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리뷰툰』은 ‘고전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해설한 책이다. 출간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재되었고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멋진 신세계』, 『걸리버 여행기』, 『장미의 이름』 등 총 11편의 고전 서평과 번외 편 ‘해리 포터 시리즈’ 리뷰가 수록되었다. 작품을 읽지 않은 이들도 즐길 수 있게 줄거리와 세계관, 특징 등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반전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했다. 또한 작품 감상과 분석을 전달하는 것 못지않게 재미에도 신경을 썼다.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유머와 드립 덕분에 고전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고전을 리뷰하는 만화는 처음인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모든 것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서 시작되었습니다. 대단한 명작을 읽고 나면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책을 읽은 날이 바로 그랬습니다. 하지만 글로 된 독서록을 써도 대다수는 읽어주지 않지요. 그래서 특기를 살려 만화로 그릴까 했습니다.
맨 처음 시작은 위와 같지만 당시에는 몇 편만 그리고 그만둘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만화라도 ‘고전’이라 하면 많은 분들이 지루하게 느끼므로, 인기를 끌지 못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습니다. 비록 매우 띄엄띄엄 연재했지만 총 연재 기간은 2년 남짓 됩니다. 그 중 앞의 1년은 미약하지만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뒤의 1년은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연재했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작가라는 저의 꿈도 이루어졌으니 소설 『멋진 신세계』 가 제게 멋진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웹 연재 당시 누적 조회만 80만 뷰라고요? 당시 댓글 반응이 궁금합니다.
몇몇 사이트에 올렸었는데 합하니 그 정도 조회수가 나왔었습니다. 덧글을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각자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상을 공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고전문학 하면 무겁고 진지한 감상이 오가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제가 연재한 사이트가 워낙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보니 정말 날것의 생각이 오갔습니다. 책 내용이 완전히 막장이라면서 웃는 반응도 많았고, 책 속 캐릭터에 대해 가차없이 호오를 표현하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런 댓글을 보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물론 단순히 만화에 대해 칭찬하시거나 비판하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실 연재의 직접적인 원동력은 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행본 작업을 시작하며 그림이나 연출 실력도 급격하게 늘었는데 그와 동시에 덧글의 호의적 반응 역시 늘었습니다. 웹 연재라서 가능한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어떤 분야를 좋아하세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도 궁금합니다.
분야는 딱히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꾸준히 좋아하는 분야는 추리물입니다. 코난 도일의 작품부터 시작해서 애거서 크리스티, 요코미조 세이시, 엘러리 퀸 등 유명 작가의 소설을 다양하게 읽어왔습니다. 추리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뒷부분이 궁금해서 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때문에 유희로서의 독서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한 명을 고르기 힘듭니다. 작가의 매력이라는 것이 워낙 다양하거든요.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에드거 앨런 포”를 꼽고 싶습니다. 초등학생 때 그의 대표작을 접한 이래 쭉 애정을 지녀온 작가입니다. 포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저 자신이 흐린 하늘 아래 차가운 유럽 성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리뷰툰을 연재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제가 작품의 내용과 설정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종종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 리뷰 대상이 되는 작품 난이도의 문제입니다. 종종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 내용 이해조차 안 될 때가 있습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럴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일단 제가 이해해야 독자도 이해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경우는 양해를 구하고 리뷰를 안 했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은 그냥 감행해버렸습니다. 안 읽히는 작품을 억지로 읽고 억지로 이해하려 애쓴 시간이었죠. 어떻게든 하기는 했고, 리뷰 업로드 이후 많은 독자 분들께서 대학 교양강의 듣는 기분이라며 머리를 쥐어뜯으셨습니다. 솔직히 다시 하라면 자신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기 어려워해요. 고전을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을 알려주세요.
쉽고 재밌는 작품을 고를 것, 그리고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전이라 하면 대체로 내면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서사 위주의 재밌는 고전도 매우 많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들 위주로 리뷰하고 있기도 합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들이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작품들은 독서에 취미가 없는 분이라도 매우 재밌게 읽으시리라 봅니다. 저는 고전 리뷰툰을 연재하지만 고전의 대명사로 통하는 철학적 작품들은 안 좋아합니다. 앞의 것처럼 재밌지 않았거든요.
고전 독서를 너무 심각하게 대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어문제를 푸는 게 아닌 이상, 꼭 작가나 인물을 철학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속으로 마음껏 비판하고 다음부터 그 작가의 작품을 걸러도 됩니다. 반대로 맘에 든다면 마음껏 애정을 부어서 아이돌을 좋아하듯 그 작품을 좋아할 수도 있죠. 고전을 건들기 어려운 성역을 대하듯 하지 마세요.
이 고전은 꼭 읽어야 한다! 작가님만의 인생 추천작이 있나요?
고전에 한정한 추천작이라면 『걸리버 여행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세히 쓰게 되면 단행본에 넣은 내용과 겹칠 것 같지만,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보통 동화로 인식되지만 원작은 전혀 동화가 아닙니다. 그 무엇보다도 성인을 위한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완역본을 보신 분들은 인생 추천작으로 뽑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어떤 고전을 리뷰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지금까지 리뷰한 고전들은 대체로 19세기 작품에 치중해 있었는데요. 아예 더 과거로 가서 진짜배기 고전을 리뷰하고 싶기도 합니다. 돈키호테나 가르강튀아도 좋고 셰익스피어 작품들도 재밌겠지요. 혹은 예전부터 보고 싶던,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리뷰하고 싶기도 합니다.
혹은 이미 리뷰한 작가의 다른 대표작을 건드리는 것도 좋겠지요. 한 작가당 한 작품만 리뷰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으니 말입니다. 쌓인 고전 작품이 워낙 많으니, 어지간하면 소재가 바닥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을 읽는 건 행복이므로 앞으로의 리뷰 작품을 고민하는 것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돌이켜보면 고전소설 리뷰라는 건 대단한 모험이었습니다. 영화 리뷰와 달리 선례도 없고 어떤 반응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지요. 그럼에도 꾸준히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 추천작을 받아 읽기도 했고 반대로 제 추천작을 독자분들께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은 웹 연재 리뷰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은 독자분들이 리뷰에 흥미를 느껴 직접 독서를 하시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따라서 이 만화는 절반은 제 것이고 절반은 독자분들의 것입니다.
*키두니스트(저자) 편식하는 독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문학, 그중에서도 장르 문학 위주로 읽는 습관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0여 권의 책을 만화로 리뷰했으며 누적 조회 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에 쓰고 있으며 언젠가 개인 서재를 갖고픈 꿈이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에서 SF와 추리물, 그 외 장르를 어떻게든 분류하고 있다. 영국 여행 중 셜록 홈스 박물관과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가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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