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수 X에 대한 어느 생의 분투기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장 행동에 옮기기를! 나중은 100퍼센트 보장된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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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n 살. 적당히 무난한 삶을 살던 저자는 어느 날 림프종으로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인생, X다』의 저자는 다짐한다. 지금부터라도 선물처럼 주어진 현재를 충실히 채워보겠다고, 그리하여 무엇이 될지 모르는 내일의 미지수 X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의 X로 바꾸어보겠다고.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장 행동에 옮기기를! 나중은 100% 보장된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번 작품 『인생, X다』 에 관한 소개를 부탁 드려요.

행복은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그럼 어디 비교해볼까요? 저는 암환자입니다. 결혼도 못 했고 모아둔 돈도 없습니다. 잘나가는 작가도 아닙니다. 투병 후유증으로 얼굴까지 망가져서 코로나가 끝나도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합니다. 와중에 비트코인은… 하! 힘들지 않은 인생 있겠냐마는, 이 글을 읽으며 ‘그래도 내가 낫군!’이란 생각 들지 않으십니까? 태클이 들어오는군요. 아무 관계도 없는 저의 인생이 우울해졌다고 당신이 행복해지진 않을 거란 말씀이시죠? 황희찬이 반 다이크 젖히듯 회심의 답변 드립니다. 『인생, X다』를 구매해 읽어보세요! 저자와 독자는 때론 부부보다 가까운 관계가 됩니다. 이제 당신은 행복해지실 일만 남은 겁니다.

 『인생, X다』를 쓰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투병 과정을 책으로 써야겠다는 계기가 있으셨나요?

좋은 책(시나리오)에는 드라마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드라마란 ‘주인공이 무언가를 향해 X나게 고생하며 다다르는 이야기’라고 또한 배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암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강력한 인트로, 본문을 꽉 채우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완치라는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의심받지 않을 찐 간절함, 바람대로 끝나지 않았을 경우의 유작 프리미엄까지! 원래 의도대로 책 한 권에 잘 담아냈는지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남았지만요. 그저 일기를 쓰듯, 블로그를 하듯 정리하다 보니 차례도 자연스럽게 뽑아졌던 것 같습니다. 하나 고민됐던 건 책이 나왔을 때 제가 암환자가 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첫사랑 혹은 전 여친 같은 존재 말입니다. 애틋함과는 별개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란 듯이 잘 사는 근황 전해주고 싶은 그런 인연들, 다 갖고 있지 않나요? 예명으로 책을 내게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네요.

코감기로 병원에 갔다가 암 선고를 받고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그때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아프기 전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SNS에 업로드해야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입니다. 사람들 반응이 궁금했고, 암이라는 한 글자의 묵직함을 자각하기 전이었습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은 ‘코앞’까지 다가온 현실적인 공포에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군대 훈련소 첫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애인과 헤어졌을 때, 회사에서 잘렸을 때,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절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순도 100%의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무서워서 몸이 덜덜 떨렸고,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습니다. 심지어 담배를 끊었는데 금단증상조차 없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흑백으로 보였던 일주일이 지나서야 내 인생에 투하된 핵폭탄 같은 재앙을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모든 암환자가 공통적으로 겪는 부정, 분노, 우울, 타협의 단계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뭐 이렇게 책까지 내고 암과의 동거를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쩝!

투병 중 가장 힘들었던 때와 가장 힘이 났던 때는 언제일까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균실에 있을 때였습니다. 일반 병실에 입원했을 때는 답답하면 병원 복도도 산책하고, 링거병 거치대를 질질 끌며 병원 근처 편의점에 가서 커피도 사 마셨습니다. 그러나 무균실은 출입 통제가 엄격합니다. 한번 무균실에 입실하면 저 같은 경우에는 보통 2주 정도 항암제를 맞고 나왔는데, 딱히 갈 곳도 없으면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없던 공황장애까지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회장님이 입원할 것 같은 1인실에서 책 보고 TV 보고 인터넷하고 ‘상팔자 아냐?’란 생각은 입실 사나흘 만에 무너졌습니다. 독한 항암제에 점령당한 몸은 의욕도 출입금지 당한 상태라, 조금 역동적인 수준의 식물인간처럼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가장 힘이 났던 순간은 친구를 만나기 전날 밤이었습니다. 암환자가 된 후 인간관계가 확 쪼그라들어서 자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내일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 때면, 소풍 전날 밤의 아이처럼 신이 나서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인생, X다』에는 일상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자세는 오늘 하루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고요. 

항암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는 날, 병원 근처에 사는 친구와 사운즈 한남이란 곳의 야외 벤치에 앉아서 한참 동안 햇볕을 쬐었습니다. 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링거를 맞기 위한 주삿바늘이 손등에 꽂혀있지 않다는 이유로, 친구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행복했습니다.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예정이기에, 반가움에 낑낑거리며 내게 달려들 만두(개 이름)를 마음껏 쓰다듬을 예정이기에, 채혈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지 않고 늘어지게 늦잠을 잘 예정이기에, 빨리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암환자에게는 간절한 바람이란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인생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버킷리스트라고 할 만한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암환자가 되기 전에는 ‘언젠가는’이란 전제하에 버킷리스트가 몇 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극 여행이라든가, 결혼이라든가, 팟캐스트 진행이라든가. 항암치료는 끝났지만 아직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도 아니고, 투병 후유증으로 망가진 얼굴을 재건하는 수술도 내후년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뭔가를 기대하고 계획하기에는, 잘생기지도 않고 못생기지도 않은 원래의 얼굴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 가서 버킷리스트를 짜보겠습니다.

오늘도 절망 속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어설픈 행복론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절망은 자신의 절망입니다. 제가 암환자란 이유로 ‘그러니까 당신의 절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엄살 부리지 마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쨌든 힘내세요!’라고 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도 솔직히 아닙니다. 그렇다고 채널 예스 7문 7답 담당자님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없습니다!’라고 끝낼 만큼 제가 정 없는 스타일은 또 아닙니다. 흐음…. 굳이 답변을 하자면, 정작 힘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이 아니라 경청 아닐까요. 만약 버거운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출판사를 통해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감히 들려드릴 말은 없지만,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은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김별로

몇 년간의 직장 생활이 지겨워 그만두고 몇 개의 직업을 전전했다. 몇 명의 여자 친구와 사귀었지만 몇 번의 결혼 시도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몇 권의 책을 냈고 몇십 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앞으로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살지 아무도 모를 일이기에, 오늘 하루 충실하게 살자고 도대체 몇 번을 다짐하는 거야.




인생, X다
인생, X다
김별로 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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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