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좀비시대』, 학습지 방문 교사의 이야기를 담다
인류애 대신에 돈과 권력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살아가는 좀비시대. 그렇다면, 돈과 권력의 의한 좀비화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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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현 작가

이미지 광고에 속아 학습지 회사에 들어간 '연우'와 '수아'. 그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꿈을 잠시 내려놓고 현실 세계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현실 속의 사람들은 이상하다. 갑자기 이상한 세계에 놓인 듯한 느낌이다. 현실 속의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어느새 좀비가 되어 있다. 좀비가 되어 자신들과 똑같은 좀비가 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본 창출을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전염시켜려 한다. 

방서현 작가는 『좀비시대』에서 학습지 방문 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말한다. 우리 시대가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시대'임을 선언한다. 인류애 대신에 돈과 권력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살아가는 좀비시대. 그렇다면, 돈과 권력의 의한 좀비화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올봄 계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하셨는데, 문학을 시작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늦은 나이에 등단하시는 분들이 요즘엔 꽤 되고, 문학을 시작하는 데 있어 연령 제한은 없지만요. 늦게 문단에 나온 어떤 사정이 있으신지요?

제가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대학 때부터였어요. 그러나 대학 들어오기 전, 독서라는 것이 전무해 소설 쓰기란 매우 어려움이 따르는 문제였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수련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었죠. 또 한 가지, 전 오랫동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왔어요. 그러나 그게 뜻대로 안 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흐르고 말았어요.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괜찮은데, 끝내 그 주제의 글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이대로라면 글 한 편 못 쓰고 허무히 주저앉겠구나, 내가 이렇게 폐인이 되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바로 『좀비시대』였죠.    

글을 쓰며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단 얘기를 들었어요. 

학원 강사로 오랫동안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도 있고, 또 여러 문제가 겹쳐져 학원 생활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글쓰기에 매달렸습니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생활해 왔는데, 어느 날 보니 통장에 돈 한 푼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 있는 걸 알았어요. 당장 글쓰기를 중단했어요. 그동안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아니, 제가 달라져 있었던 거죠. 막노동부터 시작해 공장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모텔 청소도 해보고, 병원 간병 일도 해보았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경험한 것이었지만 정신적으로, 문학적으로 제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등단과 거의 동시에 『좀비시대』가 출간됐어요.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난 제도권의 등단 과정을 걸치지 않고 책 출간으로 데뷔를 하려 했습니다. 거기엔 능력이 부족해 그런 것도 있지만, 문학판에 대한 반발심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굳이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현재 문학판은 카르텔이 형성되어 문단 내 인맥, 학맥, 지연 같은 것이 필요로 합니다. 전 그런 게 하나 없기도 했지만, 거기에 한통속이 되어 움직이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책 출간으로의 데뷔가 제게 잘 맞는 데뷔 방식이고,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문학적 승부를 걸고 싶었으며, 사회에 문제의식을 갖고 쓴 작품이기에 『좀비시대』가 나의 데뷔작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안 되어서 저 역시 남들과 똑같이 전 근대적 시스템에 편입되고 만 거였죠.

『좀비시대』를 보면 학습지 일이 세세하게 나와 있어서 작가가 체험하지 않고선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습지 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비시대』가 쓰였나요?

학습지 일을 해본 경험을 갖고는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여기서 자세히 밝히긴 좀 그렇습니다. 학습지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부분이고요. 친척분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는데, 신문에 실린 근사한 교사 모집 공고에 이끌려, 당시 하던 일도 관두고 서둘러 지원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학습지 일을 하면서 처음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나중에 이 일에 대해 글을 쓰리란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좀비시대』는 학습지 그 이상의 얘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좀비시대』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좀비시대』의 학습지 이야기는, 실은 이야기를 위한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전 학습지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를 정조준하여 이 시대를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노동 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부딪치면서 거의 예외가 없다 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순수성이란 찾아볼 수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자신을 감추거나, 혹은 처음과는 다른 행동을 보였습니다. 어느 조직, 어느 집단을 보더라도 마지막에 드러나는 건 결국 돈과 권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소설을 통해 한번 거론해 보자, 타성에 젖은 사람들에게 의식의 문을 두드려 보자, 하고 『좀비시대』를 쓰게 된 것이었지요.

자본주의를 정조준해 현시대를 비판했다고 하면 자칫 이상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보아요. 하지만 전 글 속에서 어떤 이념이나 정치색을 드러내는 걸 원치 않고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거고. 물질만능주의 사상이 우리의 마음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학습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현재 고향인 논산에서 머물며 조용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릴 때 집 앞 산마루에서 보았던 무지개와 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아름답게 빛나는 그런 무지개 같은 오색 찬란한 글을요. 

   


*방서현

충남 논산에서 자랐고 목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글쓰기 수련과 깊은 사색을 해왔으며, 202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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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