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라는 단어는 흔히 경제나 트렌드 전문가의 글에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모빌리티의 실체는 기술이다. 모빌리티 트렌드나 서비스는 그에 따른 현상인 것이다. 배터리와 수소저장 기술,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켓 엔진의 발명까지, 모빌리티의 가파른 변화는 기술 발전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모빌리티 기술을 알면 미래가 점점 선명해진다. 기술이라는 분명한 실체에 기반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의 미래』는 말한다. 기술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부터 현대자동차까지, 수많은 기업의 눈이 모빌리티를 향하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을 말할 때 가장 떠오르는 키워드이기도 한데요. 모빌리티의 정의는 무엇이며 수많은 기업이 모빌리티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요?
모빌리티(mobility)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이동과 관련되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일컫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도 빠르고, 안전하고, 더 멀리, 더 편하게 이동하고자 하는 욕망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보여요.
자동차, 항공기, 배, 기차, 우주 로켓과 같이 사람과 화물의 이동을 돕는 모든 수단과 서비스가 현대 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동의 욕망에 따른 수요 증가에 따라 미래에는 더 산업 규모가 커지리라 예상합니다. 곧 관련된 시장이 커진다고 볼 수 있죠. 많은 기업이 매출 규모와 수익 창출의 극대화를 목표로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전기자동차가 20만 대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사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등장했던 만큼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이렇게 상용화가 된 걸까요?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있어요.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경제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인데, 온실가스 중의 하나가 이산화탄소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휘발유나 디젤 등을 연료로 태우면서 꽁무니로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뿜어냅니다. 그런데 배터리로 전기 에너지를 얻어 움직이는 전기차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요.
초기에 만든 전기차는 배터리의 능력 부족으로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자동차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죠. 최근 들어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전기차 개발 필요성이 커졌고 개발 역량을 집중해 배터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 상용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테슬라라는 걸출한 전기차 제작 업체가 혁신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고,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무공해차 100% 전환을 발표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앞다투어 내연기관 퇴출을 말하고 있고요. 정말 몇십 년 안에 내연기관 차량을 거리에서 완전히 볼 수 없게 되는 건지, 업계에서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시대가 이렇게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올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만큼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에 우리 모두가 푹 빠져 있었다고 할까요. 기후가 이상 징후를 보인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과연 얼마나 나빠질지는 파악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상황이 다릅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따라 모든 국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계획대로 줄여나가야 하지요.
완성차 업체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쏟았던 기존 투자가 쓸모 없어지게 될 것이 두려워 초기에는 전기자동차 개발과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가 전기 자동차 생산 중심으로 부드럽게 전환해서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 일례로 지난 12월 14일 세계 1위의 자동차 판매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배터리 전기차 30종을 2030년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고 있죠.
덧붙여 말씀드리면, 일반적인 자동차 수명을 15년이라고 봤을 때, 2050년 내연기관 자동차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면 2035년 이후로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판매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요.
자율주행 기술에는 광차 문제 같은 윤리적 딜레마가 남아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탑승자 1명을 살리기 위해 보행자 5명을 쳐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냐는 것인데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자율주행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선 자율주행차는 기계장치입니다. ‘자율’이라는 단어가 쓰였기 때문에 마치 스스로가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을 주지만, 결국은 기계장치이므로 사람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지시한 데로 움직인다고 봐야 해요. 즉 판단하기 힘든 상황에 부닥쳤을 때 자율주행차는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할 겁니다. 어떤 상황이 되었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광차 문제 같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입력하는 주체이지요. 따라서 자율주행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윤리적 판단은 당연히 인류 사회가 공동으로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결국 인간이 결정해야 합니다. 비단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인공지능 기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공지능 기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윤리학자를 포함해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기존에도 헬리콥터 같은 수직이착륙 비행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기 수직이착륙(eVTOL) 비행체가 등장하고 도심 항공의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동력원을 엔진에서 모터로 바꾼 것이 도심 항공의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모빌리티의 전동화는 지상과 마찬가지로 하늘에서도 점차 실현되고 있어요. 이것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기에너지를 품는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과 분산 '전기추진(DEP; 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이라 불리는 기술입니다. 거대한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기존 헬리콥터와 다르게 eVTOL은 전기 모터를 기체 여러 군데에 나눠 달아 비행체를 띄울 수 있어요. 따라서 비행체를 다양한 모양으로 설계할 수 있고, 특히 기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분산 전기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소음 문제를 해결할 주요 기술입니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같은 기업을 필두로 우주 산업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의 누리호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우리나라 로켓기술의 현주소와 우주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1990년대 인공위성 제작에서 출발했습니다. 2002년 우리나라 최초로 액체로켓엔진을 적용한 과학로켓인 KSR-III(Korea Sounding Rocket-III)을 시험 발사한 후,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체를 시험 발사하는 데 1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마디로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우리 로켓기술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우주발사체를 운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우주비행체의 한 종류인 인공위성 제작 기술과 우리가 제작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우주 모빌리티 수단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우리보다 훨씬 먼저 우주개발에 뛰어든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같은 우주개발 기업이 뉴스페이스(NewSpace)라고 부르는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부흥기를 이끌고 있어요. 우주 산업에서 민간 업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주 공간에 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이전보다 현격히 낮춰야 합니다. 기존에는 우주로켓이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소모성 기계였는데, 스페이스X가 1단 로켓을 재사용하는 혁신을 선보였죠. 며칠 전인 12월18일에는 스페이스X 팰컨9의 1단 로켓을 11번째 재사용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어요. 이로써 우주 운송 비용이 이전보다 10분의 1 정도까지 낮아졌습니다. 우주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처럼 로켓 운용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로켓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모빌리티 혁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미래 모빌리티가 바꿀 2030년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궁극의 질문이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진다는 것이죠. 2030년에는 레벨4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꽤나 익숙한 풍경이 될 수 있어요. 전기수직이착륙 비행기를 이용해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점까지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지도 모릅니다. 자율주행의 완성도에 따라 꼭 직장 근처에 살지 않아도 될 수 있죠. 코로나 19의 여파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반드시 정해진 사무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흔들리면서 이전보다 주거지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모빌리티의 미래』 서두에 모빌리티가 바꿀 우리 일상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기술 이해를 바탕으로 2030년 모빌리티가 우리에게 가져올 미래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서성현 기계·우주항공 공학자. 과학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Th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후에는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연구소에서 가솔린 엔진을 개발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우주발사체(누리호) 엔진의 전신이자 국내 최초 터보펌프식 30톤급 액체로켓엔진의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은 국립한밭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로 신개념 동력원을 연구한다. 초소형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로켓 개발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에 기술 자문을 하는 등 하드웨어 개발에도 진심이다. 대중에게 과학기술이 불러올 미래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저궤도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나가 지구를 두 눈으로 바라보는 꿈을 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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