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작가 조은수 “무한한 우주가 우리 안에 있어요”
아름답게 개척하고 일구어낼 무한한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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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신비한 뇌 속에 직접 들어가 본다면 어떨까? 이런 상상을 실현시켜준 책이 있다. 『뇌토피아』.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우리 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놀라며, 누구나 자신의 뇌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그곳, 가상의 두뇌 놀이공원 ‘뇌토피아’로 초대한 조은수 작가를 만나보자. 



『뇌토피아』는 아이들에게 뇌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지식그림책입니다. ‘뇌토피아’라는 두뇌 놀이공원에서 모험하며 뇌를 알아간다는 설정이 기발하고 신선한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나요?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셜록 홈TM』를 드라마로 만든 <셜록>을 재미나게 봤어요. 거기에 보면 셜록이 두 손으로 양 이마를 짚으면서 “마인드 팰러스 Mind Palace”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나와요. 그 대사를 들으면서, ‘오 생각이 사는 궁전이라니, 맞아 뇌가 그런 거잖아’ 하고 영감을 받았어요. 이왕이면 궁전보다 놀이공원이 더 재미나겠구나 생각했지요.

『뇌토피아』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지만, 좀 더 자세한 얘기가 듣고 싶어요.

요즘엔 재미를 주로 밖에서 찾지만(예를 들면 스마트폰), 최고의 재미는 사실 우리 안에 이미 장착되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걸을 때마다 뉴런이 연결되어 뇌 속에서 시냅스 폭죽이 터지며,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새로운 노선의 뉴런 고속도로가 뇌 속에 건설되지요. 가만히 누워서 곰곰 생각을 할 때조차도 뇌 속에선 시냅스 다발에 연달아 불이 켜지면서 은하수가 반짝거립니다. 이 재미나고 경이롭고 무한한 뇌에 관심을 가지면 다른 많은 게 필요치 않을 수 있어요. 

생각만으로도 하루 종일 놀 수 있고, 거기에 종이와 연필만 더해진다면 우주라도 뚝딱 지어낼 수 있는 게 우리 뇌다,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모든 가능성은 우리 안에 이미 주어져 있으니, 좀 가난하거나 못생겼거나 아프거나 허약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라. 그래도 아름답게 개척하고 일구어낼 무한한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 라고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와 뉴런 박사님이 등장합니다. 둘이 투닥투닥 케미가 너무 재미있어요. 그런데 가끔 뉴런 박사님이 허수아비에게 너무 차갑게 얘기하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 속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세요?

셜록 홈스도 혼자였다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을지 몰라요. 왓슨 박사가 같이 나와서 서로 꽁냥꽁냥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둘 다 매력을 뿜뿜 뿜어내게 되지요. 한 사람이 죽 설명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읽는 게 더 쉽고 재미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쓰는 지식그림책에는 거의 늘 두 주인공이 나오는 듯해요.

물론 캐릭터는 제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성격의 인물(또는 동물)로 설정합니다. 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니까 뇌에 관해 아주 잘 아는 박사님이 필요했어요. 처음엔 이름을 골똘 박사라고 지었는데요, 캐릭터를 더 발전시키다 보니 뉴런 박사라는 이름이 어딘가 더 지적으로 보이고(저의 영어 사대주의일 수도!), 또 뇌의 신경세포를 뜻하는 뉴런이라는 낱말이 들어가서 좋다고 생각했지요. 뉴런 박사와 뇌를 너무너무 갖고 싶은 허수아비가 나오면 좋겠구나 생각했고요. 아는 게 많은 뉴런 박사는 조금 잘난 척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틀린 걸 가르쳐줄 때 좀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고, 허수아비는 우리 누구나처럼 잘 웃고 잘 실망하고 마음이 여리지만 공감 가는 (이미 『오즈의 마법사』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빌려온 것이랍니다. 이렇게 성격이 대조될 때 이야기의 재미가 더 커지거든요.

허수아비가 뇌를 달라고 했을 때 뉴런 박사님이 어떤 뇌를 갖고 싶냐고 묻잖아요. 작가님은 어떤 뇌를 갖고 싶으세요?

『뇌토피아』의 두뇌 메뉴에 나오는 뇌는 모두 제가 어릴 때 갖고 싶던 뇌입니다. 피아노 잘 치는 뇌, 입 짧은 뇌, 수학 시간에 쫄지 않는 뇌, 세상 똑똑한 뇌… 모두요. 그런데 오십 살도 훨씬 넘은 지금은 먹는 거 좋아해서 많이 먹고, 피아노는 아예 못 치고, 운동은 젬병, 수학 점수도 빵점인 저의 뇌가 마음에 듭니다. 대신 상상과 걷기, 맛보는 일은 얼마든지 잘하는 듯하니까요.

그럼 뇌 말고 또 좋아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전 덩치도 크고 얼굴도 커서 사진을 찍으면 늘 실망합니다. 아, 이렇게나 못생겼어? 하고요. 그런데 언젠가 병원에서 찍은 뼈 사진을 보고 놀랐어요. “와 멋지다!” 그런 감탄사가 절로 나왔거든요. 전 제 몸에서 뼈가 마음에 듭니다. 



『뇌토피아』같이 페이지가 꽤 되는 지식그림책도 쓰셨지만 유아 그림책도 많이 쓰셨어요. 그림책을 쓰기 쉽지 않잖아요. 그림책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우선 마음에 드는 공책을 사세요. 줄 안 친 걸로요. 그 공책을 안고 뒹굴뒹굴하며, 전하고 싶은 주제를 가장 강렬하고 인상 깊게 전할 수 있는 제목을 짓습니다. 그 제목을 멋진 글씨체로 써서 붙이고(또는 멋진 글자체로 인쇄하거나) 표지 그림도 멋지게 그려(또는 마음에 드는 사진이나 그림을 오려 붙여) 만듭니다. 그런 다음 공책 안을 한 장 한 장 채우세요. 망쳤다 싶으면 그 장을 떼어내고 새 장에 다시 쓰고 그리면 됩니다. 이 한 권의 공책이 나만의 글과 그림으로 다 채워지면 한 권의 그림책 가더미가 완성된 겁니다. 이렇게 하면 재미도 있고요, 어떻게 그림책을 만들어야 할지 점점 감을 잡게 될 거예요.



앞으로 쓰고 싶거나 준비 중인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작가라는 직업의 좋은 점은 이미 나온 책의 부족함은 툴툴 털어버리고 다음에 만들 책이야말로 나의 최고작이 될 거야, 라고 굳게 믿는 겁니다. 다음에 만들 저의 최고작 후보들도 한 세 가지쯤 되는데요.

하나는 원자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을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계속 알려주는 그림책이고요. 두 번째는 수학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던 어느 날, 소피 제르맹이라는 수학 천재의 방에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와 현대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모이게 된다는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책이에요. 세 번째는 미술관에 도둑이 들어왔다는 경보를 듣고 경찰관이 출동했는데 알고 보니 미술애호가 너구리 세 마리였다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든, 미술로 보는 역사와 인문학책입니다. 아직 구상 중이라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죠?

하하, 구상 단계에서는 언제나 가슴이 뜁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면 앓는 소리가 나오고, 지쳐 한숨도 짓다가, 마무리할 때쯤이면 욕도 막 하려다가, 책이 인쇄될 쯤이면 뻗어서 자리에 눕게 됩니다. 그러다가 책이 나오면 또 행복해지고요. 다시 최고작을 꿈꾸며 설렘이 시작됩니다.



*조은수

어린이 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때때로 번역하는 일을 합니다. 날마다 중랑천을 걸으며 새로운 얘깃거리를 궁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만든 책으로는 『무슨 꿈 꿀까?』, 『달걀 생각법』, 『톨스토이의 아홉 가지 단점』, 『뇌토피아』 등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 『슈렉』, 『사자를 숨기는 법』 등이 있어요.



뇌토피아
뇌토피아
조은수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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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