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의 활동 공백기가 길어지는 사이 슬기와 아이린이 유닛을 선보였고 메인보컬 웬디의 독립 활동에 이어 조이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신곡을 발매했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을 재해석한 이 음반에는 박혜경의 '안녕', 해이의 'Je t'aime', 애즈원의 'Day by day'를 포함한 모두 6곡이 수록되어 있다. 데뷔 후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통해 발표한 더 클래식의 '여우야'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삽입곡인 베이시스 원곡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등 옛 향수를 부르는 곡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던 경험에 기반해 리메이크 앨범을 기획했다.
이 결과물은 세계적으로 레트로 음악이 유행하는 흐름과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향을 잘 파악했다. 조이의 청아한 음색과 어울리는 곡의 선택과 원곡의 발매 시기를 반영해 각기 다른 하이틴 감성을 콘셉트화한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원곡 가수의 부드러운 보컬과 조이의 투명한 목소리가 비슷한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장점이 두드러진다.
켄지, 모노트리의 황현, 박문치 등 정상급 작곡가들이 참여해 원곡을 해치지 않고 사랑스러운 조이의 감성을 가미한 편곡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희망찬 가사와 시원한 가창으로 사랑받았던 박혜경의 '안녕'은 모던 록의 느낌이 강했지만 새로운 버전의 '안녕'은 경쾌한 브라스 연주가 더해져 청량한 분위기의 여름노래로 재탄생했다. 2001년에 해이가 부른 'Je t'aime'를 리메이크한 버전은 조이의 상큼한 이미지와 가장 어울린다. 오리지널의 싱그러움은 유지하되 피아노 연주와 스트링 선율을 얹어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가사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잡아냈다.
<안녕>은 케이팝의 시작점인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노래를 좋아하고 감정 전달력이 강점인 조이의 취향과 역량을 반영한 음반이다. 성량이 풍부하진 않지만 기교 없이 담백하게 부르는 보컬로 섬세한 표현력을 필요로 하는 추억의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아닌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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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