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혹은 우리가 여행한 공간을 만나고 이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건축물과 도시를 설계하고 만드는 건축가는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건축가의 도시』 는 젊은 건축가 이규빈이 전하는 세계 인상적인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단순히 건축물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의미,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자가 그린 사십여 장의 설계 도면과 건축물의 세밀한 미학을 포착해낸 사진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공간은 어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건축가는 어떻게 도시를 만나고 읽고 기록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첫 책을 낸 후의 소감과 근황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건축가의 도시』 저자 이규빈입니다. 건축물은 지어 봤어도 글을 짓는 건 처음이라 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나질 않네요.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주신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출간 이후에는 그동안 저와 함께 건축을 만들어온 여러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게 지냅니다. 본업인 건축가로서는 병원 설계를 하나 새롭게 맡아 매진하고 있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병원 건축과 의료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저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답니다.
건축가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이며 작가님에게 건축하는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서두에 적은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좋아합니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께서도 ‘건축가는 건축으로 우리 삶을 바꾸는 자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물론 건축가가 모든 개개인의 삶을 바꾸고 사회 전체를 조직할 수는 없겠지만, 건축 없는 삶과 사회 또한 생각할 수 없겠죠. 건축가라는 직업은 단순히 말하면 ‘건물의 형태를 설계하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건물 안에 우리의 삶이 담긴다고 생각하면 건축가의 일이란 어쩌면 삶과 사회를 조금 더 좋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건축을 하는 이유 또한 그러한 일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에는 일본과 중국, 미국, 프랑스 브라질 등 다섯 개 나라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여러 도시와 건축물 중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곳과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건축에는 저마다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사연과 이유가 있습니다. 하물며 거리에 흔한 평범한 건물일지라도 말이죠. 특정한 하나의 건축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보다는 모든 건축의 그러한 면면들을 두루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도 꼭 한 곳을 뽑으라면 글 마지막 꼭지에 쓴 프랑스 ‘방스(Vence)’의 구도심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된 도시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곳이 코로나 이전 제 마지막 여행지였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의 마지막 여행지는 어디셨나요?
‘생각은 한 장 벽돌에 담기면 건축이 되고 한 줄 문장에 담기면 글이 된다’는 작가님의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건축하는 일과 글 쓰는 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건축하는 일과 글 쓰는 일은 참 닮았습니다. 새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쓰거나 그리며, 작가의 고유한 생각과 사고의 과정을 담죠. 대개 창작하는 일이란 비슷한 형식의 고민과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건축과 글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이지 않을까요. 건축은 설계 과정에만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고, 땅 위에 지어져 물리적인 실체로 완성되기까지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죠. 138년째 공사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탄생하는 글도 많겠지만 제게는 ‘건축의 시간’ 보다 ‘글쓰기의 시간’이 조금 더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빈 종이 위에 단어의 길이, 문장의 호흡, 단락의 면적 등 글의 공간적인 구조를 잡고 여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은 마치 건축하는 일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즐거움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최고의 여행 메이트는 건축가’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건축가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건축 이외의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다니다 보면 ‘너와 함께 여행해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여행의 본질이란 곧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하죠. 그 모든 일이 벌어지는 배경이 곧 건축과 도시다 보니 이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라면 낯선 것들을 조금 더 친숙하고 즐겁게 접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꼭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건축가들은 대개 지도를 잘 보고, 시간 계획을 잘 세우며, 몇 날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는 체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함께 여행하기 비교적 편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네요.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지, 혹은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최근 코로나로 ‘집콕’ 문화가 발달하며 자신을 둘러싸는 공간, 건축, 도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비슷한 주제의 책들도 많아지는 추세죠. 그러한 관심을 처음 가지기 시작한 ‘건축 초보’ 독자 여러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의 서문에서 스스로를 ‘미생(未生)’이라고 칭했는데요. 비교적 젊은 건축가일 뿐만 아니라 독립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잊었던 여행의 감각을 다시 떠올려보며, 어느 낯선 도시의 카페테라스에 앉아 건축가 친구와 맥주 한 잔 놓고 즐겁게 수다 떨 듯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은?
이 책은 저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건축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글로 지은 건축을 먼저 발표한 독특한 이력의 건축가가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번에는 한 줄 글이 아닌 한 장 벽돌에 생각을 담은 ‘진짜 건축’을 세상에 선보일 차례가 오지 않을까요? 독자 여러분께서 공감해주신 저의 이야기가 과연 진짜 건축에도 오롯이 담길 수 있을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규빈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건축가 승효상의 사무실 ‘이로재’에서 건축과 검도를 수련 중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스페인 마드리드건축학교에서 수학했고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건축가협회로부터 ‘젊은 건축가 펠로십’을 받았다. ‘새들의 수도원’, ‘부산 롯데타워’,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성뒤마을’ 등 다수의 설계를 담당했다. 2021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하여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일과 여행으로 오고 가며 낯선 도시에서의 생각과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