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레전드의 정신을 이어받은 제니퍼 허드슨
자신의 우상으로 완벽하게 변신 성공한 허드슨은 영화의 제목처럼 '존경'받기에 손색이 없는 배우이자 가수로 진가를 다시 확증했다.
글ㆍ사진 이즘
2021.09.15
작게
크게


2006년 <드림걸스>(Dreamgirls)의 히로인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이 돌아왔다. 소울 음악의 여왕(Soul Queen)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사후 연기를 위해서다. 전설의 가수를 극적인 틀에 담아낸 전기 영화에서 그는 아레사의 분신이라 할 만큼 주인공을 온전히 체화해냈다. 오스카와 그래미상을 이미 석권한 바 있는 그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다시금 빛을 발한다. 우상인 소울 아이콘의 노래를 재창조한 것은 물론, 사실에 근거한 아레사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허드슨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목사 CL 프랭클린의 딸이자 지역 프로듀서 남편 테드 화이트(Ted White)의 아내로서의 삶이 극적인 전개의 토대를 이루는 한편, 분신 제니퍼 허드슨은 흑인 보컬리스트로서 폭넓은 음악 스펙터드럼을 가진 아레사 프랭클린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노래 (1967)를 통해 블랙 팬더(Black Panther)운동,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페미니스트와 시민의 권리항쟁 운동의 메신저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음악 인생의 단면에 관객들이 공감하게 이끈다. 프랭클린이 거의 20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화면에 보여주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에서 시청자는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알고 전설적 인물을 기리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극의 주인공은 사실, 가수였을 뿐 아니라 작곡가였으며 그 자체로 음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예술혼을 타고난 아티스트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믿음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데 있어서 천부적 재능은 그의 영적 뿌리였으며, 교회에서 영성 가득한 찬송가를 부르며 가수로서의 재질을 다질 수 있었다.

첫 곡인 'There is a fountain filled with blood'(피가 가득한 샘이 있습니다)를 비롯해, 'I never loved a man(The way that i loved you)'(나는 남자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내가 당신을 사랑한 방식)), 'Do right woman, do right man', 'Dr. feelgood(love is a serious business)', 'Ain't no way', '(You make me feel like a)natural woman', 'Take my hand, precious lord', 'Precious memories', 'Amazing grace', 'Here I am(singing my way home)'과 같은 곡들이 사운드트랙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영적인 가스펠과 블루스 송들에서 아레사의 음악적 근본이 복음성가에 있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허드슨의 보컬과 톤에서 프랭클린 고유의 창법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다.

1944년 뮤지컬영화 에 쓰인 'Ac-cent-tchu-ate positive'와 냇 킹 콜(Nat King Cole)이 처음 부른 'Nature boy'는 1940년대의 스탠더드 재즈 송으로, 스윙이 있는 재즈와 보사노바 리듬 기반의 재즈 곡조가 일품이다. 두 번째 노래는 이 영화를 위해 허드슨이 각별히 다시 부른 원곡들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 부른 원곡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는 후렴구를 비롯해 유쾌한 탄생기와 더불어 전설적인 원형 사운드와 비교해 들을 만하다. 이어지는 'Sweet sweet baby (since you've been gone)는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른 노래로, (1968)에 수록된 리듬 앤 블루스, 같은 앨범 B면에 실린 'Ain't no way'와 함께 원곡에 가깝게 다시 불렸다. 원래 오티스 레딩에게 줄 계획이었으나, 아레사가 싱글로 발표해 R&B차트 정상에 등극하면서 그래미 수상의 영예까지 안겨준 노래 'Chain of fools'(1967), 동시대 히트 팝송 제조기 제리 고핀과 캐롤 킹(Gerry Goffin&Carole King) 파트너가 써준 곡으로 1967년 R&B차트 2위에 오른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원곡의 그루브와 펑키한 리듬과 곡조가 살아 있는 'Spanish harlem'까지 주옥같은 명곡들이 스토리의 얼개를 이루며 영화를 관통한다.

레이디 소울의 명불허전 시그니처 송들을 커버하는 것 외에도 제니퍼 허드슨은 자신의 스타일로 작성된 신곡 'Here i am (singing my way home)'을 재조명했다. 이 곡은 캐롤 킹과 제이미 하트만(Jamie Hartman)과 함께 허드슨이 합작했다. 가스펠과 소울의 원초적 감성을 보유한 곡에서 허드슨은 영적 감흥이 넘치는 가창력을 들려준다. 소울 레전드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신을 그 안에 완전히 융합해냈다.

범접 불가의 “넘사벽” 아이콘을 있는 그대로 재연해내는 과업은 제니퍼에게 가수로서 축복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거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우상으로 완벽하게 변신 성공한 허드슨은 영화의 제목처럼 '존경'받기에 손색이 없는 배우이자 가수로 진가를 다시 확증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선택이 옳았음을 제니퍼 허드슨은 영화 속 부활로 화답한 셈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채널예스 # 예스24 # 이주의앨범 #제니퍼 허드슨 #리스펙트
0의 댓글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