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 오늘의 산책길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오늘도 질문을 먼저 드려볼게요. 상훈님은 아르바이트 등 통틀어서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 말고, 몸으로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본 적 있으신가요?
김상훈 : 많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강렬하게 몇 년 해 본 경험이 있어요. 바로 오프라인 서점에서요. 서점 일은 육체 노동이 절반이거든요.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들어와서 그걸 소위 '까대기'하고 나르고 꽂고 정리하고, 또 택배 싸서 보내고 등의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혜민 : 그러면 두 번째 질문을 드려볼게요. 상훈님은 지금 하는 일과 전혀 다른 육체노동을 직업으로 바꾼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상훈 : 지금은 온라인 서점에서 사실 되게 안온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몸 쓰는 일을 하던 때의 특별한 기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수행하는 마음을 주기도 하고요. 저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언젠가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전혀 다른 노동이라면 이건 너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농사에 대한 로망이 약간 있어요. 몸으로 돌보고 가꾸고 키우고 수확하고 그런 활동에 대한 로망이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얘기를 듣더라고요.
이혜민 :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육체노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20대 젊은이가 기업에 취업을 준비하지 않고 몸으로 하는 일을 택하려고 한다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요?
김상훈 : 이건 사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우선 누구나가 걱정하겠죠.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편견의 시선으로 낮춰 볼 거 같아요.
이혜민 : 오늘 산책길은 이 답변들과 관련이 있는데요. '육체노동의 재발견'입니다. 요즘 청년들 중에서는 꼭 사무직만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전문 기술을 배워서 육체노동을 통해 커리어를 만드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흔히 육체노동은 몸이 힘들고 전망이 어둡고, 몸으로 하니까 오래 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기성 사회의 문법으로는 기현상일 수 있는데요. 그런 인식을 깨뜨리고 왜 요즘 MZ세대가 육체노동에 관심을 갖는지, 어떤 매력이 있고,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김상훈 : 오늘도 지도가 있나요?
이혜민 : 기사가 있더라고요. "'노가다? 이게 진짜 전문 기술' 육체노동에 푹 빠진 MZ세대"라는 제목의 기사였고요. 직장을 그만두고 목수 기술을 배우고 있는 분의 사례로 시작을 해서 스스로 육체노동을 선택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노가더'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육체노동 현장의 안정성 결여 등 청년층이 기피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김상훈 : 그러면 오늘의 주제를 다루는 책도 있나요?
이혜민 : 그럼요. 오늘 산책할 책은 『블루칼라 프리워커』라는 책입니다. 인터뷰집이고요. 흔히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화이트칼라는 사무직, 블루칼라는 육체노동을 의미하는데 거기에 프리워커가 붙었어요. 한마디로 육체노동을 선택한 요즘 것들의 이야기입니다.
김상훈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혜민 : '북저널리즘'이라는 온라인 미디어가 주기적으로 콘텐츠들을 엮어서 책으로 출간하고 있는데요. 그 시리즈 중 최근에 출간된 책이고요. 저자 표기가 저는 좀 특이하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기획하고 인터뷰하고 정리한 건 북저널리즘 소속의 에디터들입니다. 이현구, 이다혜, 정원진 님이고 프롤로그도 이 분들이 썼거든요. 근데 저자는 인터뷰이로 참여한 여섯 분이 공동 저자로 되어있습니다. 책마다, 또 출판사마다 출간 방식이 다를 순 있죠. 이이람, 김민지, 노다니엘, 서은지, 정우진, 진남현 님이고요. 이 분들의 직업은 목수, 환경미화원, 건설 노동자, 농부 등이에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 주제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이혜민 : 북저널리즘 책은 디자인이 일관되어 있는데요. 흰색 표지에 컬러가 들어간 띠지가 둘러진 형태고요. 거기에 이 책이 말하는 주제와 기획 의도가 텍스트로 크게 적혀있어서 눈에 띄어요. 이 책 띠지에는 '사무실 밖으로 나간 청년들'이라고 적혀있고 그 아래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일한 만큼 벌고 벌 만큼 일한다. 육체노동은 더 이상 열악하기만 한 일자리가 아니다. 현장의 청년들은 전문 기술을 갖춰 커리어를 만들고 땀 흘려 자신의 가치를 빚는다. 각기 다른 매력의 블루칼라 프리워커들을 만났다."
오늘 주제가 '육체노동의 재발견'이잖아요. 블루칼라 프리워커 여섯 명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이 선택한 육체노동은 무엇인지, 왜 그 일을 선택했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요즘 시대의 육체노동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인식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그 노동 현장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상훈 : 책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나요?
이혜민 :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명확하게 적혀 있어요. 이들을 조명한 기사나 콘텐츠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청년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평평한 것 같다면서, 직접 만나본 블루칼라 직종의 청년들은 '기술을 배워서 억대 연봉을 버는 유쾌한 MZ세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해요. 이 책은 육체노동에 대한 포장도 아니고, 각자에 대한 헌사도 아니고요. '노가다', '일용직', '잡부'와 같은 사회의 부정적 뉘앙스를 지우고 마주한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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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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