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를 겪는 사람에게 꼭 해줘야 할 말
다만, 어떻게든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압박에 실수를 하기도 하거든요. “시간이 약이야”, “그래도 천수를 누렸잖아”, “천국에 갔을 거야” 등의 말이 보호자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들어주고 꼭 안아주면 어떨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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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의 회복을 위한 치유서이다.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하고 교감하던 가족인 반려동물과 어느 날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이별을 겪게 되면 누구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기에 남은 반려인들은 깊은 슬픔을 견디며 반려동물이 떠난 일상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한다. 저자는 반려동물과의 이별과 상실, 이 아픔은 그저 참고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치유해야 하는 아픔이라고 말한다.

이학범 선생님은 수의사 선생님이신데, 펫로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쓰셨어요.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펫로스증후군으로 힘들어하다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분의 뉴스를 보게 됐습니다. 그 뒤 펫로스증후군의 심각성을 깨닫고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는 관련 자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국내외 자료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펫로스를 겪은 보호자,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 펫로스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돕고 싶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굉장히 부끄러워집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꿈이 수의사였다”고 대답해야 할 것만 같거든요. 하지만, 원래 제 꿈은 수의사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동물도 키워보고 동물도 매우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구체적인 꿈은 없었어요. 수의대를 선택한 건 수능을 본 이후였습니다. 저는 이과였는데요. 수능 점수에 맞춰 과를 고르던 중 수의사의 전문성과 비전을 보고 수의대를 진학하게 됐습니다. 비록, 점수에 맞춰 지원했지만 다행히 수의대 공부는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수의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보람이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공중방역수의사로 군대체복무를 했을 때 구제역이 발생해서 여러 농장을 다니며 가축들을 살처분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동물을 살리기 위해 수의사가 됐는데, 제 손으로 많은 동물을 안락사했던 것이죠. 그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가슴 아픈 기억이죠.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글쓰는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책도 쓰고 칼럼도 기고하는데요, 제 글이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행복하고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직업 특성상 수의사는 동물의 죽음을 항상 가까이서 경험할 텐데요. 동물의 죽음을 일상적으로 겪는 게 힘들진 않나요? 선생님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세요?

수의대 시절 동물실험을 했을 때부터, 공중방역수의사 시절 가축살처분을 했을 때까지 언제든 동물의 죽음을 접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의대생으로서, 수의사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숭고한 동물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동기 선후배 수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동물의 죽음은 언제나 슬픔과 아픔을 준다고 해요. 아무리 자주 접해도 동물의 죽음은 ‘익숙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트릿 출신 고양이 ‘루리’를 14년째 키우시잖아요. 아무래도 열네 살이면 루리도 나이가 꽤 있는 편이라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루리가 올해(2021년) 14살이 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70세가 넘었고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노령묘가 되었습니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에는 노령 반려동물 보호자들을 위한 내용도 담겼는데요, 어떻게 보면 저 스스로의 다짐이었던 것도 같아요. 이별 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루리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지만요!

한국 사회에서 펫로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만약 주위에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요?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생각만 가져도 다행이라고 봐요. “개가 죽었다고 그러는 거야?”, “나도 강아지를 보내봤어. 유난 떨지마”라고 함부로 말하는 분도 많거든요. 다만, 어떻게든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압박에 실수를 하기도 하거든요. “시간이 약이야”, “그래도 천수를 누렸잖아”, “천국에 갔을 거야” 등의 말이 보호자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들어주고 꼭 안아주면 어떨까요?

이 책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에 슬픔을 느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100% 최선을 다해 우리를 사랑해줍니다. 비교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죠. 이렇게 전적으로 우리를 사랑해주는 존재가 떠났는데,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떠난 반려동물과 나를 위해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세요. 괜찮습니다. 슬픔과 애도에 정답은 없습니다.




*이학범

‘글 쓰는 수의사’이자 수의학 신문 [데일리벳] 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방역수의사로 군복무를 끝낸 뒤 [데일리벳]을 직접 창간해 7년째 운영 중이다. 수의과대학 재학 시절 동물의료봉사동아리 팔라스 회장을 맡아 월 1회 유기견 보호소 의료봉사, 연 1회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이학범 저 | 김건종 감수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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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