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에도 혼자만 잘살기를 추구한다'
이서정 작가는 이 말의 모순과 어폐를 예리한 시선으로 탐구하고 해결 방안까지 도출해낸다. 공동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 소유 경제의 폭력은 우리를 경쟁과 갈등의 사회로 내몰았다. 이서정 작가는 '마음 공유 경제'를 통해 이를 극복하자고 말한다. 마음을 나누고, 경제를 나누는 일은 신이 인간에게 건넨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그 따뜻함이, 그 거대함이 『우리 같이 좀 삽시다』에서 시작될 것이다.
『우리 같이 좀 삽시다』를 통해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독자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역사 관련 도서를 기획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역사 관련 책을 집필해왔습니다. 저의 관심은 가상의 역사를 꿈꿔 보는 것이었는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무한한 가상의 역사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고, 동시에 수많은 아쉬움을 보여주었으며, 한국 역사든 세계 역사든 모두 '인간'으로 귀착되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때 어떻게 했으면 그런 불행하고 억울한 역사가 탄생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상상하다가, 우리 개개인의 문제를 풀어보는 가장 적합한 해법은 자기 계발서를 개발하여 삶의 지침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 간의 소통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대화법에 관련한 책을 집필해 보았는데, 그것이 『이기는 대화』였습니다. 그 후 대화법과 자기 계발서를 기획 출간하는 일을 했습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TV 프로그램, 영화, 책 등 여러 매체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나’로서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며 ‘우리’일 수 있을까요?
‘나’로서의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가치를 추구하고 확장해 가는 일이 개인의 삶에 주는 유용성과 효율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나’로서 살기 위한 수많은 도전과 개척은 나의 삶의 목적과 행복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개개인이 ‘나’의 가치와 주체를 선명하게 내세우며, 그 전후좌우로 있는 또 다른 ‘나’를 돌아보지 않을 때 발생하는 폭력적인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되었습니다. 결국, 이쪽의 ‘나’와, 저쪽의 ‘나’가 모여 우리가 될 때를 고민해 봤습니다. 그건 역시 ‘공동체’의 삶이 터전으로 구축할 ‘우리’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의 헤드 카피 문장에 ‘마음 공유 경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 용어로 공유 경제를 접하긴 했는데 ‘마음 공유 경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21세기에 세계를 장악한 신자유주의는 '경제 발전'이란 순기능의 역할을 했지만, 그 이면에 숨은 빈부 격차, 소득 격차와 더불어 공동체의 심각한 분열을 초래하며 위험 수위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보입니다. 이를 위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소유보다 나눔, 즉 공유 경제의 모델을 적합한 경제 형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국가 등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도적 변화, 대중의 각성과 함께 공유 경제의 바람직한 모델이 우리에게 제시돼야 할 때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마음 공유 경제라는 가치는 물질적 소유나 공유에 앞서, 돈 안 들이고 풍성하게 우리 삶을 사람답게 살게 만드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즉, 나만 잘되기보다 여럿이서 함께 잘되면 보람과 기쁨이 늘어나듯 함께 살아가는 삶을 꿈꿔 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마음을 함께하고 함께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일은 경쟁과 갈등으로 인한 삶의 폭력성을 어느 정도 극복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것을 '마음 공유 경제'라고 명명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우리로서 DNA가 존재하기에, 우리 모두 마음을 통한 공유로 경제적 가치를 누릴 수 있음도 함께 의도했습니다.
각 장마다 ‘워라블’, ‘덕질’, ‘찐팬’, ‘깐부’ 등 재밌는 키워드들이 많은데 작가님이 이 키워드들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수많은 트렌드와 관심, 흥미가 존재합니다. 그만큼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추구되는 다양성과 함께 세분화돼 있다고 봅니다. 과거처럼 한가지 이슈에 몰입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이제는 이를 적당히 제어할 방어 기제들이 존재하고, 그런 무기(기제)들을 생산해내는 개인들도 많습니다.
이들이 우리 시대 상황을 의미 있게 짚어내는 생산적인 단어들을 창조해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의, 다양한 사람의 수많은 목소리가 공감을 이뤄 탄생시킨 신조어는 그 시대를 대변하고 현재를 설계하며 미래를 예측하게 해줍니다. 제가 각 장에서 언급한 대중의 공감을 얻은 키워드들은 ‘나’는 물론 ‘우리’가 함께 해보고, 함께 누리고 싶고, 함께 이루고 싶은 사람 간의 따뜻한 정으로 서로 교통할 내용이라서 선별해 본 것입니다.
작품에 ‘같생’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저는 이 단어가 『우리 같이 좀 삽시다』라는 제목을 함축한 말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갓생’과 ‘같생’은 무엇인가요?
'갓생'은 한 개인의 삶으로 볼 때 '행운'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입니다. 내 맘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타인의 수많은 선택 속에서 얻어진 행운의 삶이겠지요. 그렇기에 모두가 갓생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니 아주 드물 것입니다. 갓생에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 삶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갓생을 추구해야 할까 고민이 됐습니다. ‘개인의 갓생’을 ‘모두의 같생’으로 환원하는 작업을 시도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같이 함께 잘 살자는 ‘같생’의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시경』에 「녹명(鹿鳴)」이란 울림 있는 말이 나옵니다. 정말 가슴 떨리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을 품어내는지 감동했습니다. 초식 동물인 사슴은 좋은 풀이 많은 곳을 만나면 크게 울음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좋은 풀을 혼자 먹지 않고 나눠 먹기 위해 자기 무리를 불러 모은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너른 풀밭에서 맛있는 풀을 뜯어 먹는다는 것입니다. 사슴의 이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인간들에게 배려와 관용과 협동의 마음을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된 동기도 녹명이 주는 커다란 울림에서였습니다. '같생'의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아주 작은 이야기부터 거대한 이야기까지 이 책에 담겼는데요. 작가님의 시선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됐습니다. 작가님이 요즘 주목하는 이야기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탈출할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양극화는 소득 격차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회 현상의 양극화를 그 무엇으로도 메꿀 길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등의 산적한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큽니다.
전 이런 갈등의 요소가 우리 사회를 정체시키고, 분열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같생’이 이 갈등을 완화해줄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으면 합니다. 같생의 행동 수칙을 북유럽 선진국의 보편적 정서라는 ‘얀테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덴마크 출신의 노르웨이 작가인 '산데모세'가 발표한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이 '얀테'인데, 이 마을에서는 남들과 유별나게 다른 사람은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북유럽 최고의 행복 지수가 얀테의 법칙으로부터 나오는데, 그 행동의 기저에는 내가 남들보다 특별하고 잘났고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겸손과 배려가 최고의 가치로 깔려 있습니다. 한 번쯤 '얀테의 법칙 10가지' 내용을 눈여겨본다면, '같생'의 정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취업 현실도, 마음 현실도 어려운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순서에 따른 과정도 있고요. 그런데 과정을 따르지 않고 결과를 재촉하는 일이 앞선다면 실패와 좌절을 맛볼 확률이 높겠지요. 세상에서 당장 답을 구하려는 성급함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고, 난관이 닥치더라도 꿋꿋하게 버티며, 새로운 도전을 향한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당장 해결하지 못할 문제에 매달려 급하게 결론을 내려 하는 무모함을 버리고, 인생의 인터벌을 짧게 잡지 말았으면 합니다. 실패와 성공의 간극인, 인터벌을 충실하게 잡고 희망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기를 바랍니다. 희망은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삶의 등대이니까요.
*이서정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이다'라는 신념으로 오랫동안 화술, 대화법 전문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국내에 화술 분야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부터 대화법과 관련해서 자기 계발서를 기획하고 연구하고 집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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