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기잡이 어선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어린아이들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시호의 등판에는 갑판에 죽어 있던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시체꽃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범인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시호의 동생을 잔인하게 죽이고, 그녀의 등판에 끔찍한 문신을 새긴 것일까? 강력팀 형사가 된 시호는 자신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을 새기는 라플레시아 걸로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이유는 단 하나, 동생을 죽인 놈들을 붙잡기 위해서이다. 이 과정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얼굴 없는 시체가 발견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이비 종교 단체로 교인들을 조종하는 크고 어두운 세력들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꽃잎을 채운 시체꽃 문신에 숨겨진 은밀하고 잔인한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작가님을 추리 소설가의 길로 이끈 내면의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전공했었는데요. 소설 수업을 미루고 미루다 한꺼번에 다 듣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장르 소설가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러다 우울증을 앓게 됐는데, 그때 저에게 찾아온 게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였습니다. 그걸 읽고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읽었습니다. 일 년에 400권 정도 읽다가 4년 정도 되니까 저도 한번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쓴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 소설이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에, 두 번째 쓴 소설이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분에 당선되었습니다.
네 자녀의 엄마이며, 막내 자녀분이 중증 자폐 장애아인 현실에서, 첫 장편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을 집필할 시간을 어떻게 내셨나요?
사실은 지난해에 장편 2개를 쓰고 있었는데요. 아이들 돌보는 시간 외에는 먹고 자는 시간까지 전부 글 쓰는 데 올인했습니다.
등단한 지 햇수로 5년 만에 첫 장편을 내놓기까지 어떤 여정을 지나왔나요?
늘 숙제처럼, 관문처럼, 테스트처럼 앤솔로지 청탁이 들어와서 출판사가 제시하는 주제에 맞게 계속해서 글을 썼었어요. 그게 저를 단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제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첫 장편조차 그런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제가 썼던 단편 중에 경찰 스릴러를 출판사에서 마음에 들어 해, 청탁이 다 그쪽으로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중증 장애인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중증 장애인의 현실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쓰고 싶습니다.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은 <미스테리아>에 발표했던 두 단편을 이어 붙이고 확장해서 장편화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단편 두 개를 완전히 개작해서 냈는데, 단편 안에 있었던 장점들은 살리고 개연성 있게 이어 붙이는 게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첫 번째 단편이 가지고 있는 주제 의식에 두 번째 단편이 가지고 있는 액션 스릴러 장면을 가져오기 위해서 애썼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뒤쪽에서 포텐 터지게 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힘들었어요.
독자에게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작품 안에서 말씀이시죠? 마지막에 엄마가 복수하는 장면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싶은데 만약에 그 사람이 접근조차 힘들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더라도 그 사람과 일대일로 마주 보는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을까, 만약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나는 내 맨몸을 이용해서라도 죽이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에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의 고사 문제가 독자들 사이에서 흥미롭게 회자되고 있는데요. 소설을 쓰기 전에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특히, 첫 살인이 일어났을 때 식기세척기 사이에 치아가 남아 있는 장면 묘사를 보면 탄탄한 자료 조사를 하셨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사이비 종교 이야기는 처음 접근하는 모습부터 제가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 독박 육아로 마음 둘 곳 없이 지내던 제게 정말 친언니처럼 잘해주셨고, 그래서 일 년 넘게 마음을 줬던 언니가 있었는데, 1년 반쯤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사이비 종교의 포교 목적으로 저한테 잘해주셨던걸요.
그런데 제가 사이비 종교를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들을 읽어보니, 교리라든지 교주의 카리스마에 관해선 다루지만 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외롭고 힘든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 조사는 언제나 육화(肉化)될 정도까지 합니다. 거의 모든 종교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다만, 이 소설 속에서 불교 쪽 사이비 종교를 콘셉트로 다룬 건 기존의 사이비 종교 소설들이 기독교 쪽으로 치우쳐 있어서였습니다.
스스로 사회파 추리 소설가로 불리길 원하지만 공교롭게도 첫 장편은 경찰 소설입니다. 앞으로 '한새마표 추리 소설'은 어떤 행보로 흘러가게 될까요? 작가님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인간 내면의 악의와 삐뚤어진 본성을 다루되,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사회파 이야미스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긴 합니다. 그리고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을 애초에 3부작 시리즈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요. 2번째 소설이 나올 수 있도록 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한새마 대구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했다. 아이 넷을 키우며 늦깎이로 등단한 다둥이 엄마이다. 2019년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 「엄마, 시체를 부탁해」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9년 『죽은 엄마』로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 『괴이한 미스터리 저주편』에 「낮달」 수록, 『여름의 시간』에 표제작 「여름의 시간」 수록, 『2035 SF 미스터리』에 「위협으로부터 보호 되었습니다」 수록, 2021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최종심에 오른 「어떤 자살」로 『2021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에 수록했으며, 그 외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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