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번역가들이 현대적 언어로 번역해, 이 시대의 독자가 새롭게 읽기에 좋은 고전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걸 클래식 컬렉션』. 세 번째로 선보이는 『환상 컬렉션』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어린이 우화로 사랑받아온 『피노키오』, 환상적 모험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 영원한 동심의 원천을 그린 명작 『피터 팬』을 소개한다.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 『피터 팬』 세 작품을 각각의 선명한 컬러로 표현한 권서영(tototatatu) 작가의 표지 일러스트는 첫눈에도 강렬하고, 작품 속의 캐릭터와 등장 요소를 한껏 표현한 디테일로 오랫동안 요목조목 뜯어보아도 즐겁다. 신비로운 바이올렛 색상에 다양한 실루엣이 홀로그램으로 빛나는 세트 박스는 고전의 감성에 현대적인 재해석을 덧입혔다. 원전이 전하는 고유한 텍스트부터 감각적 디자인을 입은 겉모습까지 언제 봐도 좋을 소장 가치 만점의 컬렉션이 탄생했다.
이번 『환상 컬렉션』은 책 표지만 봐도 이미 환상의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번 일러스트에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일까요?
각 소설의 내용을 특징적으로 잘 담으면서도 세 가지의 표지가 세트처럼 느껴질 수 있는 통일성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각 소설마다 중심색을 설정하고, 소설 내용의 요소들이 잘 드러날 수 있게 배치를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피터 팬』, 『오즈의 마법사』, 『피노키오』 속 모든 등장인물들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더이상 동심이 남아 있는 나이는 아니기도 하고, 작업을 하기 위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게 되기에 이 시점에서 특정한 어떤 캐릭터의 감정을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제게는 웬디가 아무래도 가장 닮은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피터팬과 함께 환상의 세계를 거닐지만 결국 어른이 되고, 그 유년의 시절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는 인물이라 현실적이면서도 슬프니까요. 책 자체는 오즈의 마법사를 가장 좋아했어요. 그 책을 읽을 때 하늘을 나는 도로시의 집, 에메랄드 시티로 이어지는 노란 벽돌길, 꽃밭 등 비현실적이고 멋진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책 속의 도로시나 웬디 또래이던 어린 시절 작가님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나요?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어땠는지 듣고 싶어요.
대의를 위해서나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거대한 적과 싸우는 영웅적 주인공도 좋지만,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거나 자신의 주변부를 잘 가꾸고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어른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이상형의 어른같은 모습이랄까요. 만화책을 읽으면 특이한 직업의 인물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실제 제 주위의 어른들은 “공부 열심히 해라, 소위 말하는 ‘사’ 자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가상의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그런 현실적인 조건을 뛰어넘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참 좋아 보였어요. 물론 그 인물들에게도 현실의 고충이 있었겠지만 어린 제 눈에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어른들로 보였고, 그런 자유롭고 조용한 열정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보면, 저도 결국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어른이 된 거 같아요.
‘환상’이라는 키워드는 이번 책 표지만이 아니라 작가님의 작품에 늘 스며 있는 것 같아요. 관련해서 작품에 의식적으로 활용하시는 소재가 있나요?
사실 그때그때 작업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새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아직도 어려워요. 의식적으로 사용한다기보다는 컬러에서 개성이 많이 드러나는 편이라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색조합이 기존의 저의 느낌을 드러내면서도 컨텐츠의 내용을 잘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네요. 그리고 요 근래의 개인적인 작업에서는 나풀거리는 천이나 천으로 만들어진 형상들, 환상적이고 기묘한 밤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시는 환상/판타지 콘텐츠(글, 그림, 음악, 영화, 드라마 등)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모든 허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창작물은 어느 정도 환상성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특징이 더욱 빛나는 게 만화나 애니메이션같은 장르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거의 모든 작품을 좋아해요.
일러스트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좋아하는 일의 단계는 무엇인가요?
스케치 구상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가능성이 풍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의욕이 넘치고 설레는 단계입니다. 본 프로세스 중 좋아하는 단계는 거의 완성을 한 후에 추가적으로 다듬는 부분이에요. 이때는 완성 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 만한 디테일을 조금씩 넣었다가 빼본다거나, 색을 조금씩 바꿔보면서 고민을 합니다.
최근 출판물, 특히 인기 있고 눈길 가는 여러 권의 책 표지에서 작가님의 그림을 만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해오셨는데 단행본 작업은 어떤가요?
책이나 음악 등 모든 컨텐츠들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데요, 특히 책 표지 작업은 그 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이 책을 대표할 만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꽤 많은 고민과 생각, 실험을 요하는 것 같아요. 결과물은 한 장이지만 완성하기 전까지는 여러 조합들, 여러 스케치들이 존재하고 그걸 섞어보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알맞은 한 장을 도출해내는 것입니다. 책이라서 다른 작업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는 것 같고, 역시나 컨텐츠 안의 내용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그 내용, 알맹이를 제가 재해석해서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제가 표현하기 힘들거나 까다롭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것에 더 많은 공이 들어가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전 작업들을 완전한 레퍼런스로 삼는 것보다는 작은 새로운 시도를 넣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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