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 과학은 무엇일까? 대부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보면서 짤막한 설명 카드만 보고 지나가거나 시험을 위해 역사책에 나온 유물의 의미만 공부했던 것이 다일 것이다. 이 책은 발견된 유물이 박물관의 전시실에 입장하기 전까지 거치는 보존 처리실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유물에 숨겨진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화재와 보존과학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앞으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 어떤 문화유산을 남겨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거리 또한 던져주는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과학'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만든다. 문화유산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고 보존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 이 책을 쓴 저자에게 책에 대해 물어보았다.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03년부터 박물관으로 출근하고 있는 신은주입니다. 문화재관리학과를 진학해서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를 전공 후, 현재는 박물관에서 금속(철제, 청동)유물의 보존 처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보존 과학'은 어떤 일이고 작가님은 업무를 하시면서 느끼는 보존 과학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요?
'보존 과학'은 시간과 환경에 의해 깨어지고 흩어져버린 문화유산에서 선조들의 문화와 기술을 알아내어 감추어진 그 가치와 의미를 드러나게 하는 일입니다. 또한, 이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이 더해져, 선조들의 정신과 노력이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업무 중에 느끼는 보존 과학은 유물과의 사랑에 빠지는 일, 혹은 나 자신과의 싸움,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보존 과학실에 유물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끊임없는 구애를 시도합니다. 보통 '처리 전 조사'라는 과정부터 시작하는데요. 최첨단 과학 기기를 사용하여 유물의 재질·제작 방법·현재 상태 등을 조사합니다. 이때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보존 처리가 진행됩니다.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 '접합 및 복원'입니다. 이 과정에서 작디작은 편 하나를 제 자리를 찾아줘야 하는 등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만큼 가장 의미 있는 순간입니다.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재료별로 분류하여 문화재 이야기를 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처리하기 까다로운 재료는 무엇이고 가장 많은 문화재의 재료는 무엇일까요?
사실 보존 과학 분야에서는 재질별로 분류하는 것이 당연한 분류법입니다. 보통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무슨 시대의 유물'이라는 공식이 익숙해서 흥미롭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문화재를 구성하는 물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처리 방법이나 보존·관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존 과학은 재질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됩니다. 보통은 무기물(금속, 토기, 도자기, 석조)과 유기물(목재, 지류, 직물)로 크게 나뉘는데요. 유기물인 목재, 지류, 직물의 유물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편입니다. 그 때문에 무기물 유물보다는 까다로운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기물인 금속 유물도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처리 과정이 쉽지 않은 재료입니다. 결국 모든 재료가 다 처리하기 까다롭다는 이야기네요. 대부분의 발굴된 유물은 조사 연구한 이후에 국립 박물관으로 옮겨져 보존·관리됩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남아있는 문화재는 토기와 도자기이고, 가장 적은 유물은 씨앗과 같은 종자 류, 풀과 같은 초본 류 등이 가장 적습니다. 재질적 특성 외에 어떻게 처리되고 적절한 환경에서 보존·관리되느냐에 따라서 더 오래 존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작가님이 가장 기억나는 보존 처리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1971년 전라남도 화순 도곡면 대곡리에서 다뉴세문경, 팔주령, 세형동검 등을 비롯한 11점의 청동 유물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어 놀라게 했는데요.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도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37년이 지난 2008년 발굴 조사에서 2점의 한국식 동검(세형동검)이 다시 한번 출토되어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그전에 발굴된 청동 유물들과 함께 묻혔던 유물이 모이게 된 것이라 의미가 깊었습니다. 땅속에 묻혔던 역사가 드러나는 일 자체가 무척 뜻깊은데, 이렇게 다시금 발굴이 되었다는 것이 이 유적의 중요성을 아는 이들의 꾸준한 노력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청동검 보존 처리를 하면서 남다른 감정이 들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보존 과학은 오랜 시간 먼지 아래 숨어있던 본래의 가치와 의미가 드러나게 하는 분야이다.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문화유산이 원형 그대로 손상 없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렇기에 보존 과학은 현재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과학 기술과 함께 진일보하기에 미래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라고 하신 에필로그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문화유산의 보존 과학'은 역사적 실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분야입니다. 존재하는 게 기적인 오랜 세월을 견뎌낸 문화유산에 관한 비밀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다음 세대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과학기술의 발전입니다.
분석의 경우 비파괴 검사보다 파괴 분석이 정확도가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일무이한 문화유산이 대상인 터라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최소한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3D 스캔 기술의 발전으로 유물을 해체하지 않고, 제작 기술이나 결합 방식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앞으로도 다각도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을 바탕으로 선조들이 구현한 문화유산에 대한 더 다양한 이야기가 드러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민과 나름의 마음가짐등이 생겼을 것 같아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유물을 다루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내 작은 손길 하나에 상태가 좋아질 수도 혹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흔적이라도 그것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하니 눈이 빠지도록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근거를 찾기 위해 여러 자료 등을 찾아보는 일도 많습니다. 또한, 하나의 유물을 처리하는 기간이 짧게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만큼 보존처리 과정은 고되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단순하게는 고작 작은 철 덩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속에는 장인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답니다. 때문에 한 점 한 점 오롯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문화유산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나요? 문화유산에 가장 가까이 있는 분으로써 독자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화유산이 있는 곳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전남 구례 화엄사입니다. 그중 국보와 보물이 있는 화엄사가 아니라 각황전을 지나 오르면 나오는 구층암의 기둥을 가장 좋아합니다. 옹이가 남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과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는데요. 전해지는 이야기로 1936년 태풍으로 모과나무 두 그루가 쓰러지자 이를 이용하여 구층암을 지었다고 합니다. 나뭇결의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옛사람들의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살아 있는 생물로서 나무의 시간은 끝났어도 쓸모가 만들어진 장소에서 세월을 더해가고 있는 기둥을 볼 때면 저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문화유산은 아니어도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쓰임을 다하고 있는 모과나무 기둥처럼 여러분의 삶 또한 자신다운 모습으로 필요한 곳에서 나만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 신은주 문화재 관리학과를 진학하면서 역사 속에 담긴 우리 문화의 실체에 다가갔다. 역사에 대한 토론과 답사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시선과 생각의 폭을 넓혀나갔고, 졸업 후 박물관에서 보존 처리 업무를 담당하며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분야에 빠져들었다. 문화재에 담긴 삶과 정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풀어내려 이 책을 썼다. 나와 우리, 미래를 위한 삶을 그리는 일이 보존 과학의 일이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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