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예스24 미디어콘텐츠팀이 이주의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
이건우 저 | 푸른숲
돈까스라는 크고도 아름다운 세계
본업은 번역가, 취미는 돈까스 탐방. 2017년부터 블로그 <돈까스를 쫓는 모험>을 운영하는 저자가 방문한 수백 곳의 돈까스집 중 수도권 지역의 돈까스집 29곳을 엄선해 소개한다. 이제는 대강 가게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장르 파악이 될 만큼 돈까스에 진심이다. 풋고추와 쌈장을 같이 주는 왕돈까스에서부터 직접 만든 빵과 수프를 곁들인 경양식 돈까스까지, 어떤 소재든 무한한 애정과 확고한 철학을 가지면 하나의 책이 완성될 수 있다는 적절한 예. (정의정)
마리 오드 뮈라이유 저 / 이선한 역 | 바람의아이들
때로는 담담함이 더 아프다
어떻게 보면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 불우한 상황에서도 항상 침착함을 잃지 않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쩌다 이런 가면을 선택하게 됐을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이렇게 적당한 슬픔보다는 큰 슬픔에 더 담담해지곤 한다. 더 이상 쓸 에너지가 없어서일까. 그런 아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누군가. 그 덕에 아이들은 희망을 얻는다. 이렇게 세상의 100가지 창들이 나를 괴롭히더라도 1개의 방패 만으로 우리는 위로를 얻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방패가 되고 싶다. (이혜린)
조은영 글·그림 | 사계절
튼튼하고 용기 있는 그림책
그림책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떡볶이집에 달려가 오징어튀김을 떡볶이 국물이 푹 담가 먹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이 그림책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전개, 과감한 그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1996년 한 떡볶이집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생, 짝꿍이 이민을 가버리자 도시락을 함께 먹을 친구가 없어졌다. 며칠 뒤 주인공의 옆자리에는 전학생이 왔다. 사나워 보였지만 수줍어 보이기도 한 전학생. 둘은 곧 도시락 친구가 되고 주인공은 매번 전학생에게 떡볶이를 사줬다. 왜? 전학생은 용돈이 없었고 주인공은 용돈을 쓸 데가 없었다. 조은영 작가는 '튼튼하고 용기 있는 그림책 작가'를 지향한다. 일단 성공한 듯하다. 누드 사철 제본으로 제작된 이 그림책은 엄청 튼튼하고, 읽고 나면 용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과를 받았어도' 좋았겠다. (엄지혜)
커트 보니것 저 / 유정완 역 | 문학동네
블랙 코미디의 대가, 커트 보니것의 마지막 장편
소설의 신이 있다면, 이 기이한 소설을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을 것이다. 커트 보니것의 유작 장편 소설인 『타임퀘이크』는 그가 삶을 회상하는 회고록 같기도 하고, 우주의 역사를 담은 SF 같기도 하고,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소설을 분류하려는 헛된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렇게나 웃기고 기발한데. 이 소설은 '타임퀘이크', 즉 시공간 연속체 속에서 오류가 발생해서 모든 지구 사람들이 십 년간의 일을 똑같이 되풀이하면서 시작된다. 아니, 소설가는 이미 '타임퀘이크1'(망한 소설)을 쓴 상태다. 너무 복잡한 이야기 아니냐고? 일단 펼쳐라. 몇 페이지를 넘길 때쯤이면 이미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꾼의 입담에 빠져들 것이다.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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