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해 마지막으로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언제일까?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 우주. 분명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우주의 존재 따위를 고민하는 것은 사치가 되었다.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도대체 우주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당장 오늘의 일들도 힘든데 그런 고민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마스다 미리는 "별의 죽음은 우리와 관계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오늘 밤에 본 별하늘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지 않냐고" 답한다. 안나의 일상에 끼어드는 오빠의 뜬금없는 우주 이야기는 엉뚱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안나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안나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노닷치를 안타까워할 때 오빠는 명왕성의 이야기를 꺼내며 "행성에서 퇴출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별인 명왕성은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는 걸 일깨우고, 매일 상처를 겪어야 하는 사람과 달리 "별은 가만히 있어도 되니까 좋겠다"고 말하는 안나에게 모든 별과 우주의 만물 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힘이 들어도 공전하며 스스로의 몫을 해내고 있는 토성은 그 증거로 지구에서 15년 주기로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한다.
마스다 미리의 소설 속에서 일상과 우주의 이야기는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며, 영원하다고 느껴지는 우주에도 시작과 변화와 있다는 것, 그리고 나라는 존재 역시 수많은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마음과 현상들을 실감하는 것은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안나의 토성』을 읽다 보면 이 드넓은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하나하나는 이 우주와 맞먹는 기적 같은 존재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스다 미리의 별처럼 빛나는 위로는 우주 속 유일한 별인 우리에게로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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