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집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취향과 일상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일상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내는 유튜버 '슛뚜'가 이번에는 공간을 말한다. 작은 원룸을 거쳐 현재의 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시간을 통해 변화한 삶을 기록해 에세이 『가끔 집은 내가 되고』로 출간했다. 나만의 취향을 찾기 위해,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출간한 소감과 간단한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는 저의 지난 7년간의 자취 생활을 담은 책이에요. 언제부터, 왜 나만의 공간을 꿈꿨고 그걸 어떻게 현실로 만들었는지가 담겨 있죠. 23살에 월세로 얻은 첫 자취방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아직도 그 참담했던 심정과 집의 곳곳이 생생해요. 월세에서 전세를 거쳐 매매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인 독립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이 쌓였어요. 드디어 그 모든 말을 책 한 권에 담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원고를 쓰면서, 그리고 완성된 원고를 몇 번이고 수정하면서 읽고 또 읽은 글인데도 자꾸만 책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책을 읽으며 공간과 인간이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작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인가요?
어느 시기에는 집의 의미를 정의하기가 쉬웠어요. 피난처라고 표현한 적도 있고, 전시장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오히려 요즘은 명쾌하게 집의 의미를 설명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요. 그만큼 집과 다양한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는 거겠죠. 집은 저도 몰랐던 저의 취향과 성격, 습관을 선명히 알려주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언제나 따뜻하게 기댈 수 있는 가족이기도 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숨을 수 있는 아지트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저는 더 많은 역할을 이곳에 부여하겠지만, 언제나 변치 않는 것은 집은 저에게 고마운 공간이라는 사실이에요.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집을 포함하여 여러 집을 거쳐 지금의 집에 이르기까지, 작가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집은 어디였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전셋집이었던 송도의 오피스텔이에요. 책에서도 그즈음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을 정도로 저를 성장시킨 곳이죠. 그 집과는 처음 한 게 많아요. 주거 공간에 욕심을 낸 것도, 집을 위해 대출을 받은 것도, 방과 거실이 구분되어 있었던 것도 다 그 집이 처음이에요. 계속 낡은 원룸에서만 살다가 밝고 넓은 신축 오피스텔에 들어오니 모든 게 강렬할 수밖에요. 그 집에 살며 실내에 햇빛이 드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내 집 마련에도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게다가 주변 환경도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워서 사실 아직까지도 그 동네와 그 집을 그리워하곤 한답니다.
삶의 형태에 따라 머무는 공간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안전에는 돈이 든다」는 혼자 사는 여성분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어요. 1인 가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의 특성은 무엇인가요?
1인 가구이기에 보이는 공간의 특성도 있지만, 저는 환경에 대해 답을 하고 싶어요.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집뿐만 아니라 집이 속해 있는 동네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근처에 공원이 있는 집과 유흥업소가 있는 집은 정말 천지 차이더라고요. 혼자 살게 되면 아무래도 나를 돌보는 게 어려워요. 쉬는 날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모든 끼니를 배달로 해결한다거나…. 아프면 혼자 병원에 가기도 힘들고요. 좋은 집을 얻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전에 주변 환경이 어떻게 나를 바꿔놓을지 생각하는 것도 필수적인 단계라고 봐요. 병원과 약국 등이 가까이에 있고, 공원이나 학교가 가까이 있는 곳이라면 혼자 살더라도 더욱 더 안전하게, 성실하게 나를 돌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작가님의 취향을 100% 반영하여 리모델링 했다고 책 속에 나와있어요. 리모델링 했을 때, 가장 신경 쓴 부분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가장 신경 썼던 공간은 주방이에요.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는 붙박이장과 펜트리 룸 때문에 평수에 비해 주방이 정말 좁아 보였기에 힘을 좀 써야겠다 싶었죠.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다른 공간들은 바닥과 벽에 부착된 마감재가 달라진 정도라면 주방은 기존 구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환골탈태했어요. 상부장과 붙박이장을 모두 제거하고 펜트리 룸을 터서 주방의 구조와 동선을 변경하는 아이디어는 제가 업체와 미팅을 하며 가장 먼저 제안한 내용인데, 변화가 워낙 커서 몹시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공간은 거실이에요. 한쪽 벽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워져 있고, 반대편엔 소파 대신 철제 의자 두 개가 달랑 놓여 있는 것이 저의 고집과 취향을 오롯이 나타내는 것 같아서요.
‘나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주거 공간의 변화는 나를 바꿔놨다’라는 책 내용처럼, 현재의 집이 작가님을 바꿔놓은 부분이 있을까요?
예전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고 깨끗하게 살게 됐어요. 미니멀리즘에 진작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이 집에 이사를 오면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어요. 집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좁은 집에 살 때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생긴 지금, 오히려 청소가 더 쉽고 즐거워요. 이틀에 한 번 청소기를 밀고 먼지떨이를 사서 조명 갓 위의 먼지를 털다니! 과거로 돌아가 옷이 켜켜이 쌓인 빨래 바구니를 끼고 살고 있는 저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면 절대 믿지 못할 거예요.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뤄진 이 변화는 아마 현재의 집이 제가 정말로 아끼는 공간이라 늘 완벽하고 예쁘게 가꿔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샘솟기 때문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내가 꿈꾸는 집은 생각보다 그렇게 멀리 있지 않더라고요. 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집은 정말 내가 정의 내린 공간이 되어버린다고도 이 책에 썼는데요, 집을 잠만 자는 공간으로 여기면 호스텔 같은 곳이 되고, 좁고 낡아서 답이 안 나오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좁고 낡은 공간이 되어버려요. 마찬가지로 내가 꿈꾸는 내 취향이 가득한 집이 나에게서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그 집은 나에게 정말 천천히 오게 될 거예요. 찾아보면 생각보다 방법이 많고, 무엇보다 인생은 당장 내일이라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것이기에 ‘나만의 공간’이 더 이상 뜬구름 같은 꿈이 아니라 조만간 내 힘으로 이루고 말, 하나의 계획 같은 것이라고 여겼으면 좋겠어요.
*슛뚜(박해리)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자 주의.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라면 이왕이면 하고 후회하는 삶을. 여행과 사진, 글쓰기를 좋아해서 그것들을 모두 더한 삶을 사는 중. 구독자 95만의 일상 브이로그 채널 ‘슛뚜(sueddu)’를 운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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