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저는 내일 고양이를 입양합니다. 친구네 시골 집에서 임보 중인 '누룽지'. 노란 아기 고양이를 내일 데리러 가요. 요즘 가장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에요. 혜민 님은 어떤 근황 보내고 계신가요?
이혜민 : 저는 요즘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제가 운영하는 채널을 모 방송사가 표절한 걸로 의심된다는 얘기를 했었잖아요? 지난 달에 제가 그것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공유를 했거든요. "그동안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법적으로 제대로 싸워 본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사례를 남겨야 이런 피해가 또 없지 않을까" 솔직한 심정을 말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과 지지의 댓글을 달아 주시고, 함께하고 싶다면서 자진해서 후원금을 보내 주시는 거예요.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 많이 두렵고 무서웠어요. 그런데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 마음들이 느껴져서 감동이었어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도 왠지 관련이 있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가이드 혜민님, 오늘 산책할 길은 어떤 길인가요?
이혜민 : 오늘도 질문을 먼저 드릴게요. 상훈님은 혹시 물건을 살 때 어떤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나요? 품질, 가격, 브랜드 철학 중에서요.
김상훈 : 경우에 따라 다른데요. 일상 생활 용품은 '가성비'를 많이 따지게 되고요. 마음 먹고 사는 품목들 있잖아요? 값도 나가고 오래 써야 하는 물건이요. 그런 건 브랜드를 엄청 따지고 브랜드 철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혜민 : 저도 아무래도 요즘은 품질은 어느 정도 비슷한 퀄리티의 물건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품질의 물건들을 놓고 봤을 때 당연히 가격 면에서도 고민이 되긴 하지만, 조금 더 비싸더라도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 가치가 좋으면 그걸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결과물 자체보다도, 그것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것이 바로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는 주제인데요. 그런 이야기 많이 하죠?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해' 이제는 정말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세상이 왔어요.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산업과 소비가 돌아가고 있고요. 그래서 오늘 산책길 이름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파는 시대'입니다.
김상훈 : 그럼 산책에 앞서 지도를 살펴볼까요?
이혜민 : 보고서를 한 번 찾아봤는데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에 M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트렌드'라는 연구보고서가 있는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71%가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 제품을 고르겠다'고 답했다 해요. 더 흥미로운 것은 친환경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에코백, 텀블러 주는 것도 이제 반기지 않는대요. 그린 워싱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비판을 하기도 하고요. 74.3%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친환경 정책 수립 및 활동이 필수라고 답하면서 기업들의 구조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냥 소비에 그치지 않고 그걸 만드는 과정에도 관여하는 느낌이죠?
김상훈 : 그러면 오늘의 산책을 위한 책도 소개해 주세요.
이혜민 : 오늘 산책을 함께 할 책은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책입니다. 부제가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파는 새로운 가치 전략'이라고 되어 있어요. 이 책은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는 제품의 품질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해답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BTS부터 넷플릭스, 샤오미, 파타고니아 같이 우리가 좋아하고 잘 팔리는 브랜드들이 사실은 물건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팔고 있었다고 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과정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김상훈 : 오늘의 산책 주제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이혜민 : 오늘 산책 주제가 '결과가 아닌 과정을 파는 시대'라고 했잖아요. 이제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냥 위로의 말이 아니라 정말 가능해졌다는 걸 증명하는 책입니다. 이게 왜 가능한지, 과정은 왜 중요하며, 어떻게 팔 수 있다는 것인지 다양한 시각에서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어요.
김상훈 :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이혜민 : '오바라 가즈히로'라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IT 비평가예요. 시대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발상을 제안하는 캐털리스트라고 해요. 캐털리스트라는 말은 '촉매제'라는 뜻인데요.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상훈 :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이혜민 : 우선 이 책은 어떤 시대의 흐름이 있기에 과정이 중요해졌다고 하는지를 설명하는데요. '욕망하지 않는 세대'라는 말이 나와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예전 욕망하는 세대는 결핍이 많은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돈과 명예를 얻고, 그걸로 집, 차, 편리한 물건들, 풍족한 음식을 먹으면서 성공했다고 느끼고, 그게 곧 행복이라는 그런 공식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대체로 풍족했잖아요. 물질적인 결핍이 적어서 그런 점에서 욕망하지 않는 세대라고 하는 거죠. 그럼 이 세대는 어떤 욕구가 충족될 때 소비할까요?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거나 의미 있는 물건, 기업의 비전이나 생산자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물건, 다시 말해 프로세스 자체에 매력을 느껴야 소비를 한다는 거죠.
또, '마켓 4.0'이라는 이론도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데요. 근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제시한 개념이에요. 초기 단계인 마켓 1.0 시대에는 필요한 기능만 있으면 사람들이 만족했어요.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냉장고가 개발되니까 그게 생활필수품이 된 것과 같죠. 그러다가 마켓 2.0 시대로 넘어오면서 비슷한 기능의 제품들이 많아지니까, 조금 다른 기능을 추가해서 세분화된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식으로 진화합니다. 예를 들면 얼음이 나오는 냉장고 같은 거죠.
이후에 점점 사회가 풍요로워지니까 사람들은 제품의 편리성만이 아니라 브랜드가 내거는 가치와 운영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게 마켓 3.0시대인데요. 여기서는 우리 기업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주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인간 중심 마케팅을 해야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사실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이 3.0의 원리에 가깝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더라고요. 마켓 4.0인데요. 이제 사람들은 제품이나 기업의 메시지를 앉아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치를 창조하는 데 참여한다는 거예요. 마켓 4.0의 가장 중요한 관점은 '모든 서비스는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거래요. 여기서는 고객의 자기실현이 마케팅의 목적이 돼요. 그래서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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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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