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로 고전 읽기』는 동서양 대표 고전의 핵심 내용을 시나리오 형식을 빌려 쉽게 푼 책이다. 무설탕 탄산음료에 미량의 나트륨을 더하면 단맛이 나듯이 어렵게 느껴지는 고전에 ‘시나리오’라는 소금을 더하고, 저자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가미해 고전을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원고별 도입부와 결론부에서는 시나리오(본론)로 다 전달하지 못한 내용을 저자가 친절히 부연해 해당 고전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인다.
1장에서는 『금강경』 성서 등 경전이라 불리는 동서양 고전을, 2장에서는 『데카메론』 『갈리아 전쟁기』 등 유럽의 현실과 꿈을 다룬 고전을, 3장에서는 황진이의 시, 『데카메론』과 같은 사랑의 마음을 담은 동서양 고전을, 4장에서는 『장자』 『삼국유사』 등 기묘한 스토리가 담긴 고전을 다룬다. 마지막 5장에서는 저자 명로진이 마키아벨리, 맹자, 사마천, 재레미 다이아몬드를 인터뷰한다는 가정하에 그들의 저서를 소개한다.
『시나리오로 고전 읽기』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저는 1990년 첫 책을 내고 나서 지금까지 50 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 중 상당 부분이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것이었어요. 또 1994년 드라마 <도깨비가 간다>로 데뷔하고 약 40 편의 드라마, 연극에 출연했습니다. 저자와 배우라는 저의 두 가지 정체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 책이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개성을 살려 고전을 재밌게 전하는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북바이북 강세윤 편집자를 만났어요. 이 분과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시나리오라는 형식으로 고전을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지요.
우리가 고전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수많은 책이 있지만 두 번 읽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두 번 읽는 책은 있어도 세 번 네 번, 열 번 이상 읽는 책은 또 드물지요. 고전은 아무리 반복해 읽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악과 비슷하지요. 왜 그럴까요? 어떤 한 시대의 일정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아 온 지혜의 근본이 다 담겨 있어요. 2천년 전 또는 그 이전에 생겨난 이야기지만 여전히 유효합니다. 현재의 베스트셀러를 읽으면 현재를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고전을 읽으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뭘까요?
배경 지식을 먼저 쌓지 않고 읽어서 그렇죠. 그리스 신화의 배경 지식, 고대 그리스의 지명, 인물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완역본으로 읽어 보세요. 첫 페이지도 다 못 읽어요. 『논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료를 탐색하고 미리 준비하고 나서 읽어야 합니다. 인류 지식의 원천이자 핵심이 그렇게 쉽게 이해될까요? 아니, 운전 면허 필기 시험도 며칠 씩 준비하고 대학입시도 몇 년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인문학의 대사상을 준비없이 배웁니까? 수영을 할 때도 준비운동 먼저하고 조깅도 스트레칭부터 하고 시작하지 않습니까? 먼저 철저히 시장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준비하지 않고 덤벼들었다가는 '와, 어렵다, 어려워'하면서 다 나가 떨어지는 거죠.
책에는 고전의 핵심 내용이 생생한 대화를 통해 다뤄지고 있는데요. 시나리오의 형식을 빌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플라톤도 자신의 사상을 대화 편을 통해 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말하면 재미없을까 봐 소크라테스와 그 밖의 인물들이 나와서 연극처럼 대사를 하지요. 왜? 재미있어야 의미도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형식을 빌린 이유도 그래요. '어떻게 하면 어렵다는 고전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전할까?'하는 고민의 결과입니다. 고육지책이지요.(웃음)
고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가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알기 전에는 어려워요. 알고 나면 재미있지요. 예를 들어 그리스 고전을 읽을 때 저는 당시의 지도를 펴 놓고 읽습니다. 나름 시청각 자료를 동원하는 거죠. 또 주석이 많은 책의 경우, 아예 칼로 책 중간을 잘라 두 권으로 만들어 읽습니다. 되도록 책을 괴롭힙니다. '이래도 어렵게 나올래?'하면서 말입니다.(웃음) 한 마디로 책하고 뒤죽박죽 싸우는 겁니다. 격투기 하듯. 그럼 처음에는 엄청 버텨요. 고전은 힘이 세거든요. 그렇게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지나고 나면 고전이 조용히 손을 들고 말해요. '졌다.'
‘경전’이라 불린 불교의 「금강경」부터 홍수 신화의 원조 「길가메시 서사시」까지 동서양 대표 고전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고르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고전을 골랐고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읽을수록 재미있는 고전 위주로 선택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는 고전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근 10년 동안 『논어』였습니다만, 최근에 『플라톤의 대화편』에 공자 선생님의 순위가 밀려 났지요. (웃음) 특히, 『에우튀데모스』 같은 책을 보면 정말 소크라테스를 다시 보게 됩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예민한 관심, 차별없이 대하는 마음 등이 최근 저를 사로잡고 있어요. 소크라테스는 역시 대단한 성인이었습니다.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책을 눈으로만 보지 마시고 한번쯤 소리 내어 낭독해 보시면 어떨까요? 의외로 재미있을 겁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역할을 정해서 연극처럼 해 본다면 더 좋고요. 만약 그렇게 하시다가 연출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연락처요? 출판사에 물어보시면 됩니다.(웃음)
*명로진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인문학을 쉽고 재밌게 전하는 일을 한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 테크노 인문학과를 졸업하고 인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논어는 처음이지?』, 『짧고 굵은 고전 읽기』, 『동백어 필 무렵』 등 고전과 글쓰기에 대한 50여 권의 책을 썼다. 2007년 출범한 ‘인디라이터 연구소’ 대표로 이곳을 통해 배출한 저자는 150여 명, 이들이 낸 책은 200여 권에 이른다. 2008년 교보문고 선정 ‘한국의 BOOK MENTOR’, 2008년 교보문고 주최 ‘제1회 인디라이터 북페어 초청 강사 및 심사위원’, 2011년 ‘교보문고ㆍ매일경제 올해의 책 선정위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선정 ‘한국의 대표 저자’, 2008, 2014,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고전 읽기 모임인 ‘홍대학당’을 이끌어 왔으며 1990년 이후 전국에서 1,500여 회의 강의를 했다. 동서양 고전을 소개하는 〈EBS 북카페〉와 팟빵 도서 분야 TOP 5로 선정된 팟캐스트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 읽기〉를 진행했고, 유튜브 〈명로진 Tv〉를 운영 중이다. 〈태양의 남쪽〉 등 30여 편의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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