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과학 시험을 칠 때 말고는 딱히 쓸모없을 것 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해다. 과학은 교실이나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는 학문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주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갇혀 있는 상상력을 뚫고, 더 넓은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일과 같다.
『과학으로 생각하기』의 저자 임두원은 국립과천과학원의 연구원으로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 ‘문과vs이과’ 특집에서 “눈이 녹으면?”이라는 질문에 “(당연히) 물이 되죠”라고 답하는 이과형 인간의 대표주자로 출연해, 탕수육은 과학적으로 부먹이 맞다고 주장하며 ‘부먹 vs. 찍먹’ 논쟁을 종결시킨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끼리끼리는 정말 과학인가요?”처럼 엉뚱한 질문부터, “영원한 삶은 축복일까요?”, “사람은 왜 겸손해야 하나요?” 등 철학적 질문까지 총 42가지 궁금증을 탁월한 입담으로 풀어가며 많은 대중이 과학의 본질에 한층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과학적 논리를 일상의 호기심과 연결해 무한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타고난 스토리텔러, 과학자 임두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롤로그에서 “과학이야말로 어떤 창보다도 넓고 투명하며, 왜곡 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창”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혹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의 한 시의회는 둥근 어항에서 금붕어 기르는 것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금붕어가 왜곡된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금붕어의 삶까지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참 부럽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는 어떨까요? 우리는 제대로 된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요? 금붕어가 그런 것처럼 우리 또한 무언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무언가를 창에 비유한 것이고요. 저 같은 과학자는 과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과학은 현상이나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관점이 옳은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하죠.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없다면 더는 과학이라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과학이란 창은 왜곡 없이 가장 투명한 창이라 말할 수 있죠.
과학을 다룬 책인데도 영화와 소설, 회화 등 인문학적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독특한데요. 이런 집필 방식을 취한 이유가 있을까요?
다양한 질문을 접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같은 질문도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죠.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원하는 답도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다름은 서로 완전히 별개인 다름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다름입니다. 세상의 서로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다름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다름이 서로 모여야 보다 더 완벽한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과학책이지만 과학의 창 말고도 다양한 창을 통해 질문을 다루어보려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달리 별이 뾰족뾰족하지 않고 동그라며, 노란색뿐 아니라 다양한 색을 띤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때 이후로 밤하늘이 또 다르게 보이더군요. 이처럼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과학적 사고를 더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가 ‘과학적으로’ 생각할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과학의 창은 세상을 더 밝게 비춰줍니다. 다른 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실제 모습을 더 잘 보게 해주죠. 너무 작거나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것들 또한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우리의 눈은 두 개에 불과하지만 과학의 창을 통하면 눈의 개수는 더 늘어납니다. 그만큼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도 더 넓어지고 더 다양해지겠죠.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 또한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영원한 삶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거절하실 건가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 책에서는 불멸의 삶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는 했지만, 막상 이런 제안을 받으면 단칼에 거절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함은 알지만 그래도 불멸의 삶이 주는 매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한동안은 불멸의 삶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으니 시간을 두고 앞으로 천천히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과학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지 알게 될 텐데요. 과학자님도 혹시 알고 싶은 ‘OOO’의 세상이 있나요?
최근 저는 예술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악기도 새롭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의 세상이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과학자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해체하고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예술가는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듦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세상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죠.
탕수육 ‘부먹VS찍먹’ 논쟁만큼이나 요즘 화제인 ‘깻잎 논쟁’을 아시나요?(나, 친구, 애인 셋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친구가 먹으려는 깻잎 장아찌가 붙어 있는 상황. 이때 애인이 그 깻잎을 잡아줘도 된다VS안 된다) 이 논쟁에 대해 과학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먼저 깻잎은 왜 그렇게 잘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 물분자들 사이에는 응집력이라는 힘이 작용합니다.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데요. 테이블 위에 물을 조금 떨어뜨렸을 때 작은 물방울이 생기는 것도 바로 이 힘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응집력은 작용하는 거리가 짧습니다. 그래서 단지 작은 크기의 물방울에서만 생성되죠. 젖은 깻잎 사이에는 물분자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들 사이에도 응집력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덩달아 깻잎들도 서로 달라붙게 되는 것이죠. 깻잎 사이의 거리도 매우 짧으니 응집력도 충분히 작용하여 깻잎들을 떼어내기 힘들어집니다.
일단 깻잎을 떼는 데 왜 도움이 필요한지 설명한 것 같으니 제 생각을 말씀드리죠. 제 생각에는 된다, 안 된다 두 가지 반응 모두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관계되는데, 첫째는 질투심입니다. 내 애인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불편한 감정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이타심, 다른 사람들의 친절한 모습에 끌리는 감정이죠.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겐 모두 다 중요한 감정들입니다. 진화과정에서 선택된 것이기도 하고요.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세하느냐에 따라 개인마다 최종 반응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나 꼭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다양한 질문자와 만나면서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많은 분이 이미 훌륭한 과학자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자질은 바로 끊임없는 ‘호기심’이죠. 질문을 던지고 답변 듣는 것을 좋아하는 바로 그러한 분들이 있었기에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문득 무언가를 보며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이 생겼던 적이 있는 분이라면 특별히 더 환영입니다.
과학을 좋아한다고 모두 다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과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죠. 그리고 세상에는 또 다른 아름다운 창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살면서 가능한 많은 창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잘 모아 자신만의 창으로 만들어보세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될 테니까요.
*임두원 서울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기업에서 연구 개발 부문에 종사하다가 정부 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과학기술 정책 기획을 담당했다. 현재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하며 과학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눈이 녹으면?”이라는 질문에 1초의 고민도 없이 “물이 된다”라고 답하는 이과형 인간이지만, 밤하늘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좋아하며, 영화와 요리 이야기만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낭만 과학자이기도 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프레임 중에서 과학이라는 창을 가장 좋아하며, 그 이유로 과학이야말로 어떤 창보다도 넓고 투명하며, 왜곡 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창이라고 말할 만큼 과학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친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