일만은 자신 있어요.

이 책을 딱 한 사람에게만 선물할 수 있다면, 그 상대가 누구인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무 살의 저에게 『나를 리뷰하는 법』을 선물하고 싶네요. 그랬다면 나에게 조금은 더 관대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을 거예요. 나를 꾸준히 리뷰하다 보면 나를 미워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MBTI, 사주팔자보다 더 디테일하게 '나'를 알고 싶은 사람, 일상의 의미를 찾고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사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은 사람, 3월부터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서울 북쪽 조용한 동네에서 여러분의 '월간 인생 리뷰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있을게요!



*김혜원

에디터 그리고 낭만파 캠퍼. 인천 출신. 바다를 메워 만든 동네에서 자라 바다를 동경하며 남의 동네 바다를 자주 기웃거린다. 아직 모자란 인간이지만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렇게 밥벌이를 하며 산다. 읽고 나면 맥주가 당기는 글, 캠핑을 가고 싶어지는 글, 뭔가 끄적이고 싶어지는 글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간지 <대학내일>에서 글을 썼고, 지금은 트렌드 당일 배송 미디어 <캐릿>의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나를 리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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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