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을 걸으며 만난 산티아고 블루
전문 지식을 전달하거나 순례길 지침서가 아닌 만큼 모든 독자님이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걷는 자의 즐거운 걸음에 기꺼이 동행하는 느낌으로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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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 은퇴해 소일거리 하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을 상상했다면 틀렸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혼자서 걸었습니다』 의 저자 김인식은 66세에 동창 네 명과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존 뮤어 트레일을 완주했다. 4,000미터 이상의 험산 준령이 90여 개나 되는 미국의 시에다네바다산맥을 넘어야 하는 존 뮤어 트레일은 젊은 사람도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야성의 길’이다. 이 길을 27일 동안 가이드나 포터의 도움 없이 올랐다. 저자는 이 길을 걸으며 사회와 일상생활에서는 발휘할 일 없었던, 거친 호흡을 내뿜게 만드는 야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70세, 이번에는 혼자서 ‘영성의 길’이라 불리는 800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800킬로미터나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70대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힘에 부칠 것 같아 지레 겁먹고 도전하지 못하는 길을 어떻게 걷게 되셨는지 그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길에 나설 때 제 나이가 정확히는 69살 9개월이었는데, 그게 그거니 70대 범주에 넣으셔도 되겠네요. (웃음) 사람마다 타고난 운세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책의 ‘길에서 자화상을 그리다’ 꼭지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붙박이별인 항성(恒星)이 아니라 떠돌이별인 행성(行星) 같은 운세를 타고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젊은 시절 출장을 많이 다녀 아프리카, 중남미, 미국, 유럽 등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살아왔습니다. 소위 역마살이 낀 셈이지요. 요즈음 누구나 부러워하는 신종 노마드(Nomad)로서의 삶을 저는 상당히 일찍 경험했었습니다. 그 덕분에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비교적 쉽게 익숙해지는 편입니다. 

혼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내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정말이지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을 놓고 훌훌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원했지요. 그래서 혼자서 떠났던 겁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70대라고 하면 은퇴해 집 근처에서 소일거리 하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을 상상하는데, 작가님께서는 그 편견을 완전히 깨버리는 여정을 걸어오셨습니다. 그래서 나이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실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갑자기 인생 상담하는 느낌이 드네요. (웃음)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세월입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하늘의 섭리입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익어가고 늙어가는 것이 아닌 무기력하게 낡아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호기심(curiosity)이 줄어들면 그때부터 낡아가는 겁니다.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귀찮아하면 낡아가는 것이지요. 저울추가 호기심보다 귀차니즘(lazism)에 기울기 시작하면 낡아가는 것입니다. 인생길, 아름다운 완주를 원한다면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겁니다.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을 비롯해 중국의 차마고도, 호주의 라라핀타(Larapinta) 트레일까지 수많은 길을 걸었다는 화려한(?) 전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에게 있어 걷기란 출퇴근길이나 등하굣길에 걷는 것이 전부인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걷기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걷기’라는 한 움직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놀랍게도 저는 차이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걷기에는 목적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학교이든 직장이든, 시장이든 집이든, 산봉우리이든 순례지이든, 누구나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지요. 저도 그저 목적지를 설정하고 걸었습니다. 다만 그 목적지가 남들의 눈에 보기에는 조금 화려했을 뿐이지요. 분명한 것은 아무리 힘들고 멀어 보여도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목적지는 걷는 자에게 한발 한발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트레일이든 인생길이든 걸으려면 길이 깔려 있어야 하고, 없다면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수많은 길을 걸어오신 만큼 걸으면서 ‘길’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사유를 하셨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길이란 무엇인가요? 

자꾸 저를 도사 취급하시는 것 같은데, 저 도사 아니에요. 그냥 걷는 자예요. (웃음) 기왕 물으셨으니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벗어나기 쉽지 않은 그런 마력이요. 저는 그것을 즐거운 고행이라고 부릅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 인생길도 아리랑 고개 몇 개는 넘어야 하는 고행이니까요. 하지만 고행하는 중에도 우리는 행복을 갈구합니다. 그렇다면 나를 끌어당기는 마력을 찾아 나서세요.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길이 즐거운 고행이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길일 테니까요.

이전에 존 뮤어 트레일을 걸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존 뮤어 트레일과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름에서부터 상당히 다른 점이 많을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두 길은 어떻게 다른지, 각 길에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3년 전, 고등학교 동창 네 명과 함께 존 뮤어 트레일을 완주했습니다. 그때 우리 나이가 66살이었어요. 존 뮤어 트레일은 <스미소니언>이 선정한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산티아고 순례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와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히기도 합니다. 가이드나 포터의 도움 없이 무지막지하게 크고 무거운 배낭을 직접 짊어지고 27일 동안 4,000미터 이상의 고봉이 90여 개나 되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을 종주하여 미국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산 정상에 오르는 도전적인 트레킹이었지요.

33일간 걸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차분히 명상하는 영성의 길이었다면, 존 뮤어 트레일은 거친 호흡을 내뿜었던 야성의 길이었습니다. 두 길을 걸으며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중요시했던 지성이나 이성과는 거리가 먼, 제 안에 내재되어 있던 본성을 마음껏 표출하고 영성과 야성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혼자서 걸었습니다』 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책들과는 여러모로 차별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처한 상황과 나이대에 따라 느끼는 점 또한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다양한 시선에서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문 지식을 전달하거나 순례길 지침서가 아닌 만큼 모든 독자님이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걷는 자의 즐거운 걸음에 기꺼이 동행하는 느낌으로요. 젊은 독자들은 넓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온 선배의 경험을 보고 들으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표지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50대 이상의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연령층의 독자들은 세월에 의해 익어갈지언정 낡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저와 함께 담담하게 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눈이 내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벚꽃이 피는 봄이 왔습니다. ‘본받고 싶은 어른’으로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빈곤 속의 풍요’를 누린 세대라면 지금 청년들은 ‘풍요 속의 빈곤’을 겪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취업 등 사회 진출에 어려움이 커졌지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청년기에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눈앞에 무한한 여백과 가능성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에요. 절대로 주눅 들지 말고 젊은이답게 담대하게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김인식

서울 사대 부고, 서울 문리대 독문학과와 남가주대학교(USC) 경영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한 무역 투자 진흥 공사(KOTRA), 한국 종합 전시장(KINTEX), 동국대학교 LA 캠퍼스, 한국 국제 협력단(KOICA) 등에서 근무하였다. 한창 일하던 시절 현대판 노마드로서 오대양 육대주를 다니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했다. 현재는 (사)CEO 지식나눔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멘토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걷기로는 미국 시에라네바다산맥을 종주하는 존 뮤어 트레일을 비롯하여 중국의 차마고도, 호주의 라라핀타 사막 등 야성이 넘치는 코스들을 두루 걸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혼자서 걸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혼자서 걸었습니다
김인식 저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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