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고받는 인사말 '안녕'. 평소에 이 두 글자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의식하며 인사를 나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혹은 헤어질 때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해왔을 뿐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이 두 글자를 잃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그저 인사말인 줄 알았던 '안녕'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인사말을 넘어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극히 걱정하며 나아가 인류의 행복한 내일을 염원하는 큰 의미도 갖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안녕을 위하여』의 이승연 저자는 팬데믹이 바꿔버린 우리 삶과 공존을 위한 고민을 영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안녕을 위하여』는 나와 낯선 이를 이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영화와 그 이해를 돕는 책 스무 편의 이야기다.
『안녕을 위하여』를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인생이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모래사장을 걷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히 걷고 있고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런데 수시로 바닷물이 그 발자국을 없애버립니다. 마치 아무도 걷지 않았다는 듯이요. 어느 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무심한 발자국에도 내가 그 발자국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으면 내 인생은 살았어도 살았던 게 아니겠구나... 그래서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저는 기록으로써 그 시도를 하는 것이지요.
쓰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어떤 것인가요?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은 어려워요. 일기가 아닌 이상 하다못해 SNS에 올리는 글도 사실은 어렵습니다. 외부로 저를 드러내는 행위니까요. 이 책은 처음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제 발자국을 보기 위한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출판을 결정하면서 시선이 달라졌어요. 제 발자국에서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을 동시에 봐야 하는 걸로요. 우리에게 동시에 닥친 고통이었으니 같은 모양의 발자국을 찾아, 혹은 내 발자국과 달라도 많이 찍힌 발자국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잘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책 속의 영화와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선택 기준이 있었나요?
메시지에 맞는 영화와 책을 골랐습니다. 이건 다른 책도 다르지 않아요. 그동안 봤던 영화가 많으니까 찾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책을 찾는 건 시간이 좀 걸렸어요. 지난 3년 동안 집에 있어야 했던 시간도 많았고 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긴 했지만, 영화와 달리 책은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되니까요. 그래서 같은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도 좀 더 독자들에게 친숙하고 필독을 권할 수준을 갖춘 양서를 고르기 위해 애썼습니다.
『안녕을 위하여』를 읽을 때 작가님이 추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이 가는 것부터 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영화에 끌려서 읽게 된 꼭지가 있을 것이고 책에 눈이 먼저 가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아니면 소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아무튼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소개된 영화나 책을 먼저 접하고 제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책이 시간이 많이 걸리면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으면 글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실 거예요.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꼭 소개하고 싶은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도리스 되리 감독, 2008)은 1부 중 [남겨짐] 편에서 함께 보시면 좋을 영화에요. 또,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윌리엄 니콜슨 감독, 2022)은 2부 중 [사이],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 2021)는 3부 중 [회복] 편에서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스티븐 달드리 감독, 2009)는 4부 중 [공감] 편, 이렇게 추천해요.
『안녕을 위하여』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4부 [위로] 편에서 나온 걸 다시 꺼내어 말하고 싶습니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당면의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저는 코로나가 인간의 이기심과 쉽게 고통을 잊는 망각을 일갈하기 위해 '전 인류에게, 동시에, 공평하게' 찾아온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요. '우리'라는 말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저는 지난 3년의 시간을 제대로 복기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반성으로부터만 나오니까요.
작가님의 글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영화를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해 소통하는 일은 꾸준히 할 거예요. 꼭 책이 아니어도 SNS에서 제 글을 기다리는 분이 계시다고 믿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아마 다음에 책을 낸다면 이런 얘기를 담을 계획이에요. '영화의 외피'에 대해서요. 독자의 영화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작업이 될 거예요.
*이승연 『영화에게 세상을 묻다』(2013)와 『영화가 말했다』(2015)를 공동 집필하고 『살고 싶어 몽테뉴를 또 읽었습니다』(2020)를 출간했다. 영화가 소통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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