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의 저자 리디아 더그데일은 하룻밤 사이 어느 암 환자가 세 번이나 죽는 것을 목격했다. 두 번의 심폐소생술 끝에 세 번째로 살아난 환자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에 멍이 든 채로 결국 숨을 거두었다. 암세포에 잠식당한 몸은 치료를 견뎌낼 힘이 없었음에도 환자와 가족들은 끝까지 치료를 고집했다. 과연 이 죽음이 그의 빛났던 삶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제대로 죽지 못한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이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 앞에 선다. 나이가 많든 적든 마찬가지다. 오래 병원을 들락거리는 사람조차 언젠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 살기 위한’ 모든 일상의 소소한 노력은 잘 죽기 위한 연습이 될 수 있다.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는 언젠가 모두가 죽음 앞에서 던지게 될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잘 준비한 마지막은 오늘 당신의 삶을 한층 더 행복하고 가치 있게 만들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해주세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의사로서 저는 준비 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왜일까요? 때로는 그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고 때로는 의료 기술에 너무 많은 믿음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들 자신이 죽지 않을 존재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의사로서 제가 가진 열정 중 하나는 환자가 죽음에 대비하여 더 잘 죽도록 돕는 것이고 이런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삶의 ‘유한성을 일깨우는 것’과 ‘공동체’에 대해 강조를 해주셨습니다. 요즘에는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오랫동안 좋은 공동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인생에서 좋은 일을 이루려면 노력이 필요하며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력하게 작동하는 커뮤니티를 원한다면 우리는 정원을 가꾸듯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관계를 양육하고 돌보고 성장시키는 등 친구와 가족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관계 형성에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저 남들이 해주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먼저 손을 뻗어야 하죠. 물론 그 속에서 상처도 받겠지만 그러면서 우리의 관계는 자라납니다. 정원은 스스로 자라지 않습니다.
연명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하지만 실제 내 가족이 불치병을 앓고 있을 때 치료를 포기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픈 가족을 둔 보호자들에게 의사로서 위로와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선의 의학적 조언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최선을 희망하라는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의료 기술의 한계에 대해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 유지 장치가 환자의 회복에 의미 있는 회복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의사와 가족이 함께 생명 유지의 한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의사가 가족이 희망과 죽음에 대한 인정 사이를 오갈 때 겪는 고통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를 둘 다 고려하며, 가족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것이죠.
우리 의사는 치료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환자에게 매우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가 치료가 얼마나 어렵거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하면, 특히 치료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날을 가족 및 친구와 함께 더 품위 있게 즐기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먼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의사와 가족의 깊은 대화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에 집중하도록 하고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품위 있는 삶에 집중하는 것이 결코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거나 내버려 두는 행위가 아님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보호자들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서 죽은 사람들의 사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노인뿐만 아니라 외로움으로 죽는 젊은이들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외로움으로 죽어가는 젊은이들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해결책이 있습니까?
최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이미 이동성이 증가하여 사회 결속력이 약해지고 기술 및 소셜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일, 학업, 쇼핑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극도로 개인화된 사회와 외로움을 부추겼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적으로 대면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가족과 친한 친구가 확실한 해결책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직장 동료, 학교 친구, 동료 교회 또는 커뮤니티 그룹 구성원에게 의지할 수 있습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러한 관계를 육성하는 것은 개인 솔루션의 일부입니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영국과 일본과 같은 경우 일부 정부에서는 외로움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공무원을 임명했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비정부 솔루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종교 단체나 자원 봉사자 팀을 구성하여 외롭고 고립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엔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삶’, ‘유한한 오늘의 소중함’에 초점이 맞춰지더라고요. 죽음을 생각해보면 많은 돈, 명예, 권력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삶의 조건이란 어떤 것일까요?
좋은 삶은 실용적, 개인적, 관계적, 정신적(영적) 요소로 구성됩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와 특정 의료 개입의 이점과 부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우리가 기르고 싶은 습관이나 덕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관계적으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커뮤니티를 육성하고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서적인 문제, 영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되죠. 이 네 가지가 고루 갖추어지면 좋은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러한 질문을 계속 자신에게 던지며 더 나은 삶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태도가 잘 사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 죽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로 중세 때 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소책자 <아르스 모리엔디>를 소개하고 추천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 현대판 <아르스 모리엔디>에 추가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직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지 않은 20~30대 독자들에게 죽음을 일깨우는 교훈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제가 살고 있는 뉴욕시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떠났습니다. 뉴욕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뉴요커의 50~65%가 이사했습니다. 전염병의 진원지를 탈출함으로써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지하철에서 세균을 피하고 싶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길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죠.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뉴욕시를 벗어나 살다가 일을 위해 도시로 돌아가는 동안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어떤 노력을 다한다 해도 결국 죽음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죽음은 언제든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놀래킬 것입니다. 죽음이 늙고 병든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러니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더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해야 합니다.
*리디아 더그데일 의사로 근무하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형편없게 죽는 사람들을 생생히 목격하면서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삶의 유한함이 결코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지 못한다고 믿으며 육체적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과 사랑하는 사람을 잘 보내는 법,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따뜻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의료윤리센터 소장이며 의과대학 부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2019년까지는 예일대학교에서 의료윤리학 부학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남편, 두 딸과 함께 뉴욕에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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