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고 외롭고 슬픈 날, 눈물을 삼키지 말라며 다독여 주는 다정한 그림책 『눈물문어』가 출간되었다. 한연진 작가는 시각적 연출이 뛰어난 감각적인 그림과 특유의 기발한 발상, 뜨개실로 엮은 듯 잘 짜인 서사로 한층 무르익은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 세상의 모든 울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눈물문어』의 뒷이야기를 작가와 나눠 보았다.
표지 속 눈물문어와 주인공 아이가 서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참 다정합니다. 새 책이 나온 소감이 어떠신지요?
책이 나오면 항상 기쁩니다. '우아!' 하고 크게 외쳤어요. 『눈물문어』는 2023년을 시작하면서 나왔습니다. 마치 '기운찬 한 해가 될 거야!'라며 응원받는 기분이 들어서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져요.
실컷 울고 속상한 마음을 날려 보내는 과정이 시원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실 때 가장 염두에 두신 점과 가장 어려웠던 점이 궁금합니다.
주인공 소진이 슬픔을 해소하는 장면을 독자들이 공감해 주었으면 했어요. 소진이와 눈물문어가 함께 놀이하는 장면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소진이와 눈물문어가 놀이를 통해 속상한 감정을 해소할 때, 독자들도 함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장면을 구성해야 했죠. 특히, 실컷 울고 놀이를 시작하는 전환점인 코 푸는 장면이 중요했습니다. 처음에 구상한 장면은 지금과 달랐어요. 눈물문어의 수많은 다리로 휴지를 착착 뽑아서, 소진이의 기다랗고 노란 콧물을 닦아 주는 코믹한 요소를 넣은 스케치였죠.
하지만 시각적으로 좀 더 시원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섬네일과 스케치를 다양하게 그려 보았는데, 완벽히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찾아가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편집팀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긴 과정 끝에 소진이가 팽! 코를 풀고 눈물문어가 방울방울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이 탄생했어요. 실컷 울고 난 다음, 꽉 막힌 코를 힘차게 풀고, 주체적으로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시각적으로도 눈물문어가 흩어지는 모습에서 훨씬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고요.
독특한 질감과 과감한 타이포그래피가 어우러진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림 스타일은 어떻게 잡아가셨는지요?
저는 그림책을 작업하는 과정 중에서 그림 스타일을 잡아갈 때가 가장 괴롭고 가장 재미있어요. 망쳐도 부담 없는 저렴한 켄트지를 꺼내 놓고 일단 손이 닿는 대로 그려 봤습니다. 처음에는 아크릴과 연필을 사용해서 작업했어요. 눈물은 물로 이루어진 것이니, 수채화로 그려야 한다는 뻔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발버둥이었죠.
하지만 역시나 묵직하고 탁한 느낌을 주는 아크릴은 탈락이었어요. 그 밖에도 디지털, 건식 크레용 같은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 수채 물감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눈물방울이 주는 맑은 파란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정통의 수채화 느낌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판화로 찍어 낸 듯한 느낌을 내 보았습니다. 수채 물감과 잉크를 함께 사용해서 조금은 묽은 느낌으로 찍어 보니, 지금의 눈물문어와 같은 독특한 질감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속상한 날, 실컷 울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토닥여 주는 '눈물문어'라는 따스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소재와 이야기의 영감은 주로 언제 어디서 얻으시나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 영감은 보통 뜬금없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어느 날은 한 장의 이미지가 떠오를 때도 있고, 한 문장이 생각날 때도 있어요. 또, 정말 운이 좋으면 후루룩 이야기가 완성될 때도 있죠. 작은 영감이라도 찾아온 날에는 꼭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 둬요.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즐겨요. 과학적 사실을 찾아보는 일도 좋아하고요. 전시나 영화, 책을 통해 신선한 문화를 접하기도 해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불쑥 찾아오는 영감을 수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눈물이 많아 별명이 수도꼭지인 작가님을 꼭 닮은 딸을 응원하며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딸이 울 때 작가님은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작가님만의 속상한 마음 해소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꽤 엄한 엄마 밑에서 자랐어요. 울 때마다 혼났던 기억이 많거든요. 그래서 눈물이 많은 제 딸을 보면서 '울지 말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 다짐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저희 딸을 보면서 '그렇게 울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래?'라고 말하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저는 '그 정도는 울 일이 아닌 것 같아'라며 딸의 감정을 속단하는 말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물문어』를 만들고 난 지금, 아이가 울어도 꾹 참고 기다리려 노력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남편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결혼 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속상한 일이 생겨도 울 만큼의 여유가 없더라고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날도 있고, 정말 속상할 때는 많이 울고 많이 누워 있어요. 『눈물문어』 속 소진이처럼 혼자 울면서 속상했던 상황을 되짚어 봐요. 그 순간을 반복해서 직면하다 보면, 딱지가 앉는 것처럼 서서히 해소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위즈덤하우스 그림책 워크숍'의 1기 출간작입니다. 한 권의 더미를 오롯이 완성시키셨는데요. 지난 과정을 돌아보니 어떠신지요?
한마디로 '해냈다!' 이런 느낌이랄까요? '위즈덤하우스 그림책 워크숍'을 신청한 이유는 어떤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일지 시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워크숍을 통해 여러 시도를 하면서 탄탄한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또, 편집자분들과 『눈물문어』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면서, 저도 성장해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해서 독자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늘 배우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도 많이 공부해서 이야기 잘 꾸려 가도록, 즐겁게 작업하도록 노력할 테니 따스한 눈으로 지켜봐 주세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려고 꿈틀거립니다. 지난 힘들었던 날들을 잘 버텨 내었으니, 이제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고 응원해 드리고 싶어요.
*한연진 (글·그림) 눈물이 많아 별명이 수도꼭지인 저와, 그런 저를 꼭 닮아 눈물방울을 달고 사는 저의 딸 소이.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울보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 코 한 번 팽 풀고 내 안의 눈물문어와 신나게 뛰어놀며 말끔히 눈물방울을 날려버리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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