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지명, 낯선 사람, 생소한 사물들, 그리고 서울이나 수도권,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자신의 생활과 일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이 전하는 지역의 목소리. 작지만 가볍지 않고 단단하게, 다양한 색깔로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기록을 서울에서 살다가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다섯 출판사 강원 고성의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의 '포도밭출판사', 대전의 '이유출판', 전남 순천의 '열매하나', 그리고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이 함께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에 담아냈습니다.
지역의 다섯 출판사가 함께한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운데요. 처음 이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남해의봄날 : 처음에는 서울에서 타지로 온 출판사들과 뭔가 하고 싶어 각 출판사 대표님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 단단하게 책을 잘 만드는 곳들이라 평소 눈여겨보게 된 출판사들이에요. 각자 잘하고 있지만, 같이 뭔가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온다프레스 : 남해의봄날 정 대표님에게 시리즈 출간을 제안받은 2020년은 ‘지역 관련 주제 도서를 더 이상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다 같이 해보자’라는 제안을 반갑게 받았습니다. 나만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공동의 지혜를 모색하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의 장단점 혹은 의미를 말씀해주세요.
포도밭출판사 : 동네에 출판사가 있다는 사실을 동네 분들이 아주 좋아해 주십니다. 제가 펴내는 책의 내용이 지역 이야기와 무관할 때가 많은데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십니다. 이웃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듯해요. 단점은 일을 상의할 동료가 한 동네에 많지 않다는 점 같습니다.
온다프레스 : '수도권에서 벗어나 있다'라는 점이 장단점을 모두 포괄합니다. 그곳에서 벗어나 있기에 40여 년 살아온 서울 위주의 삶을 돌아보고 신선한 지역색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출판계 사람들을 면대면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줌과 각종 SNS로 소통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본 것만 못합니다.
열매하나 : 출판 관련 모든 제작, 유통, 홍보처 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에서 책을 만들고 알리는 데 늘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내가 사는 곳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서울에서 살던 저는 대도시에서의 경험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는데 지역으로 이주한 뒤, 제가 지닌 편견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리즈 모두 지역의 특색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는데, 아이템을 선정한 기준 또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남해의봄날 :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게 흔하지 않습니다. 음식 문화는 지역민의 삶과 역동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콘텐츠입니다. “충무김밥은 왜 통영김밥이라 불리지 않는가?” 이 질문에서 숨은 이야기가 흥미롭겠다 생각했습니다.
포도밭출판사 : 처음에는 '옥천' 하면 택배를 많이 떠올리니, 택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자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저자를 찾는 일이 어려워 성사시키지 못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옥천 이주여성들의 기자 회견에 가게 되었습니다. 옥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당사자 운동 이야기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이유출판 : 2016년부터 디자인과 학생들과 매해 대전 원도심을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가며 <오! 대전>이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잡지를 내고 있습니다. 마침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를 기획할 무렵, 리서치한 곳이 철공소 거리였어요. 원동 철공소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온다프레스 : 이동행 작가와 그의 아내 이문영 씨는 굿즈를 발주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매일같이 무거운 쇠를 누르고 1밀리미터의 오차를 내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이야길 들으며 조금은 경외감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결과와 성과를 바라보는 세태와는 동떨어져 과정과 의의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안도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이것이 그들을 우리 책의 필자로 모신 이유입니다.
열매하나 : '순천' 하면 많은 분들이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순천만국가정원'을 떠올리지만, 실은 이 정원이 지역의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순천에는 아름다움을 넘어 생태적인 고민과 실천이 담긴 정원들이 많습니다. 이런 정원을 만든 시민들의 돌봄 문화와 지역 청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각 책의 한 줄 PR 부탁드립니다.
이유출판 : 원도심 철공소 거리에서 청춘을 바친 금속 장인들의 이야기!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온다프레스 : 우연의 힘에 이끌려 태백의 인쇄공이 된 부부 작가의 이야기!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
열매하나 : 내 삶을 변화시키는 마법 같은 힘을 만나보세요!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
포도밭출판사 :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서가 아니라 ‘나’로 살기를 바라며 혐오, 차별, 편견과 싸우는 이주여성들의 멋진 이야기!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남해의봄날 : 맛뿐만이 아니라 그에 얽힌 이야기도 함께 음미할 줄 아는 당신이 진정한 미식가!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
각 출판사별로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이유출판 : “우리 얘기 쓰지 마세요. 우리 얘기를 책으로 내봐야 안 팔릴 걸요!” 처음엔 이렇게 말했던 장인들이 출간 후에 책을 갖다 드렸더니 고맙다고, 자식들에게 자랑할 일 생겼다고 아이들처럼 좋아하셨어요.
열매하나 : 저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을을 함께 돌아다녔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마다 작가님을 붙들고 사는 이야기, 마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어요. 한편으로는 언제 마을 탐방을 끝낼 수 있을까, 속으로 진땀이 났습니다.
남해의봄날 : 충무김밥의 모든 것을 파헤치겠다며 작가는 충무김밥 밥알의 개수를 하나하나 세고, 무게를 재고, 섞박지 무의 잘린 각도를 재고 분석했습니다. 충무김밥에 접근하는 저자의 시각과 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온다프레스 : 이동행 작가의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작가가 얼마나 성실한지, 2주에 한 편씩 원고를 보내자고 약속한 뒤에 정말 한 번도 빠짐없이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원고를 받을 적마다 어리둥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포도밭출판사 : 책을 편집하는 동안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이웃에 사시는 이주여성의 통화 소리가 창문을 넘어 제 방까지 들리는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통화를 나누는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늘 귀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2년 동안 다섯 출판사가 매달 줌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며, 시리즈 기획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업을 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함께 진행하며 좋았던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포도밭출판사 : 줌은 이 시리즈를 가능하게 한 고마운 도구이면서, 한편으로는 단 한 번밖에 우리가 만날 수 없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더 자주 만났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긴 해요. 지금 알맞은 거리감이 형성돼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자주 만났다면 더 가까워지다가 쿵 하고 충돌하기도 했을까요? 저희는 2년간 같이 일을 해온 사이이면서 아직 술자리도 한 번을 못했지요! 이것의 장단점을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온다프레스 : 각자 개성이 무척 뚜렷해서 회의 때 묘한 긴장감이 돌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는 특별히 어떤 이슈가 있었다기보다 자기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이 선뜻 남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할 때의 생기는 긴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자기 색깔을 오래 유지해온 관록이 있는 이들이었기에, 각자 맡은 일에 대해서는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물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벌써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독자분들을 위해 내년 출간 도서 예고편을 들려주신다면요?
포도밭출판사 : 가장 소망하기로는, '옥천 택배 이야기'를 다루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해결 과제가 많아서 계속 고민입니다.
이유출판 : 대전에서 초콜릿 가게를 창업한 청년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국제적인 거대 독과점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원두에서부터 중간 단계인 매스, 초콜릿 제품까지 일괄적으로 생산하는 빈투바(Bean to Bar) 프로세스를 위해 초콜릿 기술을 연구하고 장비를 개발하며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청년 이야기입니다.
온다프레스 : 강원도 양구의 두 여성이 사과들이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땅속에 묻히는 것을 발견한 뒤 연구하여 내놓은 상품 '애플사이더'. 프랑스와 일본 등의 애플사이더 명가를 찾아 공부하고 양구의 낙과들을 재료로 삼아 부단히 결과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온다프레스의 다음 책은 『어딘가에는 사이다가 있다』로 정했습니다.
열매하나 : 조류 충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은데요. 중요한 것은 소재나 출간 속도가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사람과 활동이 특정 지역을 넘어서는 재미와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잘 담아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해의봄날 : 경상도부터 전라도까지 아름다운 남해안 섬들을 종횡무진하며 가고 싶은 섬이 아니라 살고 싶은 섬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의 긴 여정을 담은 책, 『어딘가에는 살고 싶은 섬이 있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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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