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사로잡는 강렬하고 풍부한 서사와 섬세하고 예리한 필력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의 대열에 오른 소설가 브릿 베넷의 두번째 장편소설 『사라진 반쪽』이 출간됐다. 피부색이 밝은 흑인으로 태어나 한 명은 흑인의 삶을, 다른 한 명은 백인의 삶을 살아가는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이 작품은 2020년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언론과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 속에 무려 50주 동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자리를 지켰고, 미국에서 16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사라진 반쪽』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각종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책의 큰 성공에 대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얻으리라고 예상하셨나요?
그토록 널리 읽히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작품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이 소설이 아주 특유한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특정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원래의 문화적인 맥락 밖에서 이렇게 폭넓은 공감을 얻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커리어에서, 이 책의 출간과 관련된 모든 순간이 제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쌍둥이가 결국에는 서로 다른 선택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제와 플롯의 관점에서 쌍둥이 자매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소설을 구상할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설정이었나요?
쌍둥이라는 관계가 정체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탐구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런 설정을 통해 인종이라는 개념의 불합리성을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같은 외모를 가진 두 여성이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아가, 저는 쌍둥이가 개인의 인격에 관해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데지레와 스텔라는 같은 DNA를 공유하고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랐지만 매우 다른 사람들입니다. 어째서일까요? 무엇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소설은 데지레와 스텔라의 이야기부터 주드와 케네디의 이야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매우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얽히고설킨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며 풀려나가는 방식이 매우 절묘하고 탁월하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을 쓰실 때 이렇게 복잡한 플롯을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쌍둥이 자매의 인생만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책을 구상했었는데, 이후에 쌍둥이의 딸과 그들의 삶에 존재하는 남자들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단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한 뒤에는, 소설에서 다루는 다양한 문제를 중심에 놓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유연한 서술 구조를 취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여러 가닥의 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매끈하게 엮이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집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많은 것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와 자식, 자매, 연인, 친구 사이의 사랑 이야기요. 소설의 끝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말로 이 책이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쌍둥이 자매 간의 복잡한 사랑, 그들과 딸 사이의 관계,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로맨틱한 관계를 포함해 말씀하신 다양한 인간관계가 모두 제 관심사였어요. 저는 우리가 차이를 넘어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때로는 실패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종차별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이슈는 현 시점에도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시의적이고 유효합니다. 그 점이 『사라진 반쪽』이 많은 독자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은 이유일까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통해 던진 질문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씨름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저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동시에, 정체성이 지닌 유동성과 복잡성을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사라진 반쪽』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만한 소설, 혹은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혹은 개인적으로 추천해주시고 싶은 최근에 재밌게 보신 작품도 좋습니다!
넬라 라슨의 『패싱』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1920년대에 쓰인, 인종적 패싱을 다룬 강렬한 작품이이에요. 이 책도 두 여성의 위태로운 관계를 따라가는 이야기인데, 한 명은 패싱을 택하고 다른 한 명은 거부하죠. 『사라진 반쪽』을 쓰는 동안 자주 떠올렸던 책이고,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각색한 영화 버전도 정말 훌륭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혹시 차기작에 대해 살짝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음악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들에 대한 책을 읽고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브릿 베넷 (Brit Bennett) 도발적인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감동적인 드라마를 선보이는 젊은 미국 작가.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 졸업 후 미시간 대학에서 소설을 공부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대학생 작가들에게 주는 2014년 허스턴/라이트상과 대학원생 단편 부문에서 홉우드상을 수상했다. <뉴요커>, <뉴욕 타임스 매거진>, <파리스 리뷰>, <제저벨>에 그녀의 작품이 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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