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학창 시절을 떠올려본다. 우리는 매달 돌아가며 교실 청소를 했고, 더불어 선생님 지시에 따라 교무실도 청소했다. 생각해보면, 왜 학생인 내가 교사들이 생활하는 교무실을 청소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여러 불만을 품고 살았던 그 시절에 왜 그 행동에는 반기를 들지 않았을까 의문이 든다. 당연하다 여겼을까? 피곤해서였을까, 아님 두려워서였을까?
당연시되던 것들이 그렇지 않게 되는 사회,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에 의문을 품게 된 사회가 도래했다. 온라인이 발전할수록 수평적인 문화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정당하다고 여기며 행사했던 과거의 권위가 강제적이진 않았는지 항상 되묻게 한다. 기존에 그래오던 수직적인 힘과 그것을 해체함으로써 오는 혼란들. 책은 ‘권위’의 사회적 개념이 변모하는 과도기의 모습들을 담았다.
서울시 특별시장의 죽음에서 되묻는 권위의 본질. 여성, 의료 간병인이 행하는 ‘돌봄’의 가치 재고, 기존의 권위를 박탈한 후 재생산된 예술의 권위 등.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행위에 지속해서 품는 의문들이다. 그리고 더는 그곳엔 머무를 수 없음을 깨닫는다. 오늘날의 권위는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적 힘을 수평으로 만드는 영향력이며, 보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살펴볼 수 있는 기울임이다.
“여자의 일과 남자의 일이 정말 다른지, 누가 명령하고 누가 따라야 하는지, 무엇이 쓸모 있고 쓸모 없는 일인지에 대해서 다른 답을 내려야 한다. 돌봄이 시작되는 경사의 각도가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지렛대가 작은 힘을 큰 힘으로 바꿔주는 것처럼, 다른 연약한 존재를 향해 기울어진 존재들의 다정한 힘이 세상을 비참에서 들어 올린다.” (78쪽)
기존에 단단히 박혀있던 통념을 깨부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정당화를 무기로 당연시 여겨졌던 과거형의 권위를 변화시키는 건 달걀로 바위 치기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렇게 변하는 세상에 나와 주변의 이들은 지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며 세상을 기울인다. 그러는 사이 달걀은 부화하여 행복한 닭이 되고, 바뀌어버린 경사에 떨어져 나간 바위가 조각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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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도서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