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이선미 저자는 늘 마케팅 트렌드 분석과는 다르게 도출되는 판매 데이터 결과로 고민을 하다가 ‘판을 움직이는 건 X세대’라는 결론에 이른다. 또 회사 내에서 창의력과 자신감으로 누구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자지만, 팀원들 앞에선 하염없이 작아지곤 하는 그들이 더욱 궁금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X세대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알아야 대한민국이 보이기 때문이다.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는 미래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남을 X세대의 특징뿐 아니라 그들이 사고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돈 쓰는 방식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담고 있다.
너도나도 밀레니얼과 90년대생에 주목하고 있는 요즘, 특별히 40대, X세대에 주목하신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곧 40대가 되기 때문이에요. 40대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거든요. 자연스럽게 바로 위 40대 선배들을 관찰하게 됐어요. 흔히 불혹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40대가 되면 막연히 안정적이고 모든 것이 확실해질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 40대들도 저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위에서의 압박과 후배들을 관리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도 하고요. 이미지로서의 40대와 현실의 40대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마케터로 일하면서 느꼈던 40대 소비자의 특징을 떠올리게 됐어요. 예상과는 달리 40대는 20~30대 못지않게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성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애주기상 가장 경제력과 소비력이 왕성한 연령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밀레니얼, Z세대 열풍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 직장에서는 ‘젊은 꼰대’ 취급을 받고 있죠. X세대라고 불리는 현재의 40대에 대한 재평가가 한 번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의 40대들과 비교해 X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금 이 시기, 중년에 접어든 X세대를 어떤 관점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까요?
40대, 중년이라고 하면 떠올렸던 이미지와는 달리 ‘역사상 가장 젊은 40대’라는 점이 가장 다른 특징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외모나 신체적인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젊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기존의 40대는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내면화하면서 나이를 먹으면 기성세대로 편입되는 것이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X세대는 그들이 젊었을 때 완전히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만들어냈어요. 책에서 언급한 서태지 현상, 싱글족과 딩크족, 저녁이 있는 삶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기존의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X세대는 사실상 밀레니얼과 90년대생의 라이프스타일의 시작점에 있는 세대입니다. 정서적으로 후배 세대에 더 가까워요. 그러다 보니 40대에 접어들어도 계속해서 젊은 세대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궁금해하고 흡수하려고 하죠. PC통신에서부터 모바일까지 디지털 산업이 급변하는 시기를 정통으로 겪은 세대인 만큼 변화에도 잘 적응하죠. 이런 특징을 가진 X세대가 이제 40대에 접어들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한국 사회의 리더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평균 연령이 43세로 높은데도 우리 사회가 젊고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허리를 맡고 있는 40대가 예전과는 다른 ‘젊은’ 40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를 보면 그동안 X세대가 여러 세대 담론에서 소외되어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지난 20년간 이룬 성과에 비해 특별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 두 차례의 경제위기에서 X세대는 경제주체로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세대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생존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어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X세대가 이 위기를 헤쳐나오며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사회적 화두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X세대는 선배들인 산업화 세대나 민주화 세대처럼 세대가 공유하는 집단적 과제가 없었던 세대입니다. 후배들인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SNS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연대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죠. 그런데 X세대는 똘똘 뭉쳐서 자신 세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 X세대 개개인은 직업적?사회적으로 성취를 이루었지만 집단적인 하나의 세대로는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그것이 X세대가 세대 담론에서 소외된 이유라고 봅니다.
현재 주류가 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들이 대부분 X세대에서 출발했고, MZ세대들이 동경하는 수많은 문화 콘텐츠 제작자나 주목할만한 사업가들에도 X세대가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셨는데, 특별히 다른 세대와 비교해 X세대가 가진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X세대는 특히 문화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인 세대입니다. 그들이 성장할 때 한국은 고도 성장기로 풍요로운 청소년 시기를 보냈고, 민주주의가 자리 잡으며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성인이 되었어요. 역사상 처음으로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가 없는 청년들이었던 X세대는 그들의 관심사를 내면으로 집중하며 기록할만한 수준의 대중문화 르네상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은 익숙한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원형이 X세대가 청년이던 1990년대에 만들어졌어요. 그래서인지 그들은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등 각종 문화 콘텐츠를 비롯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X세대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이러한 특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조직이나 회사 내에서나 위아래로 치이며 과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40대 독자들이 이 책을 보며,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라고 입 모아 이야기합니다. 책을 준비하시면서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회사에서 가장 크게 호소하는 고충은 무엇인가요?
사실 이 책은 위로나 힐링을 위한 책으로 기획한 것은 아니에요.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X세대를 트렌드와 마케팅 관점에서 조망한 책입니다. 출간 전후 책을 읽은 X세대에서 공통적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들이 그간 느낀 소외감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먼저 고충을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면 그것에서 위안을 받는 것이죠.
직장에서의 X세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간관리자인 X세대는 위에서는 실적에 대한 압박에, 후배로부터는 꼰대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어요. 위와 아래 어디에도 그들을 공감해주는 이들이 없습니다. 후배를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하는 당사자인 X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죠. 사회와 조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만 해도 그들의 고충은 상당부분 해소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언급하신 X세대의 기준으로 보면, 작가님 자신은 X세대의 후배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 밀레니얼이나 90년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직장에서 마주치는 X세대 선배를 대하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여러분의 선배인 그들이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한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꼰대라고 욕 먹을까 봐 농담 한마디도 고민하고, ‘라떼는 말이야’라는 소리로 놀림당할까 봐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해요.
X세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직업적인 능력이 뛰어난 선배들입니다.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세대 간 이해도 높아질 거고요. 세대 갈등 해결을 위해서 무엇보다 윗세대가 후배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후배가 선배에 다가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영 포티, X세대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지금 꼭 읽어야 하는 이유와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 책은 X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해야 하는 마케터, 이들과 함께 일하는 선배와 후배,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집단을 위한 책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제 1 독자로 X세대 본인을 꼽고 싶어요. 이유는 X세대 스스로 본인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이제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세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기 때문인지 스스로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어요. ‘낀 세대’라며 억울해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사회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세대갈등, 젠더갈등 등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양극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2030세대의 고충이 여기서 생겨나고요. X세대는 역사상 가장 후배를 잘 이해하는 선배들입니다. X세대가 사회의 리더로 진입하는 지금부터가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로잡을 기회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X세대는 곧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미래에 노인이 되는 세대입니다. 노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후배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선배 세대로서의 의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책임을 자각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선미 X세대라기에는 다소 어리고 밀레니얼이라기에는 머쓱한 1983년생. 청소년기에는 음악을, 대학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광고를 공부했다. 세상 돌아가는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이 많고, 사회현상 뒤에 숨은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한 오지랖 넓은 마케터이다. 경제단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홍보담당자로 경력을 시작했고, 패션업계로 옮긴 후 엠디와 마케터를 오가며 일했다. 마인드브릿지, 베이직하우스, 쥬시쥬디 등의 패션 브랜드의 총괄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를 위해 트렌드 및 소비자 분석을 하다가 최신 트렌드를 소비하고 경제력으로도 가장 파워풀한 집단인 영 포티, 즉 X세대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사회문화적으로나 조직관리 차원에서도 특별한 특성을 갖고 있는 X세대에 더욱 주목, 분석해보는 계기가 됐다.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중년인 X세대의 특징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일하는 방식, 돈 쓰는 방법까지 모두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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