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생활에 관한 노하우를 담은 『생각의 쓰임』, 여행에서 발견한 고객 중심 사례를 모은 『도쿄의 디테일』과 『교토의 디테일』의 저자 생각노트가 신작 『디테일의 발견』으로 돌아왔다. 생각노트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101가지 한 끗을 이 책에 담았다. 공간과 제품, 서비스의 디테일을 포착하는 생각노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각노트님은 '디테일'이라는 키워드를 꾸준히 다루고 있습니다.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디테일은 고객을 더 깊게, 그리고 더 끈질기게 바라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 같아요. '고객 입장에서 어떤 점이 불편할까?', '무엇을 더 필요로 할까?'라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독창적인 기획물이라 할 수 있죠. 고객을 향한 이런 진심이 제 마음을 사로잡곤 했어요. 제가 느낀 감흥을 더 많은 분께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노트'라는 부캐를 통해 디테일 관찰자 및 전파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제 업에 적용하기 위한 스터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현재 IT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데요.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업의 태도라 여기고 있습니다. 기획에만 몰두하다 보면 무뎌지곤 하는 고객을 향한 감각을, 제가 개인적으로 모은 디테일 사례를 보며 깨웁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수많은 기획자들의 레퍼런스를 교재로 삼아, 저도 고객을 사로잡는 기획자가 되길 바라보는 것이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디테일을 분석하는 생각노트 작가님의 관점인 것 같습니다. 생각노트 작가님처럼 디테일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분석해보고 싶어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그런 독자들이 무엇부터 해보면 좋을까요?
『생각의 쓰임』에도 언급했지만, 제 관점은 크게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바로 '왜 그럴까?'와 '어떻게 그럴까?'입니다. 현상을 그대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생각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저만의 관점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추천하는 방법은 '관찰과 발견'입니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변화를 읽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통찰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왜 저 브랜드 옷을 입은 사람이 많이 보일까?',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사람들은 어떤 음료를 많이 주문할까?', '요즘 10대는 카페에서 어떻게 공부를 할까?' 등을 의도적으로 들여다보는 거죠. 그런 연습을 하다 보면 자신의 눈에만 걸리는 것이 반드시 있고, 이는 온전히 자신만의 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1가지라는 큰 숫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숫자 중에 왜 101가지였는지,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디테일은 무엇이었는지 소개해주시겠어요?
편집자님께서는 맨 처음 매일 1편씩 1년간 읽는 디테일 365를 제안했지만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너무 많았어요.(웃음) 디테일이라 생각되는 소재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디테일을 글로 풀어 쓰는 과정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럼에도 책 기획 초기에 합의를 이룬 레퍼런스 북 느낌은 그대로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짓수를 묶어서 보여줄 때 풍성함을 전할 수 있는 매직 넘버를 찾게 되었고, 그렇게 발견한 숫자가 101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디테일은 첫 원고였던 '영양제 디테일'입니다. 저는 식도가 약해서 캡슐 사이즈가 큰 영양제를 잘 삼키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영양제를 구매할 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보통의 영양제는 캡슐 사이즈를 개봉해야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한 브랜드의 영양제를 발견하고는 마치 위안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바로 실제 캡슐 사이즈를 영양제 통에 표시해 놓은 거예요. 그 덕분에 영양제를 구매하기 전에도 캡슐 사이즈를 알 수 있어서 걱정을 덜게 되었죠. 모든 디테일이 인상적이지만, 제게는 걱정을 줄여주는 디테일에 가장 호감이 크게 가는 것 같습니다.
'환경친화적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디테일은 브랜드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점점 눈에 보이는 환경 친화적 디테일이 많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디테일의 발견』에서 소개한 한 편의점의 에코컵, 파트 오브 카페가 티슈 대신 선보인 것, 잉크 사용을 아껴주는 폰트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 디테일을 다루면서 환경이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강력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디테일이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고객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우리가 만나는 브랜드는 이제 웬만해서는 다 잘해요. 고객의 눈높이가 올라가기도 했고, 정보의 접근성과 유동성이 좋아지면서 브랜드 경험이 상향 평준화된 이유가 크죠. 이렇게 다 잘하는 브랜드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에게 더 집중해야 하고, 그 집중은 디테일로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환경을 위한 디테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브랜드가 환경에 진심인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환경을 향한 진심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책에 담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디테일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얼마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디테일 중 하나인데요. 새로 오픈한 식당 앞을 지나가다가 용기 있는 선언을 발견하게 됐어요. 바로 '포장과 배달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안내 옆에는 '지구가 아파요'라는 문구와 함께 냄비를 직접 가지고 온 경우에 한해서만 포장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어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포장과 배달은 가게의 주 판매 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어요.
하지만 이 가게는 포장과 배달을 할 때 배출되는 쓰레기 때문에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판매 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했죠. 그리고 이 멋진 소신 덕분에 동네 커뮤니티에서 이 식당은 화제가 되었고, 많은 고객의 방문을 이끌어냈습니다. 저도 가급적 식사를 할 일이 있으면, 맛도 좋으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이 가게에 들르게 되었고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디테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의미 있는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을 가게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디테일의 발견』을 쓰시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독자도 이 디테일을 디테일로 느낄까?'라는 것이었요. 디테일에 관한 판단은 사실 주관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죠. '이것이 디테일이다!'라고 정해진 기준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만 그렇게 느낀 부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 후기를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을 거쳐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위주로 책에 싣게 됐어요.
또한, 저의 관점을 담기 위해 애써본 것 같아요. 단순한 사례의 나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디테일로 무엇을 생각하게 됐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새로 떠올렸는지 등 저의 관점을 풍성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관점이 도드라지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디테일의 발견』을 읽는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디테일에 관해 어떤 분은 이런 말씀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 것까지 누가 신경 쓴다고 그래?"라고 말이죠. 하지만 제가 경험한 디테일의 발견이 한 권의 책에 실려 많은 독자에게 닿게 된 것처럼, 어느 고객의 눈에는 분명히 걸릴 것이고, 그 사소한 경험이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고객에게 독특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이 그런 것까지 잘 챙긴 디테일 레퍼런스로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생각노트 IT 회사에 마케터로 입사해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다. 현재는 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생각노트는 입사 1년 후, 흘러가고 잊히는 사적인 생각을 잘 수집하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개인 블로그였다. 트렌드와 브랜드에 대해 '왜 이 트렌드가 떴을까?', '어떻게 이 브랜드가 주목받게 됐을까?' 질문을 던지며 사적인 생각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찾아보는 블로그가 됐고, 이를 시작으로 뉴스레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으로 1인 브랜드를 확장하며 현재는 약 10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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