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한 '지안' 작가
작품을 거의 탈고할 때쯤 제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울림 같은 것이었는데요. "어린이는 힘이 세다."였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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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배프! 베프!』는 “인물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신중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모든 면에서 동화의 전범이라 할 만한 플롯을 보여 준다. 어린이는 밥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너무 자주 잊게 되는 이 사실을 아동급식카드라는 시의적인 소재로 새롭고 정확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2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작품을 처음부터 찬찬히 다시 보았어요. 소재가 급식카드다 보니, 급식카드에 대한 조사와 공부를 더 했어요. 지자체마다 급식카드의 발급 기준, 사용 금액, 사용처 등이 다르고, 또 좋은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는 시점이기도 해서요. 편의점들만 해도 한두 달 사이에 급식카드 계산 방식이 바뀌기도 했으니까요. 급식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들이나 급식카드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다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잡느라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부터 배프! 베프!』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공익 광고에 음식점 문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의 뒷모습이 나왔어요. 급식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였죠. 한 컷이었는데, 그 뒷모습이 제게 다가왔죠. ‘지금 저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질문으로요. 마침 부모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멈춘 상황이어서, 자연스럽게 두 아이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어요. 체크카드를 쓰는 유림이, 체크카드를 갖고 싶었지만 급식카드를 받게 된 서진이, 이미 급식카드를 쓰고 있는 소리로요. 그리고 급식카드에 대해 조사하면서 광고 속 아이의 뒷모습이 시린 이유를 알게 되었죠. 누구의 시선보다도, 사용하는 데 불편한 제약 사항이 너무 많다는 것을요. 예를 들면, 급식카드로 밥을 사 먹어야 하는데 급식카드 가맹점이 학교나 집 근처에 없는 경우, 하루 사용할 수 있는 금액으로는 밥값이 부족한 경우, 하루에 한 번만 써야 하는 경우 등등요. 이런 조각들이 이 작품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야기 속 아이들 사이의 대화가 정말 실감납니다. 카드가 생긴 걸 자랑한다거나, 엄마 아빠와 어디어디에 간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점이요. 평소 아이들의 화젯거리들을 어떻게 관찰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때그때 메모한다거나 머릿속으로 잘 기억해 둔다거나 하는 선생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작가들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놀이터나 엘리베이터에서, 동네 산책을 하다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입니다. 아이들은 친절하게 잘 알려 주는 편이고요. 가끔 안 듣는 척하면서 몰래 엿듣기도 하죠. 그리고 어린이에 관한 기사나 방송을 많이 보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동화책을 많이 읽죠. 다른 작가들은 어린이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표현했나 공부하듯이 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쓸 때는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급식카드를 사용하고 있냐고 먼저 물어보긴 어려운 상황이어서요. 대신 급식카드 사용이 가장 많은 편의점 사장님께 많이 여쭤보았죠.  

책 속 그림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구상하실 때 상상했던 이미지들과 비슷한지 궁금해요. 

제가 상상한 이미지보다 훨씬 멋지고 사랑스러웠어요. 서진이나 소리, 아기 고양이가 품은 활기와 건강한 이미지가 이야기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은 거 같아요. 그림 작가님, 감사드려요. 

급식카드를 이용할 때 편의점에서 이 상품은 안 되고, 저 상품은 되고 하는 상황이 아이로서는 너무 당황스럽고 속상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곧 밝아지는 친구들의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야기를 푸실 때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작품을 거의 탈고할 때쯤 제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울림 같은 것이었는데요. “어린이는 힘이 세다.”였습니다. 씩씩한 서진이에게 감동한 제 내면의 감탄사 같은 거였어요. 제가 어떤 의도나 목표를 가지고 작품을 써 가면, 아이의 목소리는 힘을 잃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받아 적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도달하면, 누군가는 좋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작품 속 인물들이 씩씩하고 낙천적이다라는 것을, 심사평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작품 속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모습을 만들어 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요.

동화작가로서 이야기 속에 그려 넣고 싶은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어떤 모습 또는 어떤 아이로 비춰지기를 바라는지는 그 아이의 마음인 거 같아요. 꼭 이런 아이들을 그려야지 하는 것은 없는데, 굳이 바란다면 슬프다면 위로를, 배가 고프다면 먹을 것을,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좀 거짓말 같아도 그 아이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죠. 그리고 그 위로와 음식과 기적은, 누구의 도움도 아닌, 아이가 만들어 내는 거요.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함께요. 작은 아이들이 모여 이루어 내는 것들이요. 아이들은 힘없는 만큼 힘이 세기도 하고, 배고픈 만큼 누군가를 배부르게도 하죠. 『오늘부터 배프! 베프!』의 서진이와 소리와 유림이, 아기 고양이 소망이처럼요.

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는지, 앞으로 어떤 동화를 쓰고 싶은지!

아이들마다 상황이 다르니, 각자의 생각과 상황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라고요. 급식카드와 우정으로만 읽힌다면…… 그건 그것대로요.

저는 어렵긴 하겠지만, 앞으로도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거예요. 그 아이는 어느 때고 어디서나 제게 말을 걸어오겠죠. 작가로 등단한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말을 걸어왔는데, 아직도 답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학대와 방임 속에 고통받는 아이들도 제 마음속에 있어요. 급식카드를 받아야 하는데 행정적 제약과 한계로 급식카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도요. 아이들뿐 아니라 동물들도 만나야 할 거예요. 현재뿐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아온 이들도 만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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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