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甚深)한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말에 일부 누리꾼의 반응이 화제가 되었다. "안 심심한데?", "뭐가 심심하다는 거야?" 등... 이 일로 '문해력 문제'가 도마 위로 올랐다. 사실 '문해력 논란'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연휴가 사흘로 늘었다'는 보도에 '사흘'이라는 검색어가 인기 순위로 오르기도 했고, '무운(武運)을 빈다'고 한 말을 '운이 없기를 바란다'로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슈가 반복되자 '실질 문맹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질 문맹률이 75%에 가깝다는 보도가 그것. 글자는 알지만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 생활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진 못하지만 글을 쓰고 깊게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중등 전과목 필수 어휘력 사전』의 출간은 그 의미가 다르다 할 수 있다. 실질 문맹률과 문해력과 직결되는 어휘력에 관한 책이기 때문. 특히, 초등에서 중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저자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선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20여 년 동안 아이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독서 논술과 인문학 등을 교육하며 학습 도서와 교양 도서 등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중등 전과목 필수 어휘력 사전』을 출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아이들을 직접 만나다 보면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말은 참 잘하는데 사용하는 어휘의 폭이 좁고 뜻을 잘 몰라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어휘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거죠. 무엇보다 학습 용어들은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과 지식을 정학하게 습득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따로 확인하고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교과 공부를 하게 되면 막연하고 애매한 상태로 지식을 습득하게 되어, 내용 이해나 시험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거든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를 했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거죠. 이는 국어 과목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과목에 걸쳐져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휘의 범위를 전과목으로 확대하여 중등 전과목 필수 어휘력 사전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실질 문맹률', '문해력 논란'이 도마 뒤에 오르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시면서 실질적으로 느끼신 부분이 있으신지, 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부탁드립니다.
요즘 아이들은 아무래도 영상 세대이다 보니 글, 곧 문자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SNS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단순하고 생략된 표현들에 그치지요. 이로 인해 일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에서도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괜한 오해가 생기고 다툼까지 발생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어떤 설명을 하면 그 설명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설명에 사용하는 어휘를 잘 모르는 거죠. 제가 교육 일을 시작했을 초창기만 하더라도 어휘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는 주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사회와 아이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저 또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어휘 공부를 따로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독서도 꾸준히 해야 하지만 어휘력 사전을 따로 보면서 다양한 어휘와 개념에 꾸준히 노출되어야 합니다. 한두 번 보는 것이 아니라 자주 들여다보며 익혀야 한다는 뜻이죠.
『중등 전과목 필수 어휘력 사전』에서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최선의 구성을 하려고 했습니다. 먼저 전과목 어휘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내신이 본격적으로 중요한데, 이는 어느 한두 과목만이 아니라 전과목이 다 중요하죠. 중학교 때는 어휘 학습을 전반적으로 폭넓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학습의 바탕이 단단히 다져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전과목 어휘를 담되, 각 과목별로 주제로 묶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중학생들의 실제 공부와 시험을 효율적으로 대비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교과 또한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관련 어휘들을 함께 보면 더욱 정확하고 분명한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등 전과목 필수 어휘력 사전』은 전 과목의 어휘를 모두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일 것 같아요. 각 과목 안에는 주제별로 어휘가 나뉘어져 있는데, 어휘를 주제별로 나눈 이유가 있나요?
앞서도 언급했듯이 중학교 공부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의 사전은 ㄱ ㄴ ㄷ 순으로 되어 있어서 앞뒤 어휘가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사전의 용도는 자신이 모르는 어휘를 찾아보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책은 모르는 어휘를 찾아봄과 동시에 관련 어휘까지 함께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학습에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제별로 엮으면 방학 등을 이용해 예습이나 선행 학습을 할 때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지요. 따로 교과서를 보지 않고도 각 주제에 따른 어휘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미리 교과 공부를 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과목을 아우르기 때문에 어느 학년의 학생이 보아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휘력의 중요성은 잘 알겠는데 집에서 혼자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이 책을 200% 활용할 수 있는 팁이나 학습 방법이 있다면 소개부탁드립니다.
평소에도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어휘가 있으면 이 책을 찾아보기를 권하는데, 특별히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방학을 이용하여 예습 및 선행 학습을 할 때 보기를 권합니다. 이때는 교과 내용을 직접 보는 것이 부담스럽고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어휘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이후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학 때 각 교과 내용을 담은 주제를 찾아 하루 2~3쪽씩 읽고, 단어장에 단어만이라도 적어 두면 기억에 아주 오래 남겠죠. 두 번째는 내신 시험을 준비할 때입니다. 이때는 공부를 아주 정확하게 해야 하는데 특히 용어를 먼저 익히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각 과목을 공부하기에 앞서 어떤 중요 어휘와 개념들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교과 내용을 파악하는 게 좀 더 수월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앞으로 출간 소식 등 계획이 있다면 살짝 소개해 주세요.
저는 꾸준히 말과 글, 곧 언어 교육에 관심이 있어왔고 교육적으로 실천해 왔습니다. 앞으로 나올 책도 이와 관련한 책들인데요. 서너 권 정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한 권은 '글쓰기' 책입니다. 글쓰기 책이 아주 많이 나와 있는데 좀 가볍다 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이런 책들도 아이들이 글쓰기에 쉽게 접근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바르고 정확하게 배울 필요가 있지요. 그래서 글의 종류에 따라 글쓰기 형식을 배우며 자기 생각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책을 준비 중입니다.
또 한 권은 '말'에 관한 책입니다. 전에도 관련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이번 책은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분명하게 하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재미있고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아이들이 친근감 있게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세 번째 책은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행동의 중심을 잡아주는 태도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를 재미있는 동화로 담아 보았습니다. 이 책도 아이들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강승임 우리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우리말을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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