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불평등』은 일반 시민을 위한 한국 경제 불평등 교과서를 목표로 집필된 책이다. 시민을 위한 불평등 교과서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대통령과 국회 의원 등 정책 결정권자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다. 『좋은 불평등』 한 권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경제 불평등 30년의 역사, 불평등과 경제 성장의 관계,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 및 중국 경제의 변화가 한국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국의 노동 문제와 사회 복지, 초고령화 문제까지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 단독 저서인 『좋은 불평등』을 출간하셨는데요,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책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인 사람입니다. 진보 정당에서 약 10년, 민주당에서 약 10년 활동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정책 관련 일들을 해왔습니다. 국회 의원 보좌관, 박원순 서울 시장의 마지막 정책 보좌관,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했고, 현재는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스무 살 된 사랑하는 아들과 고1 딸아이, 아이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 아빠이기도 합니다.
정책 활동가로서의 길을 쭉 걸어오셨네요. 이번에 출간하신 『좋은 불평등』은 어떤 책이고, 어떤 기획 의도를 배경으로 쓰인 책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한국 진보 세력이 경제 정책에서 유능한 정치 세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최저 임금 1만원과 소득 주도 성장론은 단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진보 언론, 진보 학자들, 진보 시민 단체와 노동조합, 진보정당까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합의하던 것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즉, 문재인 정부의 5년짜리 실패가 아니라, 한국 진보세력의 25년짜리 실패입니다. 25년짜리 실패의 궁극적 원인은 틀린 분석에 입각해서, 틀린 정책 처방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분석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110개의 그래프와 도표 역시 그 연장이었습니다.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꼼꼼히 다루려면 꽤 오랜 고민과 연구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통념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밝히셔야 했으니까요. 책을 집필하시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불평등'은 큰 주제입니다. 불평등의 개념도 매우 넓고, 그간 없었던 새로운 원인 분석까지 하려면 엄청 방대한 연구를 해야 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가 힘들었습니다. 첫째는 생계 문제였습니다. 길게는 5년, 취업도 안 하고 책을 집필한 기간은 꼬박 1년 6개월이었습니다. 국회 보좌관 등을 하면서 적립해뒀던 공무원 연금을 몽땅 깨서 통장에 넣어놓고 버티면서 집필했습니다. '노후 연금'을 몽땅 책 집필에 털었습니다. 둘째는 일반인들에게 재밌게 그리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불평등은 묵직하고, 따분한 주제입니다. 게다가 기존의 통념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제 주장은 소수설이고, 낯선 주장이고,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내용입니다. 그러자면, 더더욱 재밌고, 쉽게 전달해야만 했습니다. 독자의 흥미를 끌며, 재밌고, 쉽게 전달하되, 논증은 단단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좋은 불평등』을 살펴보면, 불평등에 대한 그간의 진단이 틀렸기 때문에 처방도 효과가 없다고 하셨어요. 작가님께서 보시기에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흔히 한국 경제 불평등의 확대 시점을 1997년 외환위기부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면 1994년부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첫째로, 많은 경제학자들은 1997년부터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둘째, 왜 1994년부터였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집요하게 해답을 찾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불평등 공부를 하면서, 저는 몇 해 전 우연히 1994년부터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질문을 몇 년간 부여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중국 경제사를 공부하다 그 원인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중국발 불평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2014년 중국의 신창타이 정책이 한국 불평등에 미친 영향 등을 추가로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불평등 해소의 중요 계층으로 노년층을 이야기하셨는데,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작가님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 빈곤의 가장 중요한 실체는 노인 빈곤입니다. 한국 자살의 가장 큰 덩어리도 노인 자살입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 일하는 빈곤층과 청년 빈곤 이야기가 노인 빈곤보다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노인이야말로 진짜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노동 운동은 자신들의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인 빈곤에 관심이 없습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자신들의 표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 언론은 자신들의 독자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동년배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덜합니다. 한국의 사회 운동, 진보 정치, 시민 사회가 진짜 하층에 대해서는 둔감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들, 혹은 어떤 주제에 깊이 파고들고 싶으신지요?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의 오래된 관심은 '유능한 경제 정당 만들기', 혹은 '유능한 경제 정당을 통한 진보의 혁신'입니다. 『좋은 불평등』은 5년간 준비하고, 꼬박 1년 반 동안 집필했던 첫 작업인 셈입니다. 당분간은 책 홍보와 독자와 만나는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내년 초 쯤에는 후속 책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정책 및 데이터에 근거한 정치 분석서를 쓸 생각입니다. 역시 진보의 혁신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장입니다.
『좋은 불평등』을 읽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릴게요.
『좋은 불평등』 한 권을 통해 불평등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사, 중국 경제사, 세계 경제사, 경제 성장, 산업 구조 변화, 노동 문제, 사회 복지, 초고령화 문제까지를 동시에 알 수 있도록 집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은 정책 교양이 좋은 정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최병천 오랜 기간 진보 정당에서 활동했다. 민주당에서는 정책 관련 일들을 해왔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민주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을 했다. 현재는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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