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완성하는 청소년 글쓰기』는 서술, 논술형부터 에세이 작문까지, 학생의 문장력으로 고민하는 교사와 학부모, 청소년을 위한 ‘질문 글쓰기법’을 소개한다. 총 6단계로 이루어지는 ‘질문 글쓰기’는 단계별로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함으로써 한 편의 글을 완성하도록 돕는 작법을 가리킨다. ’질문’을 글쓰기의 시작으로 두는 이 책은 질문이 사유로, 사유가 다시 질문으로 이어지며 청소년의 사고가 확장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청소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있나요?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본다면 바로 ‘자기 언어의 부재’입니다. ‘자기 언어의 부재’는 단순히 어휘력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을 증언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고, 자기 존재의 의미를 사유할 수 없는 거죠. 글은 말과 달라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쓰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생각을 언어화할 수 있어야 논리적 글쓰기가 가능해집니다. ‘질문 글쓰기’는 질문을 통해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생각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작업이지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키우는 연습이 중요하다고요?
정지선 : 강의 시간에 ‘글쓰기 잘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면 학생들 눈이 초롱초롱해집니다. 그런데 막상 말해주면 다들 실망하는 눈치에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 많이 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거든요. ‘무조건 많이 써라!’하는 순간 시무룩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조건’은 아니고 약간의 ‘조건’이 있습니다. 한 편의 글에서 분량을 늘리기보다는 완결된 글의 개수를 늘려야 해요. 마무리를 제대로 한 글을 많이 써보는 거예요. 앞부분만 쓰다가 끝맺음을 못 한 글은 많이 쌓여도 효과가 없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글을 쓰면서 연습해야 해요.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예요. 글이라는 게 이제부터 써야지, 마음먹는다고 뚝딱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충분히 생각해야 해요. 학생들이 글쓰기가 재미없다, 힘들다 하는 이유가 이 ‘생각하는 시간’ 때문입니다. 뭘 생각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생각하라는 건지가 막막하거든요. 생각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 물음표를 던져야 생각이 자랍니다. 질문, 생각, 글쓰기는 연결되어 있어요. 생각을 키우기 위해 질문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면 쓸 수 있는 이야기, 더 나아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게 됩니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학수능시험부터 논술, 서술형 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앞으로는 청소년 글쓰기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전은경 : 교육부의 발표 이후 학부모님의 걱정이 많아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힘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야 그러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명확한 방법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대학 입시에서 논술,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려면 공교육에서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청소년의 사유 능력을 향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사실 글쓰기 교육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교육 환경은 열악했죠. 사교육 외에는 방법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우리 학생들을 정답찾기식 질문과 암기만을 요구하는 교육 현장에 내몰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논리적 글쓰기 교육은 일상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상과 함께 만들어진 생각 근육은 글쓰기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학습을 위한 독서교육, 학습을 위한 글쓰기 교육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사유’라는 근본적인 지점을 놓치면 안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시험 잘 보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가진 학생들에게 교과서는 재미있는 질문의 보고입니다. 끌어올릴 수 있는 질문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질문 답하기에 길들여지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 자신에게 도착한 질문을 말과 글로 언어화 하기. 이 과정을 꾸준히 훈련한다면 평가 제도가 어떻게 변화해도 동요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총 6단계로 이루어지는 ‘질문 글쓰기’는 단계별로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답함으로써 한 편의 글을 완성하도록 돕고 있는데요. 이렇게 6단계로 구성한 이유가 있나요?
정지선 : 앞에서 질문, 생각, 글쓰기가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막막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단계별로 세분화해서 구성했습니다. 우리가 글쓰기를 왜 하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유를 돕는 게 글쓰기입니다.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붙잡아 눈앞에 보이게 하는 거지요. 가시화하면서 객관화 작업이 이루어지잖아요. 그러면서 뿌옇던 생각이 선명해지고, 사유로 이어집니다. 또한 글쓰기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겠지요. 미사여구를 많이 썼다고 잘 쓴 글이 아니잖아요. 내 의도가 잘 드러난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쓴 다음 빠진 내용이 없는지 검토하고, 표현이 적확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글쓰기의 시작부터 검토하는 모든 단계에서 적절한 질문이 필요해요. 책에서도 언급 드렸지만 꼭 단계별로 차근차근 볼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찾아서 보시면 됩니다. 누구나 글쓰기의 시작점은 다르니까요.
질문 글쓰기법 하나로 에세이, 설명문, 독후감, 일기 등 모든 분야의 작문이 가능하다고요?
정지선 : 글쓰기는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내가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거든요. 예상 답안이 있다고 해도 응용이 안 되면 무용지물입니다. 게다가 글쓰기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각각의 글쓰기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데요. 갈래별 글쓰기에서 막히는 지점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보통 많이 하는 질문을 보면, 독후감을 쓸 때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매번 똑같은 일기만 쓰는 것 같다, 에세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논술을 더 논리적으로 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등입니다. 결국 사유의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분야마다 다른 글쓰기 법이 있는 게 아니에요. 뭘 쓸지 생각하고 어떤 내용을 쓸지 구상하고, 어떻게 쓸지 구성하는 건 어느 글쓰기나 똑같습니다. 질문 글쓰기 법은 모든 분야의 글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초석을 다지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습관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정지선 : ‘좋은 질문’이라는 말을 보고 그렇다면 ‘나쁜 질문’도 있는 건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좋은 질문과 조금 좋은 질문으로는 나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좋은 질문은 엉뚱한 질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질문이든 생각을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되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어디 못 가도록 가두는 질문이 있습니다. 생각의 고리를 끊는 질문은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그런 질문이라도 하는 편이 글쓰기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조금 좋은 질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좋은 질문을 만드는 습관 중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을 갖는 거예요. 호기심은 ‘왜?’라는 질문을 동반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요. 궁금증을 가져야 합니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나를 휩쓸고 간 감정은 왜 생겨난 건지 궁금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질문하면 좋은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핵심을 잘 찾아야 해요. 겉도는 질문이 아니라 중심부를 향하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독서가 좋은 질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서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질문을 가졌는지를 파악해 보는 거예요. 그 질문을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확인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 내 질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어려워하는 청소년에게 학부모와 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글쓰기를 지도하는 게 좋을까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청소년에게 ‘질문’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전은경 : 질문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이해시킨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질문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질문은 생각의 지점을 구체화하는 활동입니다. 막연한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이죠. 그래서 그 의도를 잘 이해한다면 질문은 더 이상 어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모호함을 해소하는 창구가 되어 줍니다. 먼저 질문 찾기에 앞서 주제에 관해 떠오르는 키워드를 정리하도록 도와주세요. 다양한 키워드를 찾고 왜 그 키워드가 떠올랐는지 이유를 쓰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글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키워드 찾기가 익숙해졌다면 자신이 찾은 키워드를 상위 키워드와 하위 키워드로 정리해 보세요. 이 단계까지만 도착해도 궁극적으로 자신이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이 과정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 인식하고, 질문을 확장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좋은 질문으로 완성하는 청소년 글쓰기>는 글쓰기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님이 질문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실질적인 지도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한 책입니다.
책을 보면 청소년들의 글이 사례로 많이 담겨 있는데요, 질문 글쓰기 법으로 사유의 힘과 작문 실력이 향상된 경우를 다시 한번 특별히 소개 부탁드려요.
전은경 : 현재 19살인 도윤이는 5년 전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는 말수가 적었고, 모든 면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친구였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오면서 현재는 철학, 문학, 과학, 예술 등 전방위적 지식을 습득해나가며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질문 찾기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드러난 도윤이의 장점은 바로 유연한 사고능력과 전체를 보는 통찰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요. 텍스트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질문 글쓰기를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잠재하고 있던 능력이 질문 글쓰기를 통해 발현되었는지는 판단하기가 어렵지만요.^^
청소년의 글쓰기로 고민이 많은 학부모와 선생님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정지선 : 학부모, 교사 대상 강의를 나가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쓰게 할 수 있나요?’입니다. 잘 쓰는 건 그 다음 문제예요. 쓰게 하는 데까지가 힘들어요. 물론 수행평가로 인해 꼭 써야 하는 글이 있습니다. 뭐라도 쓰는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억지로 쓴 글은 티가 나요. 짜내고 짜내서 겨우 분량을 맞춰온 글의 특징은 ‘반복’입니다. 정말 할 말이 없었나 보다, 생각할 정도로 했던 말을 돌림노래처럼 하고 있어요. 이런 사례를 보면 무조건 글을 쓰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글쓰기는 정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가르칠 때 난항을 겪게 됩니다. 딱 떨어지는 답이 있다면 오히려 수월할 텐데요. 무조건 쓰라고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가장 중요한 건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하는 거예요. 우선은 쓰고 싶게 만들어야 하잖아요. 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자유롭게 쓰라고 하면 더 막막해해요. 이럴 때 제한적 자유를 주면 좋습니다. 범위를 정확하게 지정해 주는 건데요. 여기서 학생이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를 예시로 들어주는 거예요. 미디어 관련 글쓰기를 할 때 좋아하는 아이돌 뮤직비디오 보고 분석해서 쓰라고 하면 기가 막히게 잘 써요. 이렇게 한번 잘 쓰는 경험이 중요해요. 한 편을 완성하는 경험이 다음 글을 쓰게 하거든요. 좋아하는 글을 쓰게 해주세요. 글 근육이 단단해지면 필요한 글을 쓸 때도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한 문장도 쓸 수 없는 학생에게 한 편의 글은 높은 산으로 보일 거예요. 한 문장, 한 문단, 한 편으로 서서히 늘려가면서 쓸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좋은 질문으로 생각의 물꼬를 터주고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글이 꾸준히, 서서히 좋아질 거예요.
*전은경 독서/글쓰기문화연구소 ‘질문과 사유’ 대표, ‘숭례문학당’ 강사이다. 문학으로 삶을 배우고, 문학에서 길을 찾고 있다. 소소하고 지루해 보이는 일상에 깊은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는 것은 문학뿐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도서관에서 문학 세미나를 진행하며 ‘질문하고 사유하는 법’을 강의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도스토옙스키 전작읽기’, ‘세계문학 깊이 읽기’, ‘사회와 소통하는 글쓰기’, ‘교사, 학부모를 위한 독서토론·글쓰기 코칭법’, ‘청소년을 위한 독서·글쓰기 특강’ 등 다양한 모임을 진행한다. 공저한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필사 가이드』, 『종이약국』 등이 있다. *정지선 숭례문학당 강사. 학당에서 ‘책통자 아이들’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100일 글쓰기’코치, ‘어린이 글쓰기’, ‘돈키호테 읽기’, ‘태백산맥 읽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교와 도서관, 교육청에서 글쓰기와독서 토론 강의를 하고 있다. 공공도서관과 시·도 교육청에서 독서토론 및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청소년 고전문학 북클럽을 다년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북클럽으로 이어졌다. 그 밖에 독서 후 머리로 이해한 것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실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참여를 한다. 공저로는 『청소년을 위한 필사 가이드』, 『김동식 소설집으로 토론하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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