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특집] N잡러라는 말은 식상해요 - 『어려서 그렇습니다』 김영지
김영지의 첫 책 『어려서 그렇습니다』에 적힌 작가 소개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뭐 하고 사는 애야?”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
글ㆍ사진 정다운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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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생, 스물여덟 살, 물건과 공간을 디자인하며, 디자인 스튜디오와 라이프스타일 숍을 운영한다. 김영지의 첫 책 『어려서 그렇습니다』에 적힌 작가 소개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뭐 하고 사는 애야?”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



『어려서 그렇습니다』 첫 꼭지 제목이 ‘퇴사의 계기’예요. 꽤 유명한 회사에 다녔죠?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한. 

SWNA라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3년 남짓 일했어요. 

“뭐 하고 사는 애야?”의 주인공이잖아요. 뭐 하고 살아요? 

우선 프리랜스 디자이너고요, 공간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을 가리지 않고 해요. 아마도 SWNA의 영향이겠죠? 그다음에는 로스트앤파운드(Lost and Found, 이하 ‘로파’)라는 라이프스타일 숍 운영을 꼽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로파를 하면서 사진이라는 일이 파생됐어요. 주로 제품 디자인 회사에서 촬영과 디자이너 대상 강의 요청이 들어와요. 작년에 동료와 함께 따바프레스(TABAC Press, 이하 ‘따바’)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김영지다운’ 일은 뭐라고 생각해요?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MBTI 검사를 하면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와 INFJ(열정적인 중재자)가 딱 반반씩 나오는 사람이거든요. 오늘처럼 사람 만나는 날에는 E(외향성)가 나오고, 혼자 작업하는 날에는 I(내향성)가 나오는 식이에요. 신기하게 일도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뉘어요. 로파는 계정 느낌도 차분하고, 로파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저를 그런 사람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일할 때의 저는 엄청 활동적이고, 모르는 게 있어도 일단 부딪히고 보는 스타일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망원동 노란집은 결국 접었어요. 퇴사 후 첫 대형 프로젝트였는데 말이죠. 

의외로 충격이 크지 않았어요. 금전적인 손해가 없었던 건 아닌데…, 제가 성공보다 실패에 익숙한 사람이더라고요. 일이 어그러지거나 복잡해져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서 보낸 시간도 당시에는 ‘실패’였네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제 발로 박차고 나왔잖아요. 

프랑스에 간 이유가 취업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때 스물한 살이었는데, 패션에 미쳐서 패션위크를 쫓아다녔어요. 파리, 밀라노, 런던을 돌며 온종일 사진을 찍었죠. 그러면서도 그 경험을 일로 연결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자동차 회사에 들어가는 게 디폴트였던 것 같아요. 결국 ‘자동차 디자인은 나와 안 맞는구나’만 처절하게 느끼고 돌아왔고요.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진실을 알려준 시간이기도 했네요. 

따바에 대한 글을 읽다가 ‘디자이너 연대’라는 단어가 훅 들어왔어요. 

따바는 두 사람의 느슨한 연대로 운영되는 플랫폼이에요.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모이고, 그 외 시간에는 각자 일해요. 저는 젊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플랫폼이 되길 원했는데, 또 다른 구성원 생각은 조금 달라요. 지금은 따바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다음 행보는 더 자란 후에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러고 보니 로파도 일종의 플랫폼이네요. 수입한 물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작가들과의 협업을 시작했던데요? 

맞아요. 그래서 제 브랜드들을 빨리 키우고 싶어요. 4월 말에 논현동 크리에이터스 쇼룸에서 전시가 있거든요. 로파가 초청을 받았고 공간 디자인은 따바가 해요. 가구 디자인을 하는 전 직장 동료도 제 소개로 함께하게 됐어요. 바로 이런 거죠! 아직은 힘이 미약하지만 시간을 쌓다 보면 더 많은 이들과 다양한 형태로 함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네, 맞는 것 같아요! 

이 경험들을 담아 첫 책을 냈어요. 출판사의 제안이었나요? 

제가 투고했어요, 하하. 브런치 연재 초기에는 몇몇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는 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망원동 노란집이 휘청하면서 책 생각이 났고요. 연재할 때 받았던 편지들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편지를 보내왔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글은 감정 쓰레기통인데 그 글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줬다니, 고마운 일이죠. 

장래희망이 ‘이상하고 재미있는 할머니’라면서요? 그 할머니가 무려 오하시 아유미라는 게 문제지만. 하루키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io 의 창립자, 잡지 <아르네>의 발행인이잖아요. 

그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요. 임경선 작가의 『교토에 다녀와서』를 읽고 그분을 처음 알게 됐으니까요. 읽자마자 “우와!” 했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인데, 그분은 다 했고, 세상의 인정도 받았고. 무엇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창의적인 일을 하고, 일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죠,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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