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스 페르민의 컬러 3부작 두 번째 이야기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진정한 끝이 없다는 건 위대한 이야기들만이 갖는 특권이 아닐까 해요. 마치 하나의 음악과 같은 영원한 울림을 가지지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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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가지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고 프랑스에서만 3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운 막상스 페르민의 첫 작품 『눈』의 뒤를 이어 그의 또다른 이야기 『검은 바이올린』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아침이 되면 사라져버리는 오페라를 쓰는 음악가 요하네스와,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바이올린으로 만들어 소유하려던 바이올린 장인의 이야기는 서늘한 미스터리와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 두 가지 온도를 오가며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눈』에서 보여준 설산 속 하이쿠의 세계에서 『검은 바이올린』 속 음악과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이르기까지, 이 두 권의 책만 읽어보아도 막상스 페르민이 얼마나 다양한 주제와 배경을 아우르는 작가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시와 음악을 모자람 없이 담아내는 그의 섬세한 언어와 다채로운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국에서 막상스 페르민의 작품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년 전인 2002년이지만, 당시에는 SNS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터라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2021년. 알프스 지방의 시원한 만년설과 동양의 분위기를 담은 정원 사진이 가득한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이 닿았다. 한국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서면 인터뷰에 그는 흔쾌히 응해주었다.



지금 알프스 쪽에 살고 계신다고 알고 있어요. 자연과 가까이 살고 계신데, 작품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점이 있나요?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두 가지 요소입니다. 명상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몇 시간이고 걷거나 명상을 하거나 공상을 하곤 해요.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상상하는 건 제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벌처럼 자연 속을 거닐며 꽃가루를 모아 나중에 꿀로 만드는 거죠.

『눈』과 『검은 바이올린』 둘 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언어학자이자 한국의 시인이신 임선기 선생님이 번역해주셨어요. 『눈』이나 하이쿠와 같은 간결한 언어를 사용하는 작품일수록 단순 외국어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섬세함도 필요한 것 같아요. 작가님께 하이쿠란 무엇인가요? 하이쿠를 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하이쿠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요?

『눈』의 경우 이야기(conte), 소설, 그리고 시의 경계에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이쿠로 시작해서 하이쿠로 끝나는 하이쿠-소설, 이어진 작은 그림들처럼 짧은 챕터로 이루어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줄처럼 이어지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고, 독자가 눈의 고치에 폭 감싸인 듯 느꼈으면 하는 소망까지도 반영한 그런 이야기를요. 1998년 봄과 여름에 걸쳐 제가 몰두했던 아슬아슬한 실험이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끝낼 즈음엔 찌는 듯이 덥더군요. 그러나 다행히도 이야기 속의 눈은 녹지 않았습니다.

17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럼 작가님의 서재에는 각국에서 보내온 다양한 『눈』이 있겠네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눈』이 17개 언어(지금은 아랍어, 쿠르드어, 몽골어까지 추가되어 총 20개입니다)로 출간된 것을 매우 기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각국에서 보내온 번역본들은 제가 지금 이 편지를 쓰는 동안에도 제 바로 뒤의 서재에 꽂혀 있어요. 이 책들이 제 인생을 바꾸었지요. 『눈』의 성공 이후로 저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어요. 결코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눈』이 출간되고 벌써 22년이 지났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진정한 끝이 없다는 건 위대한 이야기들만이 갖는 특권이 아닐까 해요. 마치 하나의 음악과 같은 영원한 울림을 가지지요.

『검은 바이올린』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려 해요. '꿈'이 이야기 전개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데, 평소에 꿈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요?

네, 저는 꿈에서 자주 영감을 얻습니다. 『검은 바이올린』도 마찬가지였지요. 그 바이올린은 실제로 존재해요. 제 증조할아버지의 것이었죠. 하지만 이를 소재로 책을 쓰게 한 건 꿈이었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소설의 주인공 요하네스처럼 전쟁터에 있었는데, 황금빛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저를 죽음에서 구해주더군요.

저는 몽상가이기 때문에 가끔은 깨어 있는 채로 백일몽을 꾸기도 합니다. 거의 매일, 한 번에 2~3시간 정도 자기 최면의 상태로 글을 쓰고 있어요. 가급적이면 아침에요. 꿈을 너무 많이 꾸어서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제 소설의 내용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지요.

『검은 바이올린』 중 작가 입장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바로 답할 수 있어요. 눈 내린 베네치아를 헤매던 요하네스가 교회에 들어가 처음으로 신비한 여인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죠. 그러나 더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베네치아의 분위기, 소설 속에서 들이마실 수 있는 그 분위기가 저를 사로잡는 것 같네요. 베네치아를 산책하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곳에서 현대의 유물은 찾아볼 수가 없지요. 겨울의 끝자락 즈음 며칠 동안 베네치아에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특별하고 초월적인 시간 여행이었어요.

『꿀벌 키우는 사람』 역시 난다에서 출간될 예정인데, 『꿀벌 키우는 사람』하면 생각나는 색이 있으실까요? 『눈』 『검은 바이올린』 『꿀벌 키우는 사람』 이 세 권에 대해 한국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꿀벌 키우는 사람』은 컬러 3부작 중 세번째 책입니다. 고향을 뒤로하고 삶의 진정한 금을 찾기 위하여 사막으로 떠나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지요. 『눈』의 흰색과 『검은 바이올린』의 검은색에 이어 금색, 꿀, 사하라사막의 색을 책으로 쓰고 싶었어요. 수년 전 몇 개월 동안 북아프리카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곳의 빛과 열기로부터 영감을 받았지요. 그곳에서 저는 양봉가였던 할아버지, 그리고 랭보와 반 고흐를 추모할 수 있었어요. 랭보와 반 고흐는 소설 속 주인공의 여정 속에서 은밀히 등장하는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같은 틀로 짜인 이 세 편의 소설은 제가 문학계에서 내디딘 첫 발걸음이자 새로운 출발과 시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질문이에요. 제일 좋아하시는 색깔은 무엇일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행복의 색입니다. 겨울에는 흰색. 봄에는 녹색. 여름에는 파란색. 가을에는 빨간색. 또는 제가 마주보고 있는 사람의 눈이 가진 빛깔이요. 사실, 오늘이라는 그림의 색이 좋습니다.




*막상스 페르민

1968년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태어났다. 알베르빌은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에서 멀지 않은 동계 스포츠 도시이다. 알베르빌에서 가까운 대도시 그르노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파리로 가서 문과를 공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한 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1999년『눈』의 큰 성공 이후 전업 작가가 되었다. 현재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자신의 고향 지역에 거주하며 최근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검은 바이올린
검은 바이올린
막상스 페르민 저 | 임선기 역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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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