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우리들 속으로 훅 들어온, 건축가 유현준
솔직하게 말할 때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거 같아요. 저한테 가장 큰 가치는 자유입니다. 제가 돈을 버는 이유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예요.
글ㆍ사진 김정희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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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출연해 인지도를 얻은 지식인은 꾸준히 있었지만 유현준 건축가만큼 정치, 경제, 문화 다방면에서 언급되며 우리들의 구체적인 생활 안으로 훅 들어온 사람이 있을까 싶다. 우리가 매일 지내는 집, 학교, 회사 같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파트, 사무실, 학교를 그렇게 만든 국가와 인간에게도 그의 시선이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공간의 미래』를 출간한 그는, 정치가의 위선에 속으면 안된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바보 같은 정책 일부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살아야 할 공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강하게 역설한다. 어느덧 그냥 뛰어난 건축가가 아니라 ‘우리들의 건축가’가 된 유현준 홍익대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는 그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도산공원과 유현준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욕을 먹더라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지난해 펴낸 『공간이 만든 공간』 이후, 다음 책은 영화 이야기가 될 거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대 이후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의 미래』가 나왔습니다. 

지난 1년간 제게 질문하는 분들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 공간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물었어요. 거기에 대해 답변도 하고 칼럼도 쓰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주제로 글이 많이 모여서 이걸 먼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까 이미지 저작권이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웃음) 이번 책에도 영화 장면을 사진이 아니라 삽화로 넣은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쓴 책들이 주로 현상에 대한 분석과 정리였다면, 이번 책은 앞으로의 전망과 주장까지 있어서 읽는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쓰면서는 어떠셨나요? 

집이나 교회, 학교처럼 이야기 소재는 예전과 같지만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달랐습니다. 특히 후반부는 지금 정부의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부담이 되긴 했어요. 건축과 사회를 얘기해야 하는데 너무 정치적인 것으로 비치면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조심스러웠죠. 색깔을 좀 빼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건축 이야기나 집 얘기를 하다 보면 부동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정치인들이 주의 깊게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강의를 해달라거나 만나자는 요청도 많을 것 같습니다. 

보통 순수한 목적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가요.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에는 안 가죠. 최근에도 함께 사진 찍자, 유튜브에 같이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는데 가급적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유시민 작가님이 정치인과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조언하신 적이 있는데,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1장이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입니다. 독자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고 친숙한 주제를 1장으로 배치하죠. 보통 학교나 거리를 1장으로 두는데 이번에는 아파트를 가장 먼저 이야기했어요. 아파트를 주제로 제가 기획하고 있는 다른 것도 있어요. <아파트의 미래>라는 다큐멘터리 기획서를 넷플릭스에 제안해서 내년에 만들어볼까 해요.

발코니가 왜 필요한가요? 

발코니가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아요. 자연을 사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우선 현대 도시에서는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공적인 공간 밖에 없으니까 불편하죠. 옷 차려입고 나가야 하고 멀리 있으면 더 안 가게 되고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발코니가 있으면 단독주택의 장점과 아파트의 장점을 다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책에서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로 설계에 참여하신 ‘아페르 한강’을 소개했어요. 

높은 분양가에도 매진됐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부자가 많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비싸게 분양할 줄 몰랐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30% 정도는 더 비싸게 분양한 것 같은데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아파트의 모습이 우리나라 중산층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여야 한다고 보거든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에요. 건축 법규를 조금만 바꿔주면 알아서 그렇게 아파트를 지을 거라고 봅니다.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요.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월세를 21세기 소작농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이런 표현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안 사는 라이프가 맞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우리 큰아들도 별로 야심이 없어요. 젊은 세대 일부의 모습이기도 한 거 같아요. 집을 사는 것이 자기에게 짐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결혼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고요. 그런 라이프스타일이 있으니까 전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친구들이 그런 선택을 하더라도 지금 20대의 선택이 40, 50대에 어떤 결과를 가져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건 그 선택이 지구상에서 본인이 마음대로 하는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자본을 포기하는 것이며 그만큼 자기의 권력이 낮아지는 것이고, 또 그 권력을 찾기 위해 다른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의존적이 되어야 하는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문제를 장밋빛으로 포장하고 그것을 자기가 해결해줄 것처럼 떠드는 정치인들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걸 누군가는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런 얘기를 대놓고 안했던 거 같아요. 말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고요. 제가 책에서 목사의 권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쓰기도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의 큰 흐름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욕을 먹더라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 차리라고요.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죠. 하지만 아닐 거라고 봐요.(웃음)

집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집을 산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누구라도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게끔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구 자체를 안 하는 게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정치가를 움직이는 사람은 시민이에요. 시민들의 투표죠. 시민들이 건축을 보는 눈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정치계도 바뀌고 행정계도 바뀌고 다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출 규제 등으로 예전보다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에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해요. 대출을 풀어주면 집값이 오를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압력밥솥에 자주 비유하곤 하죠.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고, 압력을 빼버리면 밥이 안 지어지니까요. 투 트랙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한쪽에서는 공급을 계속 늘리면서 가격이 떨어질 때 대출도 풀어주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지금 쓸 수 있는 카드가 대출 규제 밖에 없는가. 그것은 지난 10년간 공급을 안 해서 그래요. 인구가 줄 것이기 때문에 집을 더 지을 필요가 없다고 예측해서 집을 안지었단 말이죠. 10년 동안 안 지은 집을 하루아침에 지을 수는 없으니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대출 규제밖에 없는 거고요. 지금이라도 공급을 늘리면서 대출을 서서히 풀어주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합니다.

건물 짓는 데 예전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을 규칙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규칙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나눈다면, 저는 후자에 속할 것 같아요. 무정부 상태로 가자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는 규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뭘 보고 알 수 있냐 하면 건물 하나 짓는데, 너무 많은 공무원의 도장을 받아야 해요. 거짓말 안 하고 행정 프로세스가 두 배 이상 늘었어요. 예전에는 몇 달이면 끝날 것이 지금은 7, 8개월 걸려요. 숟가락 얻는 사람이 많아진 거라고 볼 수 있죠. 공무원들이 월급 받고 권력을 키우기 위해서 또 다른 루트를 만들고, 면피를 하기 위해 또 만들어요. 사회가 점점 비효율적이 되는 거예요. 그런 걸 과감하게 없애고 앞단계로 진화하는 사회적 발전이 필요한데 그게 아직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가는 거 같아요. 

직설적으로 얘기하시는 편인 것 같아요. 

직설적인 편이에요. 안티들도 있겠죠. 예전에는 이런 얘기들을 가급적 안 하려고 했어요. 욕먹기 싫으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고 저 역시도 그래요. 하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자꾸 엮이게 되는 것 같아요. 말을 괜히 시작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후 바뀐 인생

2018년부터 매년 책을 내고 계십니다. 전업작가들도 그렇게 하기 힘든데, 비결이 있나요? 

쓰는 것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큰 거 같아요. 건축 일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요.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거든요. 이렇게 하면 좋겠는데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울분을 책에 토해놓는 거예요.(웃음) 글의 제일 좋은 점은 아무런 법규도 없고 제 생각을 찬찬히 들어주는 독자가 계시면 계속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심지어 독자가 없어도 글은 쓸 수 있는 거고요. 그런 것이 글쓰기의 장점인 것 같아요. 

을유문화사에서 계속 책을 내고 계십니다. 

인세를 안 밀리고 잘 주세요.(웃음) 을유문화사에 감사한 점이 지금의 유현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어요. 처음 저한테 오셔서 이런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전혀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저보고 인문적인 건축 이야기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와는 거리가 굉장히 멀다고 생각했고요. 낯간지럽지만 인문건축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셨고, 그래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나왔어요. 그 책 이후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어떤 점들이 바뀌었나요? 

그전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건축 하나였어요. 그런데 건축물은 짓기까지 너무 힘들고 기회는 없고, 공모전 나가면 자꾸 떨어지는 상황이었는데 ‘뭔가 세상에 나의 생각을 표현 하는 것이 건축물 말고 또 있구나, 그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노인이 될수록 자기 얘기 들어주는 사람이 좋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큰 행복인 거 같아요. 예전에 가까운 친구가 제 생각이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으니까 다른 곳에서는 얘기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어요. 사회를 보는 시각이 너무 급진적이고 그래서 세상이 저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본 것 같아요. 그때는 내가 좀 유별난가 했는데 의외로 아니더라고요. 동조해주는 분들도 계시고요. 껍 질을 깬 느낌이 들어요.

어떤 것을 설명할 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곳을 짚어가며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 과정 속에서 굉장히 독창적인 이야기가 나오고요. 통섭적인 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의 특징 때문인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사고 패턴은 제가 건축학과를 졸업해서 가능한 거 같아요. 건축학이라는 것이 문과, 이과, 예체능이 다 포함되어 있거든요. 제가 연세대 건축학과를 나온 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교수님들이 본인들 생각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교수님이 강압적이지 않으시니까 학생들끼리 수평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분위기였어요. 자기가 찾아서 알아서 배워야 하고요. 예를 들어 자신이 디자인을 하면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 최근에 읽은 책들 등 온갖 걸 다 끌어다 쓰는 거예요. 누구는 철학적으로 설명하고 누구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저마다 각도가 다르게 나오죠. 제 지론은 건축 책은 읽지 말 자였어요. 건축 책을 읽어서 그 건축가의 생각을 수용하면 나는 그 사람의 아류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온갖 것을 쓸어 합리화하는 과정 속에 저만의 이론을 만드는 거라서 그게 10 년은 힘들고, 20년이 되니까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30년째가 되니까 저만의 관점이 생기는 거 같아요.



방송도 많이 하는데, 재미를 느끼시나요? 

방송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라요. 새로운 경험을 하고요. 만약 제가 학교에 없었다면 책을 못 썼을 거예요.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다 보니까 생각이 정리가 되고 그러면서 좀 더 뭔가 설명을 쉽게 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거죠. 그렇게 쌓여서 책으로 정리하고요. 마찬가지로 방송에 나가서 그분들이 저한테 특이한 질문을 하고 거기에 대해 답변하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이제 자제하려고요. 이미지가 소비된다고 자주 나가지 말라고 주변에서 조언을 해요. 앞으로는 유튜브를 하려고요. 채널을 하나 만들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PD들과 협업하면 또 다른 새로운 가치들이 나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협업만 하면 제 본연의 색깔을 잃어 버릴 수 있고, 원치 않는 걸 할 때도 있잖아요. 지난해 <밀어서 무장해제>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PD님도 좋고 함께 출연한 도티, 이승윤 씨도 너무 좋은데 촬영장에 가면 뭔가 제가 하기 싫은 개그 예능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좀 어색한 부분이 있어요.

방송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건 언제인가요? 

다른 것보다 대한민국 국민이 건축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부분이에요. 건축가라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이야기가 들을 가치가 있다고 알아주시는 것이 좋아요. 그만큼 우리나라가 성숙해진 것 같고요. 사실 옛날에는 건축이 노가다인 줄 아셨거든요.

그런 정서 때문에 설계비에 인색한 게 아닐까 해요. 

건축가로서 저의 가장 큰 소명은 설계비를 올리는 거예요. 요즘은 세게 부르고 있어요. 그러면 반 이상은 떨어져나가요. 떨어져나간 사람들이 ‘아, 설계비는 비싼 거구나’라고 느낀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건축 왜 이렇게 후져요”라고 얘기하면 “당신이 설계비를 적게 내서 그래요”라고 대답합니다. 대리석만 바르면 뭐 하냐고요. 건축의 의사결정을 건설회사 상무나 마케팅 분양 담당자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건축을 좋게 만드는 사람이 건축가들이고, 그들이 창의 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좋은 건축물이 나오는 거예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 서포트할 수 있어야 하고요. 좋은 사람들이 건축으로 모이게끔 설계비를 지불해야 하는 거죠.

건축 설계 하다가 전업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아요. 

함께 일했던 직원 중에 해외로 간 직원이 꽤 있고요. 업종을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부동산 소개업을 하거나 심지어 농사 지으러 간 사람도 있고 가구 제작자로 가는 사람도 있어요.



나한테 가장 큰 가치는 자유 

건축으로 상도 많이 타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왠지 실패의 경험이 없으실 거 같아요. 

너무 많아요. 마흔여덟 살까지 제가 계획한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어요. 단적으로 공모전에서 너무 많이 떨어졌어요. 당시에 저만큼 공모전에 많이 낸 사람도 없었을 거예요. 서른다섯 살까지 오십 몇 번, 마흔 살까지는 육십 번 정도 낸 것 같은데 그 중에서 사십 번 이상 떨어졌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다 실패죠. 그리고 사실 저는 연세대 교수로 가고 싶었어요. 은사님이 오라고도 했는데 다른 교수님의 반대로 못 갔죠. 저한테는 큰 좌절이었어요. 그래서 홍익대로 가게 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한테는 너무 잘된 거였어요. 만약 그때 연세대 교수로 갔으면 건축사사무소도 못 열고 책도 출간 못 하고 방송도 못 했을 거 같아요.

인스타그램을 아기자기하게 운영하세요. 

제가 약간 관종이에요.(웃음) 누가 봐주면 좋아하고요. 그러니까 방송을 하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신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할 때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거 같아요. 저한테 가장 큰 가치는 자유입니다. 제가 돈을 버는 이유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예요.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유명해지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고, 그만큼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옷을 벗는 거 같아요. 그럴수록 더 가벼워지니까요. 가급적이면 많은 것을 오픈하고 공론화하고 싶습니다. 

내년 이맘때에도 책을 출간할 계획이신가요? 

지난해 출간한 『공간이 만든 공간』도 다 안 읽었는데 이번에 또 무슨 책을 냈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요.(웃음) 내후년에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빅히스토리 느낌의 책이에요.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책은 2년마다 한 번씩 내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3년 넘어가기 시작하면 독자들에게 잊혀지고, 1년 만에 내면, 앞의 책도 안 읽었는데 또 나왔다고 싫어한대요.(웃음) 2년 간격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Hyunjoon Yoo Architects) 대표 건축사, 미국 건축사.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하버드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 후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다. MIT 건축연구소 연구원 및 MIT 교환교수(2010)로 있었다.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제 현상 설계에서 다섯 차례 수상하였다. 2011 한국현대건축작가 16인 아시아전 요코하마 전시, 2010 한국현대건축작가 17인 아시아전 상하이 전시, 2015 멜버른 대학교 한국현대건축작가 초청 전시를 가졌다.

또한 청와대 리모델링 자문과 대한민국 건축대전 심사위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부커미셔너를 비롯한 각종 위원을 역임했다. 재미 시절 작품으로는 『165 Charles Street Apartments, New York』 등이 있고, 2005년 귀국 후 주요 작품으로는 『청운대학교 도서관』, 『테마동물원 ZooZoo』,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 『고리원자력 발전소 신사옥』, 『플로팅 하우스』, 『머그학동』, 『쌍달리 주택』, 『청년 일자리 허브/사회적기업 개발센터』 등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공간이 만든 공간』 등이 있다.




공간의 미래
공간의 미래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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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