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팩트체크 주간 공동 기획] 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가짜뉴스의 세계
<채널예스>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http://www.factcheckweek.com )과 공동 기획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책 5권을 선정해 저자 인터뷰 및 추천 도서 리뷰를 진행합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진행하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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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http://www.factcheckweek.com )과 공동 기획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책 5권을 선정해 저자 인터뷰 및 추천 도서 리뷰를 진행합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진행하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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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에 속을까? 이 질문에 심리학자이자 데이터과학자인 박준석은 “가짜뉴스에 속기 쉬운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올해 3월에 출간된 『가짜뉴스의 심리학』은 인지 및 사회심리학, 통계학 등 경험과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가짜뉴스의 작동 방식을 파헤친 책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계량심리학 박사 학위와 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준석 박사는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페이스북 ‘오하이오의 낚시꾼’ 페이지에 통계학, 과학연구방법론, 데이터과학 등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4·15 총선, 다큐멘터리 〈더 플랜〉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독감백신 등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가짜뉴스를 우리는 어떻게 판별해야 할까. 『가짜뉴스의 심리학』의 저자 박준석 박사를 서면으로 만났다.


박준석 『가짜뉴스의 심리학』 저자 


객관성의 환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심리학자로 쓴 첫 저서다. 왜 가짜뉴스에 주목했나?

가짜뉴스가 만연한 현실 자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등 몇몇 방송사에서 팩트체크 코너를 따로 운영해 왔고, 팩트체크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도 생겼지만 팩트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거짓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가짜뉴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진영논리가 결부되면 더 그렇다. 사람들은 흥미 없는 일에 ‘인지적 자원’을 쓰기를 싫어하고, 사실을 자신의 입맛대로 구부려서 받아들이는 데 매우 능숙하다. 이미 드러난 가짜뉴스에 대증요법만으로 대응하는 일보다 근본적인 심리학적 원인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응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동기가 됐지만부정선거 음모론, 팬데믹 관련 가짜뉴스들을 보게 된 것이 중요한 집필 동기가 됐다.

요즘 가장 심각하게 보는 ‘가짜뉴스’는 무엇인가?

팬데믹 관련 가짜뉴스가 가장 심각하다고 본다. 사람의 생명을 직접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하다. 이 사안은 사실 정치적 이슈가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정파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더불어 전문가 불신과도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모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의 백신 반대 움직임을 활발히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그 나라가 백신 반대 성향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고, 관련하여 방역 당국이 큰 골치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소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아직 안티백신 운동이 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지는 않지만, 잠재적으로 그럴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정치와 결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우려가 된다. 

『가짜뉴스의 심리학』에서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고르려는 ‘선택적 노출’이 양극화와 극단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를 지적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보는 것이 이로울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시각과 증거를 평가하고, 자신의 판단에 반영하겠다는 자세로 다양한 매체를 두루 보는 것은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히 열려있지 않은 태도로 자신의 입장과 배치되는 매체나 기사를 보면, 반감만 들어 오히려 자신의 태도를 극단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가짜뉴스를 판별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내 편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동기화된 논증’이다. 왜 특히 위험할까? 

동기화된 논증은 위험한 이유는 스스로 동기화된 논증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동기화된 논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증거를 선택적으로 탐색하는데, 이 과정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스스로 공정하게 증거를 탐색 및 평가했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 자신의 의견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객관성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 인간 심리가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 자체를 깨닫는 일이 객관성의 환상에서 빠져 나오는 첫걸음이다. 

책에서 솔루션으로 소개한 '새로운 연구에 대한 판단 유보하기' 혹은 '전문가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특히 한국 언론에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언론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뉴스를 전할 때 전문가와 관련 연구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적어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명 언론은 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뉴욕타임스>의 2021년 1월 29일 보도는 존슨 앤 존슨의 백신이 모더나, 화이자 등에 비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 등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직접 인용해 지나친 걱정을 불식시키는 기사를 실었다. 이런 태도는 국내 언론들, 특히 반정부 성향을 띠는 언론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의 약효가 모더나, 화이자에 비해 떨어진다고 주장하며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듯한 보도 행태와 사뭇 다르다. 같은 해 <워싱턴포스트> 3월 23일자 보도는 mRNA 백신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종합해 보도하면서, 관련 팩트체크도 함께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전문가 견해에 반대하는 보도를 싣기도 한다. 일부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도 사람이라, 개중에는 이상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아니지만, <로이터 통신>의 경우 화이자 사의 전 부사장이자, 최근 안티 백신 운동에 가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마이클 이든 박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 분야의 전문성이 인접 분야의 전문성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문가 견해를 소비할 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을까? 

비전문가보다는 전문가를, 그리고 전문가 개인보다는 전문가 집단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개중에는 이상한 사람이 한둘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최근 집단면역과 관련해서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관련 전문가도 한 명 있었고, 지난 부정선거 음모론에 관해서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전문가가 있었다. 후자는 한국 주요 일간지와 인터뷰를 해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책에서도 강조했듯 전문가 ‘개인’이 아닌 ‘집단’에서 합의된 견해는 어떤 주제에 관해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최선의 견해다. 물론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댈 수 있는 견해가 없을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일’도 중요한 부분으로 지적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보와 주장들을 분별할 때, 어떤 기준으로 보는 것이 옳을까? 

스스로 편향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늘 활발히 감시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지지하는 사람의 견해를 들을 때는 특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다. 특히 넷상의 정치, 사회 인플루언서들은 선동에 능하고, 반대파를 악마화하거나 상대편의 주장에서 비판하기 쉬운 지점만 골라 (‘체리피킹’) 비판하는 것을 잘한다. 이런 데 말려들지 않으려면, 내 의견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만한 논리적 기준을 그런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서 평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잣대로 서로 다른 진영의 주장을 평가하는 일이다. 




합리적인 과정,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견해를 만들어야 

국내 언론에서도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팩트체크 코너를 방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은 있다면? 

언론 자체가 일종의 ‘방향성’을 추구하고, 팩트체크를 그에 비해 등한시하는 한 그런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어떤 보도든 특정 진영에 유/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는 하겠지만.  최대한 언론으로서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전문가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특히 최근 팬데믹 관련 보도와 관해서 언론이 고의였든 아니었든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되는 것을 보곤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충분히 청취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언론은 데스킹 자체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우 위험한 태도로 보이고, 필자에게 자유를 주더라도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책무는 다해야 한다.

최근 자주 들을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 알고리즘 리터러시 등의 용어는 결국 소셜미디어 구조 속에서 일하고 또 놀기도 하는 밀레니얼, Z세대에게 더 습관적인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듯하다. 확증편향이나 필터버블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을 유의해야 할까?

일단 스스로 확증편향, 필터버블에 빠질 수 있다, 또는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도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적 겸손이 중요하다. 스스로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가짜뉴스와 진영논리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어떤 노력도 시작할 수 없다. 그리고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에 견해를 형성해야 한다. 견해 자체를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팩트를 바로 일기 위해서,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일단 팩트의 중요성 자체를 인식해야 한다. 생각보다 이점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내가 소비하는 미디어가 팩트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 책에서도 거듭 강조했지만, 스스로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적으로 겸손해지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획득하는 정보가 사실 매우 부분적이고 편향적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보다 폭넓은 소스로부터 정보를 얻어 비판적으로 비교,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책에서 개인적 실천 과제로 ‘새로운 연구에 대한 판단 유보하기’, ‘반대 진영에서 논리 구성해보기와 함께 ‘우아하게 의견 달리하는 법’을 강조했다. 사람들의 의견은 애초에 달라질 수 있고 각자 가진 배경이 다르기 때문인데,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물론이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우아하게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답답함과 끓어오르는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을 찾아야 하고,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심리적 비용을 감당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무시하기, 비난하기, 조롱하기 등의 쉬운 해법을 택하는데,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거대한 문제들을 두고 진영을 갈라 서로를 제거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꼭 입장을 양보하라는 건 아니다. 의견을 달리하는 방식을 보다 세련되게 하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이해하고, 근본적으로 바뀌기 힘든 지점에서는 ‘비동의하기로 동의’하며 그 전까지는 최대한 접점을 좁혀 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의견 차이가 작은 경우도 꽤 있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으니 끝없이 훈련하고 다져야 한다. 새로운 사회와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생태적 합리성을 요구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심리학』을 꼭 읽기를 바라는 독자층이 있다면?

미디어를 현명하게 소비하려 하는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지만, 특히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에 과몰입하여,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자신의 진영에 봉사하는 뉴스만을 수용하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다.

후속작으로 데이터과학 교양서를 계획 중에 있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이야기를 다룰 계획인가?

두 권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책은 고교 수준 정도의 통계학을 R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함께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고교에서 확률과 통계 단원은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하고 실용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안타까워 집필하게 됐다. 한편 R은 ‘파이썬’과 함께 데이터과학에서 가장 각광받는 두 언어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추상적 수학 기호로만 접했던 통계학을 보다 와닿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른 책은 데이터과학이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하는 책인데,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저로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대중에 이미 널리 알려진 기계학습, 인공지능 분야 외에도 데이터과학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준석 저자 

심리학자이자 데이터과학자. 그리고 미국 모처에서 통계로 사람을 낚는 어부. 페이스북 ‘오하이오의 낚시꾼’ 페이지(@buckeyestatfisher)를 운영하며 통계학, 과학연구방법론, 데이터과학 등에 관한 글을 쓰고 공유한다. ‘오하이오의 낚시꾼’ 페이지에서 다룬 4·15 부정선거 음모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음모론 등은 수많은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공유되고 다양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며, 집단지성이 어떻게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지금은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여전히 심리학, 통계학, 데이터과학 등에 관한 글을 틈틈이 쓰고 있다.



가짜뉴스의 심리학
가짜뉴스의 심리학
박준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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