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갭이어가 필요한 이유
행복한 청소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무기’가 있잖아요.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 갭이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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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 쫌 아는 10대』는 ‘남들과는 다른, 남들보다 탁월한’ 것을 선호하는 요즘 아이들의 요즘 스타일 진로 찾기 방법이 담겼다. 나 스스로에게 주는 1년의 방학 ‘갭이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우리나라에는 어떠한 갭이어 프로그램이 있으며,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할 수 있는지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진로 탐구 팁이 담겼다.

저자는 학교에서 공부하는(스쿨링) 것만큼이나 학교를 벗어나 다른 경험을 쌓는 ‘언스쿨링(unschooling)’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영국의 갭이어 등 세계 여러 나라에는 다양한 언스쿨링 진로 찾기 프로그램이 있으며, 우리나라도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이 책 속에는 독서, 글쓰기, 여행, 취미, 스승, 공동체라는 6가지 도구로 갭이어 기간을 보낸 유쾌하고 발랄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님 이력이 매우 특이하세요. KAIST에서 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지금은 교육 전문가이자 강연가로,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시잖아요. 언제부터 작가의 길을 생각하신 건가요?

인생을 바꾼 사건이 있었어요, 대학교 때 저는 3일 동안 실명했었죠.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의사들은 모두 “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판정했죠. 녹내장으로 꽤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해 보니, 형에 대한 경쟁심 때문이었어요. 천재처럼 뛰어났던 형을 쫓아 KAIST에 입학한 기쁨도 잠시, 저는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틀에 한 번만 잠을 잤던 거예요. 실명의 원인이 형을 흉내 내려 했기 때문인 걸 알게 된 이후 저는 1년간 학교를 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났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썼죠. 저에겐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서의 재미를 알았고, 존경하는 스승도 만났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가졌으니까요. 1년 동안 학업을 쉬고 제게 ‘옆을 볼 자유’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이 책에서 제가 제안하는 갭이어(Gap Year)가 바로 그런 시간이에요. 영국이나 덴마크,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그런 1년의 자기 탐색을 위한 시간을 장려하죠. 물론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갭이어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요.

맞아요.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갭이어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도 최근에 ‘갭이어’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고 그런 프로그램도 생긴 것으로 아는데, 국내외의 갭이어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학교를 벗어나 여러 가지 경험을 쌓는 ‘언스쿨링(unschooling)’의 중요함이 강조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덴마크의 에프터 스콜레(Efterschole),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영국의 갭이어(Gap Year) 등이 있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교 다니는 걸 멈추고 1년 동안 여행, 글쓰기, 취미, 진로탐색 등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하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우리나라에도 2015년부터 몇 가지 언스쿨링 프로그램들이 시작되었어요. 서울시와 NGO 단체들이 힘을 합쳐 만든 ‘오디세이학교’와 한국형 에프터스콜레인 ‘꿈틀리 인생학교’, 스스로 선택한 1년간의 방학을 맞은 청소년 가족들의 모임인 ‘꽃다운 친구들’ 등이 있죠. 

그럼 갭이어를 하려면 학교를 당장 그만둬야 하나요? 1년 쉬었다가 다시 학교로 오면 동생들과 공부해야 하는데 괜찮은가요?

물론 학교를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자기탐색을 할 수 있어요. 드물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갭이어 기간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고요. 현실적으로 갭이어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예요. 실제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나 국내의 꿈틀리 인생학교, 꽃다운 친구들 모두 중학교 졸업자 대상이죠. 1년 쉬었다가 학교로 돌아와 동생들과 공부하게 되는 문제는 저도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에요. 청소년들에게 ‘또래집단’은 큰 의미를 가지니까요. 그런데 갭이어를 마치고 학교로 복귀한 아이들을 인터뷰해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성적이 좋아졌다는 친구들이 많은 거예요. 동기들보다 한 살 더 많으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나요?(웃음) 왜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시간이 도움되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독자들이 꼭 생각해 봤으면 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어른들 중에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제가 진로와 직업에 대해 책을 쓰고 강의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어요. 어른 10명 중 1명도 채 안 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저는 청소년 시절 충분한 진로 탐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들 대부분은 제한된 정보만으로 전공이나 직업을 정했죠. 진로를 찾는 패턴이 비슷해요. 대부분 처음엔 무슨 직업(what)을 가질지, 다음엔 어떻게(how) 그 직업을 준비할지를 생각하죠. 이렇게 정한 직업은 한 가지 큰 결함이 있어요. 바로, ‘나’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거죠. 올바른 진로 탐색은 ‘나’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왜(Why)?’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엔 ‘나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거든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답하는 과정이 갭이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시간이죠.

막상 갭이어를 시작하려면 좀 막막할 것 같아요. 하루 종일 무엇을 할지 모를 것 같기도 하고요. 실제 갭이어를 했던 청소년들은 어떤 활동을 하면서 보냈나요?

한 번도 자기 시간을 스스로 운영해 본 적 없는 사람에겐 자유시간이 재앙에 가까워요. 그래서 갭이어 초기엔 다들 실컷 놀다가 점점 후회하기도 하죠. 매일 늦잠을 자거나 심지어 밤낮이 바뀌기도 하고요. 그러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하게 돼요. 제가 인터뷰한 채윤이란 친구는 원래 예중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갭이어 동안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음악 장르가 클래식이 아니라 재즈라는 걸 알게 됐고, 지금은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죠. 서와는 친구들과 1년간 여행을 다녔는데, 농촌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노동의 가치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농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그 밖에도 나다운 1년 방학을 잘 보낼 수 있는 6가지 갭이어 도구를 책에 소개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각자에게 맞는 갭이어 도구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께서는 책 속에서 소개해 주신 6가지 갭이어 도구들(독서, 글쓰기, 여행. 취미, 스승, 공동체) 중에서 어떤 것을 가장 즐겨 사용하셨나요?

지금껏 살면서 두 번의 갭이어를 가졌는데, 그때마다 달랐어요. 첫 번째 갭이어는 제가 실명하고 방황할 때였는데, 그때 만난 스승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구본형 선생님을 통해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이끌어주셨죠. 두 번째 갭이어 땐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2년간 도서관에서 매일 책에 파묻혀 지냈어요.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읽었죠. 당시 배움에 좀 목말라 있었거든요. 그러고 나니 제가 하고 싶은 것들 것 꽤 명확해졌어요. 저는 글을 쓰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작가이자 강연가로 활동하게 되었죠. 지금의 제 삶에 만족합니다.

글 쓰시는 일 말고 혹시 다른 관심 있는 게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언젠가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저는 ‘오늘’에 집중해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우선하죠. 무엇보다 감동 없는 하루를 경계하려 하고요. 요즘 제가 하고 싶은 건 청소년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책을 쓰는 거예요. 저희 어머니는 가끔씩 “네가 작가라는 게 안 믿긴다. 세계 8대 불가사의야”라고 말씀하시죠(웃음). 그렇게 책을 싫어했던 제가 책에 매료되고, 책을 쓰게 되고, 책을 통해 삶을 바꾼 과정을 들려주고 싶어요. 올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책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박승오

14년간 직장인이었다. 승진에 연연하기보다 실력을 쌓는 데 집중해서 직장을 다니며 6권의 책을 썼다. 2018년 컨텐츠랩 클루Qlue를 창업하여 독립했다. 회사에서 자립적으로 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는 커리어 코치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이 인디 워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원래 과학고와 KAIST에서 공부한 공학도였다. 과학고와 KAIST에서 공학을 전공하다 대학 시절 무리해서 공부하다가 실명(失明)했던 경험을 계기로 교육 분야로 진로를 바꿨다. LG전자, 마이다스아이티, 카네기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가로 일했으며, 저서로 『위대한 멈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지금, 꿈이 없어도 괜찮아』, 『갭이어 쫌 아는 10대』 등이 있다. 현재 유튜브 〈인디 워커〉 채널을 운영 중이다.



갭이어 쫌 아는 10대
갭이어 쫌 아는 10대
박승오 글 | 하수정 그림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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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