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 맘 같지가 않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런 걸까?’, ‘혹시 내가 문제인 건가?’
인생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인간관계에 더욱 능숙해지고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맺고 있는 관계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는 포기하지도 상처받지도 않는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은 사람, 힘들지만 쉽게 접을 수 없는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 등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인간관계 문제에 갇혀 힘겨운 사람들을 위한 따뜻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조언이 가득한 인간관계 처방전이다.
‘그럼에도, 당신과 잘 지내고 싶어요’라는 책 제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에게 인간관계에 관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제발 도와주세요”, “정말 간절합니다”입니다. 상대에게 실망하고, 좌절했어도, 또 때로는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해도 친구를 만나, 가족에게, 전문 상담가를 찾아 끊임없이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 진짜 마음은 뭘까요? 그 사람과 잘 지내고 싶어서, 즉 이 관계를 잘 이어나가고 싶은 욕구가 깊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고, 답답하고, 좌절하고, 우울한 그 마음에는 사실 그 사람과 일상에서 잘 지내고 싶은 내 마음을 인정한다면 조금 더 유연하고, 담담하게 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셨습니다.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이 친구의 마음은 뭘까’, ‘저 사람은 왜 그럴까’처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같이 울고 웃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고요. 임상 심리상담사가 되어 전문가로서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을 상담하고 싶어 심리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죠. 심리학도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깊이 배울수록 일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변화나 성장을 돕는 일에 기여하고 싶어 전문 코치가 되었고요. 상담이 과거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 근원적 문제의 해결에 집중한다면, 코칭은 ‘지금 여기’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저에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국제 전문 코치로서 심리, 인간관계, 커리어, 자기계발, 리더십 등에 관한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있어요.
이 책의 모든 챕터는 ‘사례 제시-셀프 체크-관계 코칭’의 3단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생생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인데요. 이런 에피소드는 어떻게 쓰셨나요?
모든 에피소드는 ‘찐’이에요. 진짜 이야기죠. 저의 코칭 고객들이 토로하는 문제들,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코칭룸’과 팟캐스트 ‘관계대명사’에 접수된 사연들, 제 지인들이 술자리에서, 문자로, 전화로 토로한 고민들, 때로는 카페에서 들리는 낯선 이들의 대화까지, 그리고 저의 이야기도 포함해서요. 많은 사연 중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할 만한 인간관계의 난제들, 너무 사소해 물어보기도 민망하지만 속 시원히 답을 얻고 싶은 에피소드만 선별했습니다. 그 에피소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고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했고,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셀프 체크’로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드리고 싶었어요. ‘관계 코칭’에서는 전문가로서 제시할 수 있는 팁과 노하우도 있지만, 실제 코칭 현장에서 사용하는 질문들을 제시해 나만의 답을 찾는 셀프 코칭도 포함하고자 했습니다.
책에 수록된 사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유튜브 채널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에 출연해 함께 이야기한 ‘가스라이팅’ 에피소드입니다. 가스라이팅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의 심리를 조작해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정신적 학대입니다. 최근 가스라이팅 피해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사람들이 그 위험성에 주목하게 되었지요. 가스라이팅이 위험한 것은 연인, 가족, 친구, 동료 등 가까운 관계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강화되며, 가스라이팅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가해자나 피해자가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우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행동해주기를 기대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모두 다 너를 위한 거야’, ‘나 아니면 널 누가 이렇게 아끼겠니’처럼 애정에서 시작하지만 상대를 압박하고, 짓누르는 언행이 습관화되면, 누구나 가스라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무심코 지나쳤던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의 언행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죠. 흔히들 가스라이터는 손절만이 방법이라고 하지만, 가족처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가까운 관계도 있는 만큼 평소 나의 언어 습관을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며 현명히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람들 사이 거리가 멀어졌고 관계 맺음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어떤 태도나 노력이 도움이 될까요?
미국 캔자스대학교의 제프리 홀 교수에 따르면 단순히 아는 사람에서 평범한 친구가 되기까지는 50시간,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까지는 200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즉 시간을 투자해야 관계도 발전한다는 의미죠. 코로나19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가져왔지만, 만남이나 연락을 무기한 미루는 것은 멈추고 비대면 만남이나 전화, SNS 등을 활용해서라도 얼마든지 시간을 함께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상대가 내게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생각이 났을 때 내가 안부를 전하세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미루지 말고, 새롭게 관계를 확장할 사람을 찾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지낸 지인 중에 조금 더 알고 싶거나,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재시도해볼 수 있겠지요.
작가님은 이 책을 특별히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이 책은 어른으로서 본격적인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MZ세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학교나 가정에서 속 시원히 가르쳐 준 적 없는 경조사 챙기는 방법, 전화 공포증(콜 포비아) 극복법, 뒷담화에서 벗어나는 법, 현명한 선 긋는 법, 직장에서 친구 사귀기 등의 주제가 실제 많은 MZ 세대가 토로하는 고민들이었어요. 이런 것도 모른다고 무시당할까 봐, 막상 물어봐도 정확하게 답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난감했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쉬운 해결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MZ 세대들과 잘 지내고 싶은 기성세대에게도 나의 자녀와 후배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우선 자신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을 하시는지요?
저야말로 늘 나보다 다른 사람의 기분, 생각,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려 애썼고, 제 시간이나 에너지까지도 타인을 위해 양보하는 데 익숙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어느 순간 지쳐서 무기력해지고, 모든 관계가 버겁게 느껴져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저는 코치로서 타인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데는 능숙해도 정작 제 마음의 신호들은 모두 무시했던 거죠. 그래서 ‘감정 일기’를 매일 쓰고 있어요. 불안, 우울, 짜증, 즐거움, 기쁨 등이 단어를 적고, 내 마음을 확인하다 보면 유독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사람, 사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죠. 그 패턴을 알면 감정 낭비 없이 유연하게 대처하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또,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요. 일요일은 전화기를 온종일 무음모드로 해두고, 절대 일이나 친구, 가족과의 약속을 잡지 않아요. 또 하루 한 시간 산책할 때는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가요. 휴대폰만 없어도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이렇게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여백을 만드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윤서진 코칭 전문가로 국제코칭연맹의 전문 코치(PCC, Professional Certified Coach)와 미국 갤럽 인증 강점 코치 자격을 취득하고 직장인의 심리, 인간관계 및 자기관리, 대학생과 청소년의 강점 및 커리어 계발 등을 주제로 2,500시간 이상 코칭 및 강의를 진행했다. 현재는 국내 최대 코칭 회사인 코칭경영원의 실장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SK그룹 러닝 플랫폼 마이써니, LG화학, 신한금융지주, 롯데인재개발원, 스타벅스커피코리아, LINE 등 국내외 기업의 사내 코치 양성 및 코칭 리더십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