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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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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지난 시간을 되살리고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유용한 매체입니다. 그림책을 통해 유년의 기억이 고통이라면 치유를, 희망이라면 지금의 현실과 이어지도록 끊어진 다리를 다시 연결해는 건 어떨까요? (2021.08.13)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이 늘어났다. 왜 요즘 어른들에게 그림책이 인기 있는 것일까? ‘카모메 그림책방’을 운영하는 정해심 작가는 서점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그림책 낭독모임, 작품 탄생의 과정을 듣는 작가 북토크,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글쓰기 모임, 그림책과 타로를 연결 지어 나를 돌아보는 시간 등을 만들어왔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는 두려움을 딛고 혼자 꾸려나가는 책방 창업기이자 나다운 일을 좇아 좋아하는 일을 조화롭게 지속하는 중년의 모험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10년 넘게 그림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돌보게 되고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 그림책이 어른들 사이에 잔잔하게 퍼져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해심 작가에게 그림책 읽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 무수막길에 자리 잡고 있는 카모메 그림책방을 5년째 운영하고 계신데요, 처음부터 ‘어른을 위한’ 서점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문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림책을 어른이 읽는다는 것이 아직 낯설고 독특해 보여요. 책방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카모메 그림책방은 그림책 전문 서점입니다. 아직도 그림책이라면 어린이들이 읽는 책으로 인식하고 있지요. 전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과 배움이 있는 그림책들을 골라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울림이 큰 그림책들이 많아서 그런지 손님의 연령층도 0세에서 70세까지 다양합니다. 

또한 ‘타로를 통해 그림책을 추천하는 신비로운 책방’이란 이름처럼 타로를 통해 손님들에게 필요한 삶의 중요한 가치를 그림책으로 추천하는 일을 합니다. 짧은 시간 타로를 통해 들은 내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림책을 정성스럽게 권해드려요. 오신 분들이 맞춤한 그림책을 읽으며 쉼과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요.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는 첫 책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를 내고 3년 만에 낸 두 번째 책입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제게 글은 일상의 또 다른 언어입니다. 손님이 없는 시간 대부분 글을 쓰죠. 경험한 것만 쓸 수 있는 생활 작가다 보니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책을 쓴 계기를 서문에서 구체적으로 적었는데요. 어느 날 책방을 방문한 한 손님이 “제가 만난 모든 책방지기들이 절대 책방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책방은 유지하는 게 아니라 그저 버티는 거라고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손님에게 그때 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책에 담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면 이번 책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버티는 다양한 방법’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버팀’이란 단어에 숨은, 진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전문 서점을 열었을 당시에는 매우 드물었는데, 왜 꼭 어른을 위한 서점을 열고 싶으셨나요? 책 속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주위에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우려 섞인 조언을 자주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그림책을 10년 넘게 즐겨 읽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그림책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을 상상했습니다. 저와 같이 그림책을 사랑하는 어른이 분명 존재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림책의 힘을 신뢰했지요. 무엇보다 이 일은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미루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름의 안전장치라면 소박한 규모의 일인 책방으로 가게를 유지하는 부담을 줄이고, 실패의 변수를 낮추고자 고심했던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이 길을 그림책 덕후들과 함께 즐겁게 걷고 있습니다. 물론, 외부의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 일을 가장 오래 고민한 자신을 믿고 싶었다고 할까요. 

타로를 통해 그림책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재밌어 보여요. 전국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러 기차 타고 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나요?

타로를 시작하기 전 손님께 간단히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나 생각을 적어보는 것이죠. 그리고 가장 궁금한 내용을 담은 질문으로 타로를 진행합니다.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 자신의 오랜 행동 패턴과 심리적 사고를 타로를 통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봅니다. 그런 뒤 타로를 통해 이야기된 핵심 주제를 품은 그림책을 조심스럽게 건넵니다. 

그림책을 추천할 때 가장 유념하는 것은 결핍의 요소를 즉시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죠. 타인의 현재를 지적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반 발짝 앞서 해결점이 되어줄 이야기를 찾고 또 찾아, 새로운 길에 푯대를 세우도록 돕는 것이 제 일이라 여깁니다.

작가님은 책방지기이자 그림책 테라피스트, 타로 리더이며 작가이자 양육자로 1인 5역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 많은 일을 조화롭게 하시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일단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살펴야겠지요. 하고 싶은 일에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간결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물론 일상이라는 것이 명료하게 정리되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차차 하루의 루틴 안에 ‘좋아하는 일’과 ‘하기 싫은 일’들을 지혜롭게 배분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엄마의 역할은 집에서, 작가의 역할은 글을 쓰는 동안, 책방지기와 타로 리더 역시 책방에 있을 때 집중합니다. 다른 시간에는 최대한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으니까요.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에서 많은 그림책을 소개해주셨어요. 여기서 한 권을 뽑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흠… 딱 한 권이라면『구덩이』(다니카와 슌타로 글, 와다 마코토 그림, 북뱅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자신만의 구덩이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함께 있어도 좋지만, 가끔 홀로 지낼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요. 각자의 삶을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공간, 시간적 여유는 에너지를 만들어주니까요. 침묵의 시간 속에서 인간은 더 큰 성장을 이뤄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점을 열기까지 그 과정과 운영에 대해 생생하게 쓰셨는데요, 특히 가게 앞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멋지게 해결하신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들 책방 운영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작가님은 버틴다기보다 나다운 리듬으로 일상을 꾸려가시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최근 서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그분들에게 한마디 전해주세요.

자신의 이상(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땅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건 책방이나 다른 창업도 또한 다 같겠죠. 땅의 언어라면 경제력, 근면성, 재능, 육체적·심리적 건강 등을 의미한다고 보는데요, 책방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죠. 일은 어디까지나 일입니다. 때때로 하찮고, 지루하며, 보잘것없는 행위의 연속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것입니다. 대단할 것 없는 하루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것, 땅의 언어를 익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죠. 그 걸음을 시작한 분들이라면 언제나 힘차게 응원합니다.



*정해심(작가, ‘카모메 그림책방’ 운영자)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초등학교 사서로 일했다. 요가와 명상에 몰입하다 독서치료와 상담심리, 타로를 공부했다. 10년 가까이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삶’을 살기 위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며 보냈다. 힘들 때 우연히 만난 그림책을 통해 마음 돌보는 법을 배웠고, 나다운 일을 좇아 어른을 위한 ‘카모메 그림책방’을 열었다. 오늘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가려내며 빈틈 있는 하루를 만들고 있다. 도서관, 학교, 책 모임 등에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와 ‘신화로 읽는 그림책’ 등의 주제로 강의를 한다. 그림책 에세이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를 썼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저
호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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